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보다 감독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한 영화라는 것은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썩 유쾌한 관심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결국 영화 자체로서 매력을 발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여자 연기자 중 하나로 평가된 구혜선, 그녀에게 감독이란 호칭은 낯설기만 하다. 아니 부적절한 것이다. 감독이란 호칭이 붙기엔 경력은 너무 일천했고, 데뷔는커녕 연기 생활 자체도 그다지 길지 않아 보인다. 과거의 그녀가 무엇을 보여줬던, 영화를 만든 풋내기 연기자란 느낌은 어쩌면 엄청난 한계로 보인다. 차라리 그녀가 단역으로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이 화제가 된다면 더 좋았을 정도다. 그런데 그녀는 과감히 감독으로 데뷔했고, 그 시작이 ‘요술’이었다.
  의외였다. 또한 시작이 결코 독립영화와 같은 신참감독의 통과의례는 아닌 것으로 보였을 때, 조금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시작이 자칫 가혹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신인에게 주기엔 너무 어렸고, 너무 경력이 짧았고, 그리고 너무 신선했다.
  다행이란 생각이 그래도 들었다. 그녀의 음악적 능력을 뽐낸 앨범을 들었을 때도, 자신의 그림이 담긴 소설에서도 그녀는 아슬아슬한 모험을 했지만 평가는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새로운 모험이 자칫 위험하단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는 잘 넘겼다. 영화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분명 그녀의 도전은 긍정적일 것만 같다. 영화는 음악이란 요소를 통해 이어지면서 현실감과 환상, 그리고 뮤지컬같은 효과를 느끼게 하며, 대중영화로선 보이기 힘들었던 과감한 도전을 영화에서 일삼았다. 결코 대중적인 작품에선 보이지 않았던 과감한 시도였고 도전이었다.  어딘지 모를 신선한 이미지와 구성, 과거와 현재로 넘나들면서 보이는 한 남자의 아련한 추억과 고통, 그와 반대이듯 즐거운 아카펠라의 노래는 영화에 색다른 인상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런 음악적 구성에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 속에 보이는 다양하고 고전적인 음악들은 어린 감독으로서 보일 수 있는 새로운 매력처럼 다가왔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 속에 이루어진 다양한 상징성은 종종 이해하는데 있어 힘들게 만들기도 했지만, 아련한 추억을 만들어주었고, 인물들의 갈등의 수준을 형상화하고 또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에 역시 큰 힘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신선한 이미지를 창출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사랑,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면서도 영원한 갈등과 번민의 원인이기도 한 이 감정을 ‘요술’에서 소재로 선택했다. 영화에서 선택한 묘한 삼각관계는 그러나 둘 사이에 낀 묘한 한 인간의 모습은 항상 갈망을 하면서도 결코 얻을 수 없는 타인의 마음 앞에 한없이 약해지고, 또한 한없이 고통스러워한다. 가까이 있을 것만 같지만 결코 가까이 갈 수 없는 고통의 심연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묘한 대치를 이룬다. 매우 컸던 기대가 점차 약해지는 과거와, 그 과거로 인해 힘들어한 중년의 모습은 과거로부터의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길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된 것에 대한 아련한 추억, 정신적 Trauma, 그리고 그 속에서 방황하는 한 인간의 모습은 나약하기만 하다. 그 나약함 속에 보이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편린, 그리고 현재에도 잊지 못하는 갈망 등은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였고, 영화는 설득력 있는 구성을 갖고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인간은 허약한 것인지 모르겠다. 사랑도, 우정도,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운 마음도 잃어버린 그의 모습은 과거의 투영을 통해 감상적으로 그려진다. 현재와 과거의 투영이 빚은 해변에서의 ‘문’은 과거와 현실을 환상과 상상의 세계로 만들면서 한 사람의 갈망과 현실, 그리고 고통에 대한 해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랑에 앞서 남녀 세 명 사이에 있었던 우정에 대한 망각을 해소하고, 그들의 인간적 우애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장면에서 나이를 통해 얻어지는 현명함이 아닌, 직접 그 고통에 스스로 다가서면서 그것에 대한 새로운 도전만이 인간적인 문제를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은 어쩌면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있었던 것 같다. 좋은 결론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속마음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즐겁기도 하면서도 비극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영원한 예술의 주제이자 소재인 사랑을 주제로 다가왔다. 어쩌면 진부한 주제에 진부한 결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구성이나 내용, 그리고 화면 등이 솔직히 보였다. 그러나 모든 것에 그렇듯, 탄생의 비밀은 하늘에서 갑작스레 온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도 그 새로움 뒤에 있던 어떤 현명함이 있음은 당연한 것이리라.  중요한 것은 그것을 빚어낸 예술가의 능력이란 느낌이 든다. 그런 예술가의 능력이 30이 넘지 않은 어린 여성 연기자에게 나왔다는 것이 무척 반갑다. 영화를 이야기하기보다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좋은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미래가 기대된다. ‘워핏(2009)’의 드류 배리모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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