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 - 한지민의 필리핀 도네이션 북
한지민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한지민 님이 할 줄은 몰랐다. 방송활동이 뜸하면 어느 아름다운 섬에서 스타화보 찍고 오는 것이 오늘날의 여배우의 생활패턴의 대세인데,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어느 이름없는 곳으로의 자원봉사 활동은 사실 누가 봐도 의외였다. 이런 것도 스타화보라면 화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학습효과라고 할지 모르지만 혹시 참신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놓기 위해 그런 험한 곳에 간 것이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의식할 수 있는 최근의 상황이고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담이 됐을 것도 같다. 그래도 그녀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갔다. 그러면서 그녀가 사실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자원봉사와 거리 운동을 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오지는 오지였을 것이다. 스페인에 의한 식민지 시절, 슬픈 역사로 만들어진 마을이라는 정보에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열악한 환경은 도시인 기준으로는 참 살기 힘든 곳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한 때나마 아일랜드나 네덜란드에서 가난의 상징이었던 감자와 아주 비슷해 보이는 ‘가모떼’라는 것을 주식으로 삼는다는 것과 그들의 작은 키의 원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 역시 그들의 가난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종종 찾아가 관람하는 ‘성곡미술관’에 전시되곤 하는 많은, 저명한 사진작가들의 사진들 속엔 다소 어두운 얼굴들이 많이 형상화된다. 아마도 작가들의 뛰어난 시선에 포착된 세상은 좀 어두워 보였나 보다. 그 이유는 심오한 철학과 인생을 성찰하는 장면들, 혹은 슬픈 현실을 고발하기 위한 작품들이 넘쳐서일 것이다. 아마, 그것들이 우리 주변의 삶의 현실이고 또 그런 것을 부각시켜야만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작가들의 나름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가장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는 ‘알라원’에서 찍힌 아이들의 모습엔 그런 어두움이 없어 보인다. 한지민의 표현처럼 도우러 갔다가 그곳에서 볼 수 있었던 삶의 건강성을 확인하고, 행복이 풍요로운 물질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통념을 깰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에 담겨 있는 사진들은 참으로 값진 작품들이다.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은 그 어떤 것도 비교할 수 없는 진솔한 인간미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둡게만 느껴지는 우리 사회에서 그 사진작품들은 신선한 청량감을 줄 것 같다. 언젠가 ‘성곡미술관’에 전시회를 따로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한다. 세상에 힘들다는 지역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우린 어쩌면 너무 엄살을 떨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의 작품들은 좀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명의 이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은 곳에서 학교를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힘든 여정을 한 봉사단체의 애정은 지극정성이 느껴진다. 사진으로 보이는 모습들은 무척 즐겁게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오지는 오지였을 것이다. 무척 힘든 오지이기에 JTS라는 봉사 단체가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까지 한다. 그 속에서 그들의 삶이 좀 더 복되게 하기 위해 그 알라원에 학교를 지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아슬아슬하지만 한지민과 노희경 같은 인기인들에 의해 큰 도움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한다.
  한지민이란 여배우는 나하고 묘하게 겹친다. 난 ‘부활’이란 드라마의 열성팬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종종 어떤 선택을 할 때면, 드라마 ‘부활’이 제시했던 주제들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카인과 아벨’ 역시 무척 의미 있게 본 드라마이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홈페이지에 리뷰를 남겼을 만큼 열렬한 팬이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겠지만, 어떻든 좋은 작품에 한지민은 어느 한 편을 맡아서 열연을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노희경 작가’ 역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이 무척 반갑다. 노 작가의 현실과 심오를 아우르는 표현력은 그녀의 작품과 함께 명품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이런 분들의 노력과 성심이 좋은 결실을 맺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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