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올리버 스톤 감독은 언제나 현실적이고 날카롭다. 세상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망설임없이 비판했고, 그래서 그의 영화는 바로 현재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당연히 전세계를 위험에 빠트린, 자본주의의 추악한 사태인 2008년 미국의 월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스톤 감독은 그냥 포장하지도, 그렇다고 걷돌지도 않았다. 그는 그냥 들이밀었다. 가상현실인 어느 주인공과 미래의 어느 시점에 아내가 될 어느 여인 등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나 하려고 영화를 만들지 않은 것임은 확실하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모든 것들을 망가뜨린 월가, 바로 그곳을 보여주고 싶었고, 더 중요한 것은 그속에 있는 인간들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월가, 아니 진정한 자본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은 분명했다. 신자유주의라고 포장까지 됐고, 신의 영역으로까지 찬미된 자본주의적 생활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체제든 좋은 사람들이 중심이 됐을 때 유지가 가능하다. 착한 사람의 뜻이 무엇인가라는 논쟁이 붙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남을 배려하는 것쯤은 포함되겠지만 현재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자본주의엔 이런 배려심은 찾기 힘들다. 어차피 자본주의는 나만 잘살면 되는 것 아닌가 라는 기본전제가 주도하는 철학이니까.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는 그들이 비판했던 공산주의처럼 공멸의 위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기이했다.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경고하면서 책을 펴낸 작자가 다름아닌 월가의 악명높았던 금융가였단 사실이 말이다. 그야말로 영화의 진짜 주인공일 것이다. 어쩌면 영화 속에 그나마 존재하는 로맨스를 주도하고 여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그리고 화면 전체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제이콥(샤이아 라보프)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된 거짓된 주인공일 뿐이다. 그나마 순수하고 정의라고 말하기엔 낯뜨겁지만 자신을 키워준 은인을 위해 월가에서 복수하려는 그는 관객들이 원하는 캐릭터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겪고 있는 내용은 영화의 그 무엇도 아니고, 차라리 동화 같은 그일 뿐이다.
  게코는 그와 달리 영화의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그야말로 월가의 산증인이고 월가의 본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바로 탐욕 말이다. 금융사고를 저지른 후 11년만에 출소한 게코(마이클 더글라스)는 세상에 고해성사를 하듯 월가에 의한 금융위기를 예언한다. 영화 자체는 이미 월가가 대형사고를 친 후에 제작되어서 이미 다 아는 사실이어서인지 게코의 이야기는 구구절절 옳았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들 중엔 월가는 물론 금융이란 것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듣기 싫은 소리들이 계속 튀어 나왔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은행과 관련된 인사들이 위기의 월가에 대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을 때,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는 어느 인사에 대해, 정부의 보조와 사회주의 아니면 자본주의 모두가 공멸할 것이란 넋두리는 자본주의의 허약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한 자본주의란 체제의 목적이 모든 이들의 행복인지 아니면, 무엇을 희생시키든 자본주의란 수단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어떤 방식이든 사람들의 탐욕을 키워서 투기로 이끌었고, 그에 대한 피해가 생겼을 경우 자신들만 빠져나가겠다는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다. 공동체는 자본주의자들의 마음 속엔 존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추악한 모습이 다시 게코에게서 벌어진다. 그는 뉘우치기 위해 월가의 위험을 공격하는 책을 쓴 것이 아니라는 뒷부분의 장면들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그칠 리가 없는 탐욕 속에서 가족조차 버리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지만 이런 모습은 영화 상으로 작위적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피해로 커야 할 수밖에 없다면, 그 희생자가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방송에서 Mr. Doom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루비니' 교수의 잠깐 출연은 영화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잘못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며, 그것을 책임지란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인간들 중 월가에 이미 많은 인생을 산 자들의 모습은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려고만 하지,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인간은 이기주의니까. 따라서 그들의 탐욕에 대한 대가를 법으로 응징해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요원한 것 같다. 현실에서나 영화에서나 말이다. 참 힘든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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