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1주

  코미디언 심형래 감독이 피가 낭자하고 폭력이 가득한 조폭 영화를 만든다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비웃을지 모른다. 자기 분야에나 열심히 하라고 충고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겠고, 그 이상의 비난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심지어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조차 든다. 그런데 코디미언이 폭력적인 영화를 만든다?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할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최근 작품인 ‘라스트 갓파더’는 심 감독 특유의 코미디적 요소가 중심인, 그야말로 코미디 작품이다. 원래 자기 출신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예술인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특성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 2의 천성을 철저히 망각할 채, 코미디언이면서도 피가 가득한 무서운 조폭 영화만을 만드는 감독이 있다면 다들 믿기 힘들겠지만 그러나 엄연히 일본에 존재하며, 그가 만든 영화 역시 초지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그의 이름은 이미 명감독의 반열로 가고 있는, 아니 어쩌면 이미 이르렀는지 모를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다.
  그는 지금도 현역 코미디언이다.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입지도 탄탄하다. 이 둘을 병행하면서 그는 두 개의 이름을 병용한다. 아마도 이름에 따라 그가 각각 평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모르겠다. 코미디언 이름은 ‘비트 다케시’로 불리면서 배우이자 감독으로 작업할 땐, ‘기타노 다케시’로 불린다.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로 만든 영화들은 거의가 조폭이 주인공이고, 엽기적인 폭력, 아니 폭력의 한계를 묘사하듯 거친 내용과 화면으로 가득 찬다. 그의 최근 영화인 ’아웃 레이지‘ 역시 조폭들의 영화이다.
  ‘아웃 레이지’는 잔인한 폭력이나 쉼 없는 살인 등은 그렇게 변한 것은 없지만 그러나 과거의 영화와는 달리 야쿠자들이 매우 비열해졌고, 배신과 음모가 주를 이룰 정도로 그의 영화에서의 야쿠자의 캐릭터가 다소 변한 것 같다. 아마도 그가 보는 세상이 변한 것 같다. 그래도 2010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을 보면 그는 아직도 건재한 것 같다. 
 

 

  그의 과거의 작품들은 너무 많고 또한 볼만한 걸작들이 또한 많다. 죽음의 미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찰 문제까지 확장하고 있는 그의 미학으로 인해 한국에서도 그의 고정팬들이 많다. 비록 극장을 통한 개봉작보단 다양한 경로로도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의 미학을 충분히 즐기는 관객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제 그가 보여주는 미학을 통해 그의 영화 세계를 확인하는 것도 무척 의미 있는 것이리라.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하나비,’가 우선 뽑힐 것이고, 미국에서의 야쿠자를 담은 ‘브라더,’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보다는 비트 다케시로 나타난 ‘기쿠지로의 여름’ 역시 생각난다. 
 

하나비
 

 

  어느 경찰의 비극을 다룬 이 영화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을 만 하다. 경찰이었지만 경찰의 비극을 떠안게 된 ‘니시(기타노 다케시)’의 행로는 비극 그 자체다. 자기 동료와 후배의 죽음 앞에서 경찰직까지 그만두고 야쿠자에게 고리대금으로 빚을 지게 된 ‘니시’는 한 때 경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털게 되면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야쿠자에게도 쫓기고 경찰에게도 쫓기는 ‘니시’의 모습은 서글픔 그 자체겠지만 그것을 승화하듯 아내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은 영화에서 아름답게 형상화된다.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둔 시한부 인생의 아내의 소망인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하게 된다. ‘하나-비’의 뜻은 ‘불꽃(놀이)’란 뜻으로, ‘하나(花)’는 삶과 사랑을, ‘비(火)’는 총화 즉 폭력과 죽음을 상징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이 영화로 일본 영화제는 물론 감독이 이후 4년만에 주연과 감독을 겸한, 그의 7번째 작품으로 제54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함으로서 세계적인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브라더 
 

 


  만약 야쿠자가 미국에 간다면?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서 야쿠자로서 생활한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계약으로 행동하는 미국인들에게 있어, 충성과 의리로 대변되는 야쿠자 문화는 매우 독특하고 희한할 것이다. 일본 도쿄에서의 야쿠자 생활에 실패하고 자신의 동생이 살고 있는 미국 LA로 간 어느 야쿠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야쿠자가 미국에 있는 멕시코 갱단은 물론 마피아들과 경쟁하면서 흥하고 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쿠자 문화에 동화되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동양에 감복하는 서양인이라고 하면 좀 억측이겠지만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처럼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특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야쿠자들의 기본적 예절과 행동 방식, 그리고 조직을 위한 몸가짐 등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런 소재를 갖고 제작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흥미로운 사건들과 재미가 풍성하다. 역시나 잔인한 폭력은 사라지지 않지만 인간미가 물씬 흐르는 일본 야쿠자인 ‘야마모토(기타노 다케시)’와 그의 일본 조폭 부하들의 매력은 무척 인상적이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함을 유지하고 있는 ‘야마모토’의 모습은 기타노 다케시가 언제나 담고자 한 그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배려 역시 야쿠자지만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자 한 결과일 것이다. 

 

기쿠지로의 여름 

 


  아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중 거의 유일하게 피가 낭자하지 않은 영화일 것이고, 장래에도 유일할 것만 같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입장에선 새로운 시도였을 것이고, 원래의 직업인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가 제작했다고 봐도 될 영화다. 폭력적인 영화에 대해 그가 내놓은 새로운 해법일 수 있고, 어쩌면 폭력영화만 할 줄 안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기 위해 내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주인공은 야쿠자란 점에서 그는 기타노 다케시란 속성을 계속 유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엄마를 찾으러 가는 어린 ‘마사오(세키구치 유스케)’와, 그를 보호하면서 엄마를 찾도록 도와야 할 사명을 띤,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전직 야쿠자인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의 즐거우면서도 감동적인 로드 무비인 이 영화는 언제나 사건만 일으키는 야쿠자의 엉망인 활약 속에서도 로드무비의 특성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한 헤어지면서 얻게 되는 인간적 매력과 성찰을 담고 있는 코미디 영화다. 서로 이름도 모른채 여행을 시작한 어른과 꼬마의 이 기이한 이 영화는 특별히 영화 마지막까지 기타노 다케시가 담당한 야쿠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왜 기쿠지로인지 잘 몰랐다가 맨 마지막에 ‘아하’하는 느낌을 얻게 된다. 여름방학이면 생각나는 이 영화에서 아름다운 일본의 풍광은 언제나 되새김질을 하듯 기억되면서 아름다은 그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