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부키 전문직 리포트 13
정은숙 외 22인 지음 / 부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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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책 출판에서의 편집자의 역할은 수북하게 쌓인 원고지에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의 영향이 컸는지 앞서의 편집자에 대한 이해는 낡은 것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어쩌면 관심 밖의 영역이라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새롭게 변화되어가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첫 인상이었다.
  편집자들은 중간자이다. 작가의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갖고 있지만 자본주의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의 이상을 현실세계에 접목시켜서 예술성은 물로 상품성도 아울러 높여야 하는 어쩌면 이율배반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일종의 사업가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그들의 즐거움과 애환이 녹아 들어있다.
  편집자들은 책 속의 숨은 글장이들이다. 작가에 버금갈지는 모르지만 작가가 만든 작품의 가장 시작을 출판하기 전에 본다는 점에서 그들은 독자에 가깝지만, 그 작품을 이리저리 재단하는 경우, 글솜씨가 부족하다면 그 결과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글의 시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하면서도 (이것은 작가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작가에겐 세상에 대한 고집이 있어서 시장성을 뒤로 미루는 입장일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고 싶은 열정 역시 가득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과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23명의 편집자들이 각각의 글에서 편집자로서의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는 23명의 글을 정말 제 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글 행간엔 자신들도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글을 쓰고 싶었던 열망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각기 다른 글맛을 느끼게 한다. 단편소설이라도 작가 한 사람이 쓸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글색깔로 이어지게 마련이지만 이 책은 23명의 다른 색으로 물들어져 있어서 단조롭지 않았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선 편집자의 직업에 대한 각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엔 편집자로서 갖추어야 할 점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투영하는 경우도 있으며, 혹은 편집자로서의 애환을 각자 담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 느낄 수 있었던 직업을 통해 얻은 행복, 작가의 이상과 현실을 이어준다는 자부심, 그리고 포기하기 힘든 매력과 희망 등을 읽어 내려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의 경쟁을 몸으로 느껴야 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애환과 공포, 힘든 생활도 느껴진다. 그들은 그렇고 그런 직장인이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그 직장인이란 소회 속에서 그들은 강한 프로의식을 갖고 세상에 뛰어든 생활인이자 예술인이다. 편집자로서의 자부심은 취직해서 얻은 것이 아닌, 다양한 경험과 애환, 그리고 성취감을 통해 얻은 것들이다. 저자의 원고를 처음 본다는 기쁨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작품을 세상과 가장 효율적으로 소통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을 완수한다는 점에서 사업가의 완숙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23명의 편집자들의 작품을 하나로 묶은 편집자 (아마도 최종 글을 담당한 변정수 편집인이 그일 것 같지만)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역시 이 작품의 어느 부분을 담당했을 것이다.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도 같은 직업인으로서의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애환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는 그들의 마음 속에서 자신도 그런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생활인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독특한 매력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편집자들은 참 좋겠다. 자신들의 독특한 매력과 연대감을 갖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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