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워즈 - Summer Wa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썸머 워즈]엔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한다. 미래의 가상공간의 모습을 담은, 아바타로 이루어진 유비쿼터스란 세계가 소개된다. 또 다른 자신이 존재하는 가상공간에서 이 영화는 다른 운영규칙들이 존재하면서도 현실과 똑 같은 가치를 지닌 채 운영되고 있다. 특히 우리들의 소비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조만간 다가올 가상공간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그곳에서의 인간관계는 현실 속의 누군가를 모른 체 자신이 만든 가상공간의 나를 통해 가상공간의 타인과 접촉하고 서로 생활하며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공간과 본질적으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비현실적 공간으로 느껴지는 곳이 바로 이 영화에서 표현한 현실공간이다. 그곳을 이 영화는 환타지로 표현하고 있다.
  그 현실 속에선 역설적으로 도시인들의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 도시엔 없는 것들 천국이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인 대가족, 의지가 되는 어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가족애. 이런 것들은 이미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에게도 없는 것들이다. 아마 도시라는 공간이 유달리 크게 성장한 국가나 사회에선 없어 보이는 그런 것들이 이 영화엔 넘친다. 이미 환타지로 치장된 배경을 갖고 있는 이 영화는 도시인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제작됐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현실이 더욱 현실적이지 못한 역설이 존재하는 것이다.
  주인공 캐릭터는 좀 더 현실적이다. 아마 일본적 현실이 투영된 것이지만 한국 사회라고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에반겔리온]이란 영화에서 제시된 자신감 하나 없는 남자 아이, 이에 반해 활동적이고 열렬한 여자, 아마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모습처럼 느껴진다. 자기 주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난관을 헤쳐나가기엔 자신감 하나 없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투영된다. 언제나 억눌린 체 책임과 무능력이란 자괴감에 억눌린 남자, 그들을 볼 수 있다. 이것과 대비적으로 여자 주인공은 활동적이고 강하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자못 강하다. 이 둘의 관계는 그러나 재미있게도 고전적이다. 그래도 남자는 여자를 책임지는 것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할머니로부터 다짐을 받는 상황까지 보인다. 그래도 과거의 그런 관계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 느껴진 것일까? 아님 이런 모습 역시 환타지의 또 다른 표현일 것처럼 보인다. 어느 여자들 역시 책임지는 남자를 원하는 것은 분명 존재하니까. 그러나 이 영화 뒤편엔 현실이 엄혹하게 존재한다. 
  20대의 모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 다를 것도 없다. 드센 여성이 나오는 저편엔 약하고 책임지길 싫어하는 남자가 있다. ‘초식남’의 어원이 일본인데 그것이 한국에 적용해도 문제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끈 한류 드라마에서 나오는 남자 캐릭터가 남성적이란 것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 남자 역시 이젠 일본남자처럼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여성들이 창출한 말도 안 되는 로맨틱한 남자들 역시 이젠 없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 더 나아가 아시아를 석권했던 멋진 남자 캐릭터가 이젠 사라지고 있다. 그런 전형적인 모습을 담은 일본 애니매이션은 사실 우리들의 미래일 것이다. 아니 지금 ‘88만원 세대’는 이미 일본의 그것일지 모른다. 
  영화는 멋지게 문제를 해결한다. 기이하게도 남자는 남성성을 찾고 있고 여성은 중성적인 것보다 여성성을 회복하고 있다. 나만의 독선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난 그렇게 봤다. 그러나 그런 해결책이든 각자의 성의 대한 역할을 자각하든 그것 역시 환타지적인 해결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린 중성이란 새로운 성으로 가고 있으며 그것이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일지 모른다.
  도시는 우리들에게 스스로 살기에도 벅찬 정글임이 분명하다. ‘초식남’이든 ‘건어물녀’든 그 어휘에는 책임지느니 혼자 살겠다는 개인적이면서도 도시 속에서 살아남는 현명한 처방이 들어있다. 어쩌면 가족은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보단 불행을 만들어준 제도였는지 모른다. 영화 속에서나 있는 대가족이란 공동체는 이미 사라지고 있으며 설사 존재해도 과거만큼의 따뜻한 감정은 사라지고 있다. 가족이라고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시기가 현재는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모든 이가 갖고 싶어하는 귀여운 인형을 갖고 있다. 비록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그 곳에서 행복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다. 역설적이 시각에서 본 영화는 어쩌면 나에게 슬픈 자화상처럼 보였다. 차라리 인류 모두가 멸망하는 [에반겔리온]이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경쟁과 냉혹성, 그리고 소외감과 외로움이 제거된 현실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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