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냉소적이다. 펑크 그룹들이 다 그렇지만 그래도 Gosship은 뭔가 다르다. 난 처음 대하지만펑크의 무심함과 적대감, 그리고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느낌들이 한 번에 다가오고 있다. 대단히 파괴적인 면이 있고 지지직 거리는 음향의 거슬림과 Cold한 기타 소리는 전체적인 노래의 분위기를 펑크 음악에 무거운 어조를 드리우고 있다. 마치 어느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헤맬 때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친숙함을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그 어떤 독특함과 개성은 앨범을 듣는 순간 사람을 어딘지 모를 심연으로 빠뜨리는 매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정말 무서운 것은 끝날 때의 깔끔한 냉정함이다. 도대체 끄는 것이 없이 자기 할 말만 하면 종언을 하듯 극적인 장면은 거의 없이 단호하다. Heavy Cross는 이런 어두운 분위기를 한껏 누리게 만든다. 도시 속의 어느 막다른 골목에서 이 그룹이 신나게 연주하는 듯 하다. 악령처럼. 뒤편에서 들리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는 이런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여성 보컬의 냉소적이고 거칠면서도 탐욕스런 듯한 목소리는 내가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무척 독창적인 목소리다. 예쁜 목소리는 철저히 거부하는 이 보컬리스트(Beth)는 펑크의 근간을 가장 잘 표현하는 목소리를 지녔다. 8th Wonder는 기타의 펑키적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 것 같다. 빠르면서도 섬세하고 그러면서도 단순한 공격성을 맘껏 들려준다. 역시 펑크는 도시, 아니 할렘과 같은 도시의 색을 확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색깔은 소외되고 버림 받은 사람들의 천국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기타의 울림은 Beth의 Shout 창법과 함께 절묘하게 솔직한 우리 마음을 담아 내고 있다. Love Long Distance에선 피아노가 단순한 인상을 심어준다. 아름다운 선율에서 그 매력을 풍기는 피아노도 Gossip에선 전혀 그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차라리 피아노가 아니라 드럼에 가까운 이 기이한 매력은 펑크 그룹이 악기들을 어떤 모습을 변화시키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룹의 정신이 악기의 소리를 통제하는 이런 매력은 아마 음악가들의 진정한 매력이라 할 것이다. Beth의 유연하지 않은 그녀의 개성은 여전하다. 사랑을 전혀 갈구하지 않는 듯한 노래는 확실하게 느끼겠다. 일렉적인 느낌이 강하다. Pop goes the World는 냉정하고 무감각한 듯한 전체적인 노래 흐름은 그래도 거친 감성의 보컬로 인간적인 느낌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박자가 강조되는 거친 숨소리의 음악은 록의 근본적인 뿌리인 아프리카 음악 같은 거친 야성과 점증적인 분위기의 고조는 야성미가 물씬 노래를 듣게 해준다. Vertical Rhythm, 역시 Gossip이다. 도시화가 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원초적이 됐다. 사회적 규범이나 제도들이 인간을 유순하게 만들었다면 도시화는 그런 제약을 해체시킨 곳이다. 그래서 도시를 모태로 나온 음악들은 단순하면서 원초적이고 투박한 고성을 지르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상하로 움직이는 노래는 긴장과 흥분을 자아낸다. 그들은 예뻐지기 위해 노력하는, 말 잘 듣는 그런 사람들이 될 수 없음을 이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공포를 이기기 위해 더욱 공포스럽게 부르는 이들의 음악은 현실의 괴기한 면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Men in Love는 그래도 신난다. 신나게 달리는 자동차 안에 있는 것만 같은 이 쾌속함과 경쾌함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유별나게 들린다. 음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들려주는 신남은 차라리 댄스곡과 같은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댄스 그룹은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계에서 친숙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나나나 하면서 들려주는 아름답지 않은 매력은 정말 아름답다. For Keeps는 도시의 경적을 듣는 듯한 괴이한 마음을 자아낸다. Beth에겐 거의 듣지 못한 간절한 어조는 기타의 경직된 소리가 대조된다. 그러나 그녀의 개성은 역시나이다. 이렇게 기타 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 목소리는 최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정말 놀랄 따름이다. 이런 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몰랐는지. 도시 속에 살면서 다양한 피곤함과 경직됨이 우리 주위에 맴돌고 있는데 그런 안타까움을 한 번에 깨뜨려버린 ‘Gossip’의 음악은 원초성과 현대성을 함께 들려준다. 펑크의 냉정함은 도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싸늘함을 단순함으로 형상화한 이 그룹은 가장 우리와 가까운 이웃사촌과도 같다. 그리고 그들의 솔직한 표현력으로 도리어 우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표현하지 못해 화난 우리의 내면심리를 더 없이 표현하고 있는 이 그룹의 매력을 난 왜 이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나에 대해서 너무 무심한 결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