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 대한민국을 위해 최전방에 설 젊은이들에게
김현종 지음 / 홍성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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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정말 험난한 과정을 갖고 있는 무역방식이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험난한 영향이긴 마찬가지다.
  책 속에서 읽을 수 있는 저자의 생각에서 시종일관 읽힌 것은 외교부에 대한 그의 분노였다.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하는 부분이다. 사실 외교부의 공무원 체질이 외교부만의 문제도 아닐 성 싶다. 그것은 역시나 공무원 조직을 넘어 대기업까지 이어지는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특히 IMF로 크게 치욕을 당한 후, 많은 변화가 있어서 기업이 좀더 개선된 조직을 보였지만 공무원들, 특히 외교부 직원들은 아직도 개선이 요원하다. 얼마 전 장관의 딸의 채용이 문제가 되어 쫓겨난 장관 생각을 한다면, 한국 외교부의 역량은 물론, 그 조직의 외교 역량이 솔직의 의심된다. 이미 사라졌다고 하는 조선시대의 중세적 속성이 아직도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요즘, 외교부의 파탄성은 사실 위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의 소견처럼 꼭 저장해 둬야 할 보고서다. 한국의 고위급 관료들은 자기가 물러나면서 자서전이나 기타 등등의 자료를 내놓지 않거나, 설사 내놓았더라도 자기의 선거와 관련된, 공치사로 일관한 책을 출판한다. 이 책 역시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하는 점에선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다만 저자가 사심을 갖고 출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증명만 된다면 이 점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전반부에서의 FTA 추진과정보다는 후반부에 있는 저자의 철학과 인식이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책은 주장을 담고 있고, 세계관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FTA를 통해 다양한 경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치를 내놓으려 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실용주의자이며, 파격을 마다하지 않은 행동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학자다. 기존의 관례는 깨지라고 있다라는 것이 아마도 신념일 듯 한데, 한국이 강력한 국가와 FTA를 할 땐, 분명 필요한 마음가짐이란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저자의 생각처럼 FTA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경제적인 효율 문제를 넘어 정치적 계산까지 더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FTA는 이미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로 화한 사안이다. 중남미의 수많은 FTA나 지역협정이 있지만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은 그 지역의 정치적 문제가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미와 반미라는 사안에서 브라질의 성장과 함께 점차 Merco Sur가 중요해지고 있는 점이나, 중국과의 아세안의 FTA 체결에서 위기를 느끼는 한국과 일본을 보면, 먹고 사는 문제를 굳이 경제와 정치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 것을 지키기 위한 대상을 굳이 구별하려는 관례에 기인한 것뿐이다. 저자처럼 FTA로 한반도 통일까지 염두에 둘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FTA는 정치경제학의 사안이다.
  개인적으로 FTA는 찬성이고, 많은 이들도 공감한다. 특히 시장 헤게모니를 갖고 전세계에 Hegemony를 휘두르고 있는 미국과의 FTA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미국의 시장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경제 발전을 결정할 만큼 되어 있고, 한국은 미국에 대한 편승전략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나라의 대표적 근거이다. GATT와 같은 다자간 협상체제도 사실 냉전 기간 동안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항하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뭉친, 그리고 미국의 시장지분을 더욱 얻으려는 국제 질서, 아니 자본주의 국가들의 체제이다. 더 많이 갖고 싶은 미국의 시장, 당연히 좋다. 한국이 가장 큰 실리를 취하지 않았는가? 비록 군사독재란 Risk는 얻었지만 ‘이대도강,’ 살을 주고 뼈를 얻는 전략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저자가 체결한 한미 FTA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바뀔 전망이다. 그나마 이익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다시 계약을 바꾸자고 이야기하는 미국을 보면 경제력 뒤에 있는 정치적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책 속에 언제나 느낄 수 있는 저자와 관련 공무원들의 헌신으로 인해 만들어진, 한국에게 그나마 유리한 FTA 조항은 사실 개선 혹은 개악될 것을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다. 노무현 정권 때 이라크 파병을 하면서 얻었던 좋은 조건은 이미 정권이 바뀌면서 사라졌고, 또한 한국 정부도 바뀌었고 미국의 정권도 바뀌었다. 조건이 바뀌면 결국 기존의 안은 미래의 안을 위해, 마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듯, 바뀔 운명이었다. 어차피 국제사회는 말이 좋아 사회이지 정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어쩌면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악수라는 표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순진한 발상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미국과 NAFTA를 체결한 멕시코가 이 조약을 통해 통상이나 전체 투자에서 이익을 얼마나 얻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멕시코가 얻은 이익이 마낄라도라일 뿐 도리어 국내 사정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미국 내에서 멕시코 경제를 가르치는 학자들의 입을 빌린다면, 효율을 지향하는 통계수치와 국내 안정이 과연 얼마나 정의 관계를 갖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재편과 그에 따른 혜택을 말할 수 있겠지만 FTA는 국내안정에 도리어 역행하는 성질이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말했지만 FTA를 통해 손해 입을 부분에 대해선 복지적 관점에서 해결하란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국내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계를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FTA를 통해 이익을 얻는 세력이 복지예산이라도 만들어줘야 하는데, ‘통 큰 치킨’과 같은 ‘통 큰’ 시리즈 한방에 소상인들의 경제기반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면, 과연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과일이 누구에게 갈 것이고, 그것이 한국 장래에 좋은 것만을 줄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차라리 FTA를 통해 국내 산업을 효율적으로 재편하니까 저출산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고령화 사회는 필연적이니 감내 좀 하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저출산에 대해 고민한다는 식의 발표는 차라리 안 했으면 했다. 재벌이 한국국민들을 불법적으로 구타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결코 Angel이 아니란 사실은 한국인 모두가 공감한다.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인 정부를 더욱 약화시키는 것이 사실 FTA일 수도 있다는 여론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매우 믿을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과연 자동차 판매하는 재벌이 국내 안정을 위해 얼마나 이익 분을 내놓을지 의심스럽다. 그것을 갖고 차라리 중소기업이나 소상인을 옥죄는 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한국 재벌이 수출로 얻은 이익을 어떻게 배분했는지를 보면 답이 나올 것도 같다.
