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 방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김인권은 자신의 옷을 제대로 입었다. 앞으로도 그의 미래에 찍을 영화들은 있겠지만 아마 이 독특하고 괴이한 분위기의 웃기는 영화가 아마도 그의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기우이길 바라지만 영화 최대의 수확 두 가지 중 하나라면 주연배우 김인권의 탄생이란 것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다문화 문제를 직접 앵글로 다루면서 한국사회의 이면으로만 남았던 부분을 영화로 끌어낸 영화, 그 자체다. 영화는 매우 재미있었고 유익했다. 그것도 가슴 아프게 말이다.
  한국이 변했다. 현재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이란 말보다 대한민국이란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된 어휘가 된 상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말만 쓸 수 있는 사람들이 국민인 나라에서, 언어가 다른, 다양한 국가들 출신들이 함께 사는 나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일종의 통과의례였으면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이 싼 맛에 들여왔고, 그것도 제대로 월급도 주지 않으면서 착복하는 그런 모습이 사실 한국에선 매우 자연스럽다. 한국은 변해도 나쁘게 변하고 만 것이다.
  탐욕에 멍든 기업인들은 분명 한국사회는 물론 아시아의 모든 사람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처벌하는데 인색한 한국은 분명 악당의 모습, 그대로이다. 앞으로 변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희생이 따를 것이고, 그것은 단순히 머나먼 타국에서 온 이들만의 희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일거리가 없어 최악으로 내몰린 오늘날의 젊은이들 역시 꿈을 잃긴 마찬가지다. 기업인들은 약자들의 땀과 고혈을 짜내는데 혈안이 되고 있고, 약자는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가리지 않는다. 외국인 수입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오직 저렴한 노동력일 뿐,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한국의 상류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외국인들이 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의 상류층들 중 군대 도피를 위해, 해외출산원정을 떠나는 마당이고, 미국 국적이라면 어떤 비용이라도 마다하지 않은 것 역시 현실이다. 한국은 이렇게 엉망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그런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두 가지 이름과 국적을 갖고 있다. 한국 이름은 ‘방태식’이고 부탄 이름으론 ‘방가’였다. 한국에서 정상적인 한국인으로선 취직이 안 되기에 자신의 국적까지 바꿔야 하는 청년의 모습은 ‘88만원 세대’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가 바꾼 국적인 부탄이란 나라는 불쌍한 나라이긴 마찬가지다. 아니 그 나라에서 불쌍한 사람으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온 것뿐이다. 그래서 그가 한국인이든 부탄인이든 그의 모습은 불쌍하기 그지 없었다. 멀리서 오든 가까운 곳에 있든 돈이 없어 불쌍한 것은 마찬가지일 뿐이다.
  한국인이지만 부탄인이 되어 돈 버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돈 한 푼 벌기 힘들어 자신의 국적을 버려서라도 생존해야겠다는 노동자로 떨어져버린 한국인의 비애를 슬퍼해야 할까? 아님 한국사회의 비극을 기막히게 조롱하고 풍자한 구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얻고자 한 베트남 여자와의 사랑은 아름답기만 할까? 그 뒤에 있는 슬픈 배경과 과정, 그리고 행복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즐거운 재미를 맘껏 선사하면서도 끝날 때 느끼는 비감은 묘한 대조가 된다. 비정규직도 아니고, 도망을 다니거나 도피를 하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극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비정규직은 도망 다닐 필요는 없지만 외국인들은 도망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비극을 넘어선 희극으로 극을 이끌었고, 매우 효과적이었으며, 또한 많은 생각을 하도록 이끌었다. 사실 영화라면 해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만들어준 것이다. 기대하지 않은 대단한 수확을 얻은 느낌, 바로 그것을 이 영화에서 얻었다. 무엇보다 건방져 버린 한국인들에 대한 질타는 웃기면서도 뼈아팠다. 한국인 모두가 비겁하고 악랄하진 않겠지만 방관자라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자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책임의식은 가져야 할 것이다. 안 그런다면 정말 나쁜 국가의 국민이 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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