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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 7집 꽃, 다시 첫번째
박지윤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자신이 원하는 음악으로 돌아왔다는 박지윤의 ‘꽃, 다시 첫번째’는 그녀의 기존 이미지완 맞지 않는다. 그러나 어차피 연예인은 만들어진 차림새와 이미지와 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어쩌면 우린 그녀가 아닌 소속사가 만든 이미지로 그녀를 보고 있었고 들었을 것이다. 미모의 가수의 섹스 댄스를 보면서 그녀의 다른 면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건 아마도 관객이 잘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를 만든 소속사가 그랬었고, 가수 역시 동의했으니까. 그런 가수가 이제 자신의 음악을 갖고 온 것이다.
현란한 기계음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후, Acoustic 악기들 위주로 편성된 이 앨범에서 박지윤의 목소리 역시 인간미 넘치는 목소리로 담겨 있다. 어쩌면 그녀는 포크록이란 새로운 쟝르가 자신의 음악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녀의 이번 앨범엔 기타와 피아노란 상당히 도발적인 악기의 배치 속에서 가사와 목소리로만 구성된 앨범을 만들었다. 그 속에서 그녀의 솔직함과 인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만을 위한 독백도. 사랑 이야기로만 제한되지 않은 세월을 느낄 수 있다. 180도 달라진 그녀의 이런 모습은 당혹보단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녀는 성장했고 어른이 됐고 또한 슬픔을 이겨낸 그 어떤 모습을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 들려준다. 누군가가 만들어준 것이 아닌 그녀 스스로가 만들었단 바로 그런 앨범이다.
사랑, 이별, 슬픔, 그리고 성숙이란 테마는 노래 곳곳에 위치되어 있었다. 20대라기보단 30대의 감성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주제들은 그래서 현재 범람하는 10대 취향의 직설적인 화법과 너무 다르다. 사랑의 현재 진행형에 익숙하고 덜 진지한 가사로 만들어진 댄스&힙합 가수들의 노래와 가사엔 없는 성숙이 그녀의 가사와 목소리에 있다. 또한 가사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음도 얼핏 느낄 수 있는 진지한 가사들이다.
‘바래진 기억에’란 노래에서 그녀가 원하는 그것들을 들을 수 있다. 호소력이나 감성은 과거 10대 취향의 자극성은 철저히 배제된 채 20-30대의 애련함과 여성성을 보여 준다. 그리고 포크록과 같은 분위기와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4월 16일’에서의 현악기와 기타의 조화 속에 음유 시인처럼 속삭이듯 노래한다. 또 다른 의미 있는 Acoustic 버전인 ‘그대는 나무 같이’는 빗소리 속에서 듣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기타의 여유로움이 인상적이다. 그 바탕 위에 들리는 박지윤의 목소리는 절제된 감성 속에서 들을 수 있으며 그녀의 변화된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잠꼬대’ 역시 이전 노래들과의 연속성 상에서 과거로 인해 힘들어하는 슬픔을 들려준다. ‘돌아오면 돼’는 이 앨범에서 밝고 긍정적인 테마를 갖고 있다. 사랑에 대한 일방성과 헌신, 그리고 믿음 등은 앞서의 노래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다시 보고 싶은 자신의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것과 같다. ‘괜찮아요’엔 힘들었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어떤 이의 독백이 인상 깊다. 바로 그녀의 성장을 의미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