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발견의 기술 - 상상, 통찰, 직관의 마케팅
황민우 지음 / 마젤란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마케팅 연구자의 책이라는 선입견이어서인지 사업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도움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은 시장이란 이면에 자리잡은 인간에 대한 본질과 그 규명을 담은 이야기였다. 언제나 이듯 모든 연구와 학문은 결국 인간에 귀착되며 그들을 연구하게 된다. 이 책 역시 인간들로 구성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회사와 기업의 전략들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한 규명과 그를 통한 발전 전략을 담았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왔다.
  이 책은 인간의 합리적 특성보단 감정적, 아니면 본능적 측면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학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극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에서의 주장을 이 책의 저자는 과감히 받아들이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보다 감정적 측면의 중요성을 간파한 책이다. 이런 행동경제학의 주장을 시장의 발견과 확대 등에 적극 도입하는 것이 이 책의 저자는 은연 중에 밝히고 있다.
  그래서 시장의 발견과 확대의 핵심적인 대상은 이성보단 감성이고 어쩌면 인간의 본심이기도 한 들키고 싶지 않은 탐욕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를 ‘착한 것 같지만 영악하기도 하고, 현명한 것 같은데 우매하기도 한 이중적인 존재’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저자는 인간의 본능적인 측면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적절한 사례로 보여준다. 특히 결혼식과 이동통신 서비스와의 비교를 통한 분석은 쓴 웃음을 짓게 한다. 결국 가격에 대한 설문지에서 천편일률적인 반응만을 보이고 있을 뿐인 소비자들에 대해 좀 더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현대인들에 대한 통찰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경제생활의 각박함으로 인해 더욱 경쟁적이 된 현대인들에 대한 감정의 위로를 주테마로 시장개발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돌이켜보면 현대인들의 생활의 불안한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도시를 벗어난다면 그런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현대 도시인의 모습은 이 마케팅 책을 통해 볼 때 우울하기만 하다. 특히 저자가 40대 남자 시장에 미래의 분석을 내놓으면서 표현한 남자 40대의 모습은 현재의 20대, 30대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소비의 강력한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들에 비해 ‘본능이 거세된 채 반전을 꿈꾸는 아버지들’이란 소제목은 남자들의 자화상인 것이다. 또한 가족 시장에 대한 분석이나 여행객을 위주로 한 트래블러에서의 분석 역시 사회생활에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이 보인다.
  시장에서 상품을 파는 생산자는 바로 이런 인간들로 구성된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살아가야 할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전달해 준다. 틈새시장에서의 시간점유율을 높이는 전술, 잠재된 니즈 (needs)를 개발하는 것, 실제적인 편익을 제공하고, 트렌드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을 통찰하는 것들을 제안하면서,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자신의 전문성을 무시하지 말고 잘 활용하란 당부이다. 개인적인 능력이나 잠재력과 결부된 전문성은 사실 무시되거나 버려야 할 것들로 치부되곤 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이야말로 최고의 상품이라고 주장하듯 자신의 전문성을 어떤 식으로든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길 당부하며,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의 개발을 주문하고 있다.
  이 책은 현실에서의 생존을 위한 책이다. 책은 아름답기보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지침을 정하라는 솔직하고 냉정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내용을 넘어 인간에 대한 본질과 그에 따른 행동이 더없이 필요함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자신이 직접 생활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그리고 품격 있게 제시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담고 있고, 그것을 통해야만 성공할 수 있음도 밝힌다. 현실을 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매우 고마운 책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