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머니에겐 언제나 믿음이 있다. 내 자식은 훌륭하다고. 그런 믿음은 구체적인 사실이 있기 전에 깨지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강한지 모른다. 그 강한 신념이 엄마를 버티게 하는 힘이니까. 그런 기본적인 전제를 갖고 영화는 어머니의 주관적인 시선을 갖고 아들과 관련된 살인사건을 진행시킨다.
  영화 시작에서의 어떤 여인의 기이하고 묘한 춤은 영화의 기괴한 매력을 극대화한다. 정신적 장애인인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단 사실에 대해 어머니는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아들의 구명 활동을 한다. 영화가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관객 역시 같은 인식을 갖고 영화를 보게 된다. 감독의 치밀한 계산 하에 진행된 이런 극 진행은 영화에서의 객관성을 버리고 진행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관객은 철저하게 어머니의 심정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며 엄마의 믿음과 확신, 그리고 그녀의 생각을 공유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즉 관객 역시 엄마가 되는 것이다.
  그녀의 구명 활동의 여정 속에서 보이는 한국사회의 고질병들과 위선, 그리고 폐허 같은 우리들이 사는 곳은 객관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이미 한국의 경찰들은 사회적 골칫거리로 치부되고 있고 변호사 역시 악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이미지에 반박할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서민들을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존재들이 되었다 가난한 자들은 액세서리 정도만 취급하고 있는 영화 속 장면들을 통해 봉감독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경고음을 울려주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기대는 아들이 죄가 있고 없고가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자식의 자유가 그 목적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 무죄를 입증하려 노력했고 무한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러기에 한없는 노력과 위험한 도박을 병행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분신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한다. 자식이 무죄다라는 생각이 종교가 될 무렵, 영화는 엄마의 주관적인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상황으로 들어간다. 아마 이 부분에서의 충격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관객의 숨죽인 반응을 느꼈을 때의 공포와 허망, 그리고 극 속의 엄마의 무너지는 심정을 공유하게 됐다. 즉 주관적인 인식의 붕괴를 경험한 것이다. 감독은 너무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환경을 제시하면서 관객들에게 현실적인 잔혹함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뒤이어 일어나는 또 다른 살인은 관객과 다르게 엄마의 맹신이 계속 유지되고 또 그것이 엄마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문화엔 강한 신화가 있다. 즉 한국적 엄마의 신격화가 그것이다. 과연 이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혹시 우리들이 한국의 어머니들을 이상화했는지는 잘 모른다. 외국인의 인식엔 무리일 수도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도 어머니란 존재는 불가해할 정도의 가족이며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런 신화를 믿는 사람들 중 하나이며, 한국의 여자들은 그런 신화의 한 대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보이는 어머니는 그리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자식 사랑 때문에 사회적 병리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한국의 엄마는 무척 특이한 존재다. 엄마의 열정이 어디까지 갈 지 모르지만 영화에서의 상황정리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자식을 위해 슬픈 불법을 감행하게 됐고 인간적 고뇌에 쌓인 엄마의 얼굴은 영화의 그 어떤 면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괴이한 모습의 춤추는 엄마는 이 영화의 공포와 괴이함,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어쩌면 가장 큰 부분을 담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의 위상을 묘한 여운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김혜자란 거인의 존재감이다.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뛰어난 상징성과 환상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연기력은 사실 평가 내리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영화가 현실을 기반으로 해도 괴이한 환상과 인간적 고뇌, 그리고 파격적인 연기는 칸에서 받은 것들의 숫자가 왜 적은지 궁금할 정도다. 올해를 결산하는 시상식에서 아무래도 최고의 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기엔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연기자들 개인에겐 불행이지만 한국 영화엔 큰 행운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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