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영 (Ga Young) - Flor de Tango (탱고의 꽃)
피아졸라 (Astor Piazzolla) 외 작곡, 가영 (Ga Young)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나와 Latin은 관계는 무한하다. 과거 Mexico의 Tijuana에서의 잠깐의 체류는 나에게 강한 인상을 끼쳤다. 그리고 내 또 다른 고향인 Arizona, Tucson 역시 라틴을 공부하기 위해 간 나의 유학 장소였다. Mexico와 국경을 접한 Arizona는 라틴을 공부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역시 나의 닉네임인 ‘Novio’라는 스페인어는 나의 또 다른 상징이 되고 있다. 나와 무관하지 않은, 아니 나의 또 다른 반쪽이 되고 있는 라틴은 지금까지 내 학업과 연구의 대상이었으며, 지금 역시 무관하지 않다. 그들의 사회문화, 그리고 정치와 경제는 언제나 내 연구의 상대였고, 그들로부터 얻은 지혜는 끝이 없다. 그래서 라틴의 문화, 그리고 예술은 언제나 날 흥분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의 Tango 역시 나에겐 흥분을 일으키는 중요한 존재다.
  Tango, 정열의 노래다. 그러나 그 속엔 타오르는 분노와 절망, 그리고 한이 서려있다. 그래서 슬프다. 정열과 한이 역설적으로 관계하고 있는 이 기묘한 음악은 아르헨티나의 슬픔과 그 인내를 담고 있다. 강한 절도 속에서 피아노와 현악기의 강한 리듬은 결코 슬픈 감정을 공유할 뿐 결코 편안하거나 즐거운 하루를 연상시키지 않는다. 그게 Tango다.
  Tango, 거칠다. 현악기는 파괴적인 리듬을 통해 드럼보다 더 강한 비트를 들려주며, 피아노는 전자악기보다 더 파괴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런 강함 속에서도 슬픔을 형상화하는 여유와 감미로움을 동시에 갖춘 genre다. 이민자들의 천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마음을 Tango는 슬픔을 여유와 힘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어두운 밤의 어느 Bar에서 자신들의 마음을 달래고 그들 간의 흥겨움을 위해 마련된 Tango는 어느덧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 우리 모두가 즐기는 음악이 됐나 보다. 그래서 이런 이국의 음악을 아르헨티나에선 이방인인 가영 (ga young)은 이질감을 느낄 수 없도록 표현하고 있다.
  가영, 대단한 음악가이다. 그리고 너무나 반가웠다. 듣기 힘든 Tango란 Genre를 갖고 이 독특한 앨범으로 나의 라틴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 줘서이다. 또한 이질적인 문화 속에 나온 음악 Genre를 라틴의 방식으로 해석한 점에서도 그렇고 어떤 새로운 감각의 재즈적인 감성까지 불어넣고 있다. Viola의 수준 높은 감성을 정열과 우울, 그리고 고전과 현대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능력은 개인적인 경험으론 듣지 못했다. 아마 내가 들었던 최고의 Viola 연주자이다. 그리고 그녀의 음악 역시 무척 만족스럽다.
  첫 번째 음악인 [인생의 회전목마]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의 친근함이 묻어나지만 그러나 어딘지 모를 비극성을 내재한 곡이다. 그러면서도 우아함이 깃들여 있는 이 곳은 Viola의 감성이 가장 잘 실현된 음악일 것 같다. 무거움과 연약함이 동시에 표현되도록 한 피아노와의 절묘한 조화는 그들의 연주 능력만큼 뛰어나다.
  세 번째 음악인 [La Cumparista]는 가장 Tango적인 노래로 역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음악인 것 같다. ‘플라멩고’의 강렬한 리듬이 들리는, 도시 하층민들의 우울함이 기묘하게 결합된, 이 음악엔 도시 속의 우울을 공유한 남녀의 춤이 멋지게 연상된다. 특히 Viola의 구슬픈 음악은 춤곡이면서도 어느 비극의 서사가 느껴진다.
  [Tango Blues], 천천히 시작되는 음악은 긴장을 고조시킨다. 언제나 타악기에 버금가는 피아노의 강한 리듬은 어느덧 고요한 밤거리를 연상시키듯 차분하다. 그런 배경 속에서 한 Viola의 연주는 마치 갈곳 없는 도시인의 심정을 위로하듯 유연하게 들린다. 클래식 기타와의 조응은 그런 유연함과 우울함을 동시에 들려주면서도 어느 순간 느끼는 정열을 들려준다.
  재즈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Cabaret]은 확실히 화려하고 우울한 밤거리의 노래다. 종종 들리는 피아노와 Viola와의 불협화음은 듣는 이를 긴장시킨다. 고전기타 역시 ‘쇤베르크’의 무조음악을 들려주듯 묘한 기분을 만들어 준다. 뉴에이지 풍의 이 Tango는 어느덧 전위음악과도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Pablo de Malaga], 좀 기묘한 제목이다. 말라가의 피카소를 의미하는 것 같다. 음악 속에서 느껴지는 아랍풍의 음악 역시 이채롭다. 오랫동안 이베리아 반도의 주인이었던 사라센인들(무어인)의 문화적 영향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런 민족의 후손이 건너와 세운 나라인 아르헨티나 역시 그런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기이하게 증명하는 노래인 것 같다.
  [Valse Triste No.2], 역설적인 제목이다. 신나는 춤곡의 대명사인 왈츠가 Tango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느 순간 도시인의 우울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내 음악적 지식의 한계가 있어서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우울한 왈츠를 들어본 적은 없다. 환상적인 피아노의 선율 속에서 Viola의 애절한 감성이 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어떤 서사를 느끼게 만드는 이 곡이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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