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진 한 장 -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베아테 라코타 글, 발터 셸스 사진,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죽음을 앞둔 시점에 입원하는 병원에 관한 책. 이런 독특한 소재는 내 개인적 경험과 함께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에겐 의지했고 서로를 이해했던 둘째 형에 관한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 형은 나를 세상에 남겨놓고 다른 세상으로 갔다. 그런 생각이 언제나 마음 속 어디선가 숨쉬고 있는 시점에서 이 책은 나에겐 과거의 생각뿐 아니라 죽음에 대한 문제를 일깨우고 있다.
죽을 지도 모르는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하는 평범과 영원한 질문을 이 책은 포기했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살아서 나간 사람은 없었다 라는 자조 섞인 글에서 상징되는 죽음의 그림자는 이 책의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다. 호스피스 병원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혹은 환자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이미 결정됐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온다. 그들에게 삶을 유지시킬 수 없단 생각을 갖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환자든, 환자 가족이나 친구든, 심지어 의사까지도. 어느 영화나 소설에서 일어나는 기적은 이곳엔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것을 이 책은 대놓고 표현한다. 그래서 이 책의 질문은 다른 것임을 보여 준다. 멋있는 죽음은 있을까?
책 저자와 사진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의 죽기 전에 사진 하나를, 그리고 죽은 후에 사진 하나를 남긴다. 그 시차는 일주일은 넘기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그런 사진들과 함께 작가는 환자들의 일상사와 그들의 과거, 혹은 인연과 관계들을 절제를 갖고 서술한다. 다양한 기억들로 채워진 그들의 이야기엔 죽음을 앞둔 자들의 슬픈, 기막힌, 그리고 안타까운 이야기들로 점철돼 있었다. 어린 딸의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심정에서부터 강인함으로 살아왔던 어떤 할머니의 마지막 간절한 부탁을 담은 이야기 등, 이 책은 막바지에 다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생생하게 풀어내놓고 있었다. 특히 아들과 어머니의 죽음이 한 순간에 일어난 사건은 무척 가슴이 아팠다. 이런 죽음에서도 서로간의 불신이 가득해서 따로 살게 된 어느 부부의 화해와 용서는 인간관계의 핵심과 복원, 그리고 용서와 화해, 그리고 불신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슬픈 장면이기도 했다.
23명의 슬픈 인생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한 명을 빼곤 죽기 전과 죽은 후의 사진을 갖고 있다. 그런 그들이면서도 이 중 한 명을 빼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었고 죽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강인하기 그지 없었던 할머니가 죽음에 임박해서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모습을 볼 때 인간의 나약함을 이해하게도 되었다. 또한 잘 나가던 광고업계의 중역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는 물론 그의 친구와 가족이 그렇게 피하려 했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의지와 욕망, 그리고 현실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인간의 강인함은 어쩌면 위선일지 모른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난 형의 죽음을 죽기 전까지 믿지 않았고 믿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생각났다. 아마 나의 그런 욕심이 형을 더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형은 우아하게도 행복하게도 떠나진 못한 것 같다. 아마 이 책의 목적은 행복한 관계로의 종결을 담아 내려 한 것인지 모른다. 호스피스 병원에 들어온 환자들과 어떤 점에선 한가지는 포기했다.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그런 마음 속에서 이 책이 주목한 것은 마지막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이며 그것을 찾는 노력의 결과가 이 책일 것이다. 죽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도 그 때까지라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인간적 삶과 행복을 마련하는 것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이 더 짧게 될 수도 있지만 진통제를 부과하고 편안한 마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해주려는 이 책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생의 의미와 나약함, 그리고 소통과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아마 누군가에게 찾아올 인간의 나약한 모습에 대해 우린 더 생각해 줄 수 있는 아량을 우리와 사회가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조그만 소망을 우아하면서도 슬프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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