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휴식을 묻다 : 52명의 작곡가가 말하는 휴식 [10CD]
드뷔시 (Claude Achille Debussy) 외 작곡, 바렌보임 (Daniel Ba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CD들에 대한 정보를 보고 믿기 힘들었다. 10장 짜리 클래식 CD의 가격을 보고 말이다. 그래서 알라딘에 문의까지 했다. 혹시 아주 간단하게 만든 일종의 메들리 CD일까 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뉘앙스는 전혀 없었다.  막상 구입해보니 놀랬다. 이건 메들리도 아니고 수준 높은 클래식을 담은 좋은 음반들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합리적인 가격이 뭔지를 모르겠지만 가격 파괴가 이 10장 짜리 CD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에겐 왜 이런 높은 수준의 클래식 앨범이 다소 작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클래식의 몰락을 의미할까? 아니면 CD의 몰락? 좀 혼란스럽다. CD 속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은 하나같이 다 뛰어난 수준이다. 솔직히 잘 모르는 음악가들이지만 그들의 연주를 들을 때면 다들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름다운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 섬세한 피아노, 그리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 등을 담고 있다. 만약 내가 이 CD를 구입하는 선택에 직면했을 때, 가격에 홀려서 처음부터 트롯 메들리 정도로만 꾸려졌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을 것이라면 결코 구입을 못 했을 것이다. 참으로 범접하기 힘든 뛰어난 음악들이 그냥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들의 실력이 이런 가격으로 평가될 수 없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게 됐나 보다. 음악에 대한 표현은 하나도 없이 넉두리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흐 작품을 단돈 5만원에 산 느낌이다. 그렇다고 산 사람이 큰 횡재를 했다고 느끼겠지만 문제는 그런 구도와 상황이 너무 슬프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픈 사연이 있는지, 아님 좀 더 대중적으로 가깝게 다가오기 위한 클래식의 도전이 이 CD에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노동과 능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이것을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 지를 조금이나마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대중적으로 클래식이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뛰어난 명반을 냈다면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바흐나 베토벤이 지금 현생한다면 뛰어난 랩이나 R&B를 만들었을 것이다. 음악은 시대의 차이는 있어도 보편성은 존재한다. 그런 보편성을 다 함께 누리려는 이런 클래식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부응한다면 우리 역시 풍요롭고 아늑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지간하면 광고 멘트를 하고 싶지 않지만 이 앨범만큼은 예외다. 다른 분들이 이 앨범을 많이 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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