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는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영화엔 그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발한 상상력은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감동을 줄 수 없고, 깊은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영화는 그런 것을 넘어 깊이 있는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으며, 감독 ‘크리스터퍼 놀란’의 과거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고달프지만 의미 있는 작업을 통해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사실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서 그랬고, 그 전 작품에서도 그랬다. 감독의 탁월한 인식이 부러울 뿐이다.
  인간의 깊은 내면은 어쩌면 인간이 알지 못하는 공간인 것 같다. 자신의 것이지만 결코 알 수 없는 내면, 그것은 인간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것들이 잠재해 있다. 그런 잠재적이고 추상적인 인간의 내면과 연결되어, 그 내면을 형상화하는 매개체는 꿈이다. 최소한 서양은 그렇게 여기고, 또한 연구되고 있다. 꿈의 이해를 통해 인간 내면을 연구하는 심리학 등은 그래서, 꿈에 대한 해석을 중히 여긴다. 그런 꿈을, 영화 ‘인셉션’은 매우 기이한 서사를 통해 또 다른 세계이면서도 현실의 인식이 현실화되는 공간으로 꿈을 구성했다.
  이해하기 무척 힘들었다. 과연 내가 꾸는 꿈 속에서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는지 지금 역시도 궁금할 정도다. 언제나 수동적인 공간으로만 알고 있는 꿈이란 가상적 공간이 계획과 의지가 통용되는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에서 기발함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없는 굉장한 인상을 받았다. 또한, 꿈 속에서의 세계를 꿈으로 가기 전에 만들 수 있고, 그 꿈 속에서 다시 꿈을 꿀 수 있다는 이야기는 불가해한 이야기였다. 이런 꿈에 대한 괴이한 인식은 이상하게도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독특한 구성으로만 이 영화가 관객을 끌려 했다면 그것은 수준 낮은 작품이 됐을지 모른다. 영화는 꿈이란 매체를 통해 볼 수 있는, 인간이 감추고 싶은 내면을 드러내면서 인간의 허약함은 물론, 인간의 본질로까지 영화의 앵글을 비추고 있었다. 어쩌면 이 점이 이 영화의 강한 매력이었던 것 같다. 감추고 싶다는 것은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잊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감출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다. 정신 한 켠에 잠재하면서 현실의 자아의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생각의 근원인 이것들은 인간의 가장 가슴 아픈 상처로서, 언제나 스스로의 열등감과, 비애감, 그리고 현실 속에서의 공포로까지 존재한다. 또한, 이런 죄책감과 함께 갈망은 또 다른 잠재적인 힘으로써 현실의 자아를 움직이고 통제한다. 자신의 죄책감으로 인해, 현실로 돌아오길 망설이는 자아의 행동에서, 결국 세상은 인간에겐 가장 큰 두통거리이자 불만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구도 속에서 보이는 것은 현실에 대한 인간의 불행과 불만, 그리고 공포다. 현실을 살면서 언제나 위험의 일상화에 힘들어하는 인간은 꿈이란 매개체를 통해 현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이라고 표현하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도 사실은 행복에 대한 실패를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꿈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면서 주인공과 관객이 만난 것은 일탈이라도 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아닌, 죄책감과 소외감으로 억눌려있던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었다.
  꿈은 그런 공간이었다. 그나마 일탈이자 행복의 공간으로 볼 수 있는 꿈 역시, 현실과의 연계성 속에서 인간의 도피를 자극하는 공간일 뿐, 결코 영원한 행복을 보장해주는 공간이 아니며, 어쩌면 현실과 다르지 않은 고통의 공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힘들어하는 인간의 모습은 갈망을 통해 그것을 벗어나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이는 구도에선 매우 힘들어 보인다. 어쩌면 인간의 세상살이 역시 그런 것이리라. 그래서 매우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 켠엔 슬픔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속편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을 것만 같다. 꿈 속에서 시간이 5일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획된 이상, 영화는 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더 보여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들, 매우 궁금하다. 그 속에서 인간의 불행을 벗어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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