  저자의 우국충정은 책의 다양한 곳에서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힘든 여정에서 국가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나마 복지부동의 관료사회에서 이 정도의 관료가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는 Ivy league로서 모든 이들의 선망 대학이며, 개인적으로도 그들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다만 미국식의 계산 방식으로, 그리고 철저한 효율성 측면에서 모든 것을 다루는 미국적 지식인이 과연 전세계의 모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의아스럽다. 경제적 성과가 제대로 분배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내성이 약해지고, 위기에 처했을 때,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사례는 세계사적으로 많다.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교과서로 채택한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 처해지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결과를 너무 수치에 치우친 결과란 생각이 든다.
  뉴질랜드와의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업을 위한 이민을 받아들이도록 추진하는 내용에선 좀 당황스러웠다. 뉴질랜드로 한국농업이민자들이 가도록 함으로써 장래의 식량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인데 과연 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에 식량을 제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들이 한국문화를 유지하려고는 하겠지만 과연 얼마나 손해를 감수하고 식량을 제공할지 말이다. 국가를 벗어난 동포라고 해도 경제적 손실을 따지지 않을 만큼 민족적 정서가 경제적 효율을 넘을 수 있을지 말이다. 또한 중국과의 Safe Guard 역시 사문화될 정도니 사려져도 그만이라고 하지만 이건 장래에 대한 관점으로 인해 논란이 많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백두산이 화산폭발을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않을 것이란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의 생각 중 상당 부분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이 보였다.
  또한 많은 경력과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이분법적인 주장이 책의 상당 부분에 있는데 개인적으로 옳은 판단이라고 느껴지는 곳은 많지만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 역시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저자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쪽을 거의 적으로 취급한다는 인상을 느낄 만큼 다소 과격한 어휘를 구사한다. FTA 담당자로서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하다. 정보 제공에 있어 한국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을 실망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래서 불신을 갖게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FTA에 대한 내용은 한국 국민들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의 파급력이 큰 만큼 당연히 반대는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반대야 말로 한미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힘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이것이 협상력일 것이다. 다만 진보진영에서의 비판이 과연 비합리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스크린쿼터가 결국 개방 쪽으로 갔다는 것으로 안다. 대신 한국 영화계도 대형화됐고, 그에 따른 변화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계 스텝들은 사회 전반적인 비정규직처럼 변했고, 한 때나마 인기를 누렸던 감독이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스크린 개방은 결국 있는 쪽에선 대형화로 인해 능력을 배양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안 되는 쪽은 붕괴하는 것이다. 붕괴된 인력을 다시 소생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것과 같은 것이다. 스크린 문제로 유추하면 이것은 모든 산업과 경제영역으로 확대가 될 것이다. 쌀만 보호한다고 농촌을 다 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국내문제로 큰 시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개방이나, 대충 보조금으로 입막음 하기만 한다면 FTA를 통해 얻는 이익은 얼마가 됐든 결국 저출산과 같은 문제로 그 사회는 중병을 앓게 될 것이다. 차라리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대중화를 추구했다던가, 중소기업 활성화를 모색하든가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사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었지, 재벌들의 활력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결국 가계의 희생으로 살 찐 재벌들이 ‘Trickle-down’을 한다면서 사회의 계급화를 양산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사회가 Pie가 적어서 빈부격차가 심해졌다고 할 수 없다. 집 적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이 아닌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르겠다. 과연 어떤 것이 최고의 방법인지. 저자의 노력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저자가 그렇게 싫어하는 진보진영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든 FTA를 통해 한국 사회는 재편될 것이다. 그것이 과연 한국사회의 안정과 미래를 위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은 싫든 좋든 10년 이후의 판단일 것이다. 이 책 역시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나왔으면 더욱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 하면 그 땐 지금보다 더욱 명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NAFTA 이후 Salinas 대통령이 멕시코를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돌아왔는지는 현재 모르겠지만 체결 당시 멕시코 국민들이 많이 화가 났었던 것 같다. 지금도 멕시코 국민들이나 아니면 캐나다, 심지어 미국국민들까지 좋아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구체적 자료를 얻을 수 없는 개인적 입장 때문이겠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다. 다만 좀 더 이후에 한미 FTA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 그 때, 다시 저자가 ‘한미 FTA 10년 후’와 같은 책을 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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