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 - 당신의 발걸음에 이유를 묻다
배성아.김경민 지음 / 나무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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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부터인가 현대인들은 불행해져만 갔다. 왜 사는가 하는 문제는 사치스런 것이 됐고, 왜인지 모르지만 힘겨운 경쟁 속에서 헤매기만 했다. 인생의 목적인 행복이란 단어를 잊고 현대인, 그들에게 유일한 행복은 어쩌면 힘든 세상으로부터의 일탈일 것이다. 살고 있다는 것이 즐겁지 않은 요즘, 여유는 분명 도시와 사회생활에선 찾기 힘든 것들이다.
  여유가 대안일 것이다. 행복이 가까운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매일의 생활에서 확인한 현대인들은 그래서 지금의 시공간과는 차별되는 공간으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현대인이 꿈꾸는 여유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인간적인 훈훈한 관계 역시도 말이다. 일탈을 꿈꾼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의 그 무엇들을 버리는 과정이다. 저자는 그런 대범함을 실천, 독자들에겐 어딘지 낯선 곳들로의 여행이 담긴 에세이를 우리들에게 남긴다. 
  이미지는 작지만 인상적이었고, 글은 짧지만 여운이 깊었다. 작지만 풍부한 이미지 속에 담긴 여행지의 매력은 확실히 도시와는 차별됐다. 인간이 꿈꾸는 낙원이 갖춘 소박함, 인간미, 그리고 여운은 책이 담긴 내용을 넘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들이었다. 특히 가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공간에 담긴 묘한 이미지들과 환상은 언제부터인가 잊고 살던 이상향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책 속에 담긴 시 같은 글들은 여백의 미 속에서 인간미를 물씬 드러냈다. 어느 순간 삶의 여백이 세속의 것들로 채워지면서 잃어버린 생활의 미는 저자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현대의 것들로부터 벗어나고자 그녀는 일탈을 시도했고,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여행, 벗어나고픈 일탈행위다. 그러나 단순한 충동이 아닌 자신의 과거를 성찰하고, 과거의 인연을 되새김하고, 자신의 행복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다. 찌들고 찌들어버린 일상의 권태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자신만의 진지한 시간을 얻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저자의 에세이는 그래서인지, 기행의 멋진 아름다움과 상쾌한 공간적 매력을 이야기하기보단, 과거의 인연에 대한 추억과 아쉬움, 그리고 자신이 잊고 살았던 따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여행을 하기 보다, 자신의 그 무엇을 찾으려는 고행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매우 색달랐다. 여행기라면 느끼는 평범한 상식을 넘어, 마치 자신의 인생을 찬찬히 살펴보는 듯한 시간을 얻었다. 이런 인식의 시간은 어쩌면 현대인 모두가 갖고 싶은 갈망이리라. 어느 순간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무덤덤해지고, 가슴 아파하면서도 잊으려 노력하는 현대인들은 생황의 여유로움도, 인생의 진미도,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거세당하고 말았다. 생활하는 이유가 단순한 생물학적 생존 정도로만 떨어진 상황이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자의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언어들 속엔, 그러나 갈등과 갈망이 숨겨져 있다. 얻고자 했지만 결코 얻을 수 없었던 고통과 번민들이 무수히 담겨 있었다. 거기에 과거의 상처는 여행하는 도중에도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것들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도망하고 싶었던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위태롭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여행 에세이의 어조는 무척 어둡기만 했다. 어쩌면 일탈이 아닌 도망을 위한 에세이가 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탈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녀의 여행은 어쩌면 일탈이 아닌 해결해야 할 숙제들을 풀기 위한 자신만의 시공간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매우 현명한 선택인지 모른다. 아무것도 치유될 수 없는 현대의 도시와 사회라는 공간에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전무한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벗어나야 하는 것이고, 자신의 고통과 번민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용기가 없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정면으로 맞서는 것인지 모른다. 이런 모습, 어쩌면 현대인들이 갖고 싶고, 또한 가져야 할 치료약일지 모른다. 정말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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