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아리에티 - The Borrow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감독 ‘미야자끼 하야호’의 작품엔 이젠 없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 깨끗한 마음,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함께 있으면 좋다라는 동료애. 이런 것들은 경쟁이 격화된 이 세상에선 사실 찾기 힘든 멸종생물과도 같이 참 보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미야자끼 하야호’와 많은 공동작품을 한, 그의 수제자인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의 첫 작품은 자신의 스승이 갔던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창조성에 대해 비판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비슷함이 너무 반갑기만 하다. 그가 보여주는 세상은 지금은 보기 힘든, 그러나 보고 싶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동화에 대한 강한 갈증이 있다. 잠시 동안의 행복은 극장을 나서는 순간 사라지겠지만, 동화로 가득한 내용을 통해 풍부한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이 영화는 그래서, 매력 덩어리로만 느껴졌다.
  작은 인간인 소인들, 진부한 소재다. 분명 과거의 어느 이야기책에 등장해서이겠지만, 진부하다고 외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고 또한, 그런 진부함 속에서 도시인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 이색적인 볼거리로만 치장된 S/F 공상영화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포물은 기이한 모습을 통해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도시인의 정서엔 결코 부합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차라리 이미 어디선가 봤던, 미지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정서적이고 행복감을 준다.이 모양새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있던 인간의 욕망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들과 함께 은밀하게 산다는 설정은 현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즐거운 이야기 거리다. 동화에 나오는 설정이 바로 우리 옆에 있다는 환상을 주며, 다른 종류와의 더불어 살기에 대한 이야기를 즐거우면서도 동화처럼 이야기한다. 
  그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주인공인 ‘쇼우’가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느 외딴 집으로 온다. 이미 육체는 물론 정신적인 아픔까지 갖고 있는 듯한 주인공은 부모의 외면 아닌 외면 속에서 그들과 멀리 떨어진 채, 현실로부터 벗어난 동화의 한 고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마치 도시 속에서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상처입은 도시인처럼 말이다. 그 속에서 만나게 된 미지의 존재인 소녀 ‘아라에티’는 이제 그녀가 맞이할 세상을 보게 된, 그래서 성장통을 앓게 될 소녀다. 처음이기에 망설였지만 묘한 신비감에 이끌려 평범(?)한 인간들이 사는 세상으로 들어온 10cm의 작은 소녀는 위험으로 가득 찬 곳에서 자신이 꿈꿔온 낭만과 이국을 인간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이 둘은 어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설레임 역시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고, 길들여져 있으며, 그래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만남은 평범하면서도 낯설다.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은 있지만 간접적으로 맺은 관계에 대한 편견으로 그들의 만남은 언제나 주저를 먼저 하게 되고, 그리고 묘한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혼재해있다. 다른 세상의 것을 훔친다고 생각하기에 만남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갖고 있는 ‘아리에티’는 가난한 자들의 속마음일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런 소녀 앞에서 자신의 거친 목숨 앞에 마지막일지 모르는 동경의 세상에 대해 그가 하고 싶은 만남과 그를 위한 친절에 최선을 다하는 쇼우는 마지막이란 운명 앞에 마지막 소원을 빌고 있는 불행한 어느 소년의 모습이다. 그들 주변에 산재한 어른들의 삶의 방식은 그런 그들을 힘들게 한다. 그러나 간절하게 기다려온 소중한 인간관계와 우정은 그런 것들을 기우로 만들고, 자신들만의 멋진 인간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자신들의 세상에서도 이젠 흔하지 않은 좋은 인간관계를 구성하며, 상대의 행복을 진지하게 기원한다. 이것 역시 우리들에게 흔한 것이 아니다.
  부러웠다. 그들의 이색적인 만남도 부럽지만, 지금의 현대인에게 없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모습도 그랬다. 휴머니즘을 발산하는 그들의 만남과 위험 속에 생성된 타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점점 잃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질타로 보인다. 이젠 흔하지 않은 것들로 변한 인간의 우아함을 이젠 동화로밖엔 볼 수 없는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은 정말 안타깝기조차 하다. 경쟁으로 인해 서로 공유할 것들은 사라졌고, 과시를 위한 것들을 얻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은 동화의 주인공들이 보기엔 역시 낯설 것이다. 어서 빨리 그들의 세상에서 지배하는 가치가 우리들의 가치로 어서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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