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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물리학 특강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는 듯하다. 많이들 이야기를 하는 개념이지만 사실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태반인 세상이지만 그래도 현대 과학을 지탱해주는 ‘상대성 이론’ 정도는 좀 알아야 그래도 상식을 갖춘 지식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그리고 상대성 이론이 그렇게 쉬운 이론이 왜 아닌지를 ‘제프리 베네트’가 저술한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에서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제프리 베네트 교수의 작품을 읽었을 것이다. 부제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물리학 특강’이라고는 했지만 내용은 좀 당황스러웠다. 암기과목으로 보기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상대성 이론은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할 만큼 어려운 것이다. 이런 어려운 대상을 저자는 어떻게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와 상세한 설명, 그리고 가능하면 골치 아픈 수학을 뺀 채 열심히 이야기하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어내면서 어떻게든 독자들의 그의 세계관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인도한다. 그리고 그의 노력은 개인적으로 나에겐 좀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간헐적으로 들렸던 그의 이야기 덕분에 다행히 조금은 상대성 이론이 친숙해진 것 같기도 하니까.
블랙홀이란 미지의 대상을 시작으로 책은 상대성 이론을 풀어나간다. 아마도 블랙홀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주목도 끌지만 무엇보다 상대성이론을 가장 쉽게 푸는 열쇠인 것 같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블랙홀 이야기로 시작해서 특수 상대성 이론, 그 다음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끝나면서 다시 블랙홀로 돌아온다. 비록 인간적 경험을 불가능하지만 옆에 있는 친구들이 우주상에서 경험해 볼만한 것들로 이야기를 꾸미면서 좀 더 블랙홀과 상대성 이론을 소개하려는 노력은 그래서 애정이 있으면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보인다.
비록 블랙홀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이 책의 핵심은 결국 상대성 이론이고 그걸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두 이론에 가상적인 캐릭터들인 ‘나’와 ‘알’은 연극의 주인공들로 그들의 경험을 가상적으로 꾸며서 독자들이 가능하면 쉽게 상대성 이론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이 책의 매력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1. 땅이든 비행기 안이든, 즉 기준틀이 무엇이든 움직임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한 각각의 기준틀에서 행한 실험의 결과는 똑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2. 기준틀이 무엇이든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똑같다’라는 빛의 절대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핵심 두 가지의 묘한 관계 덕분에 뉴튼이 제공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떤 사물이든 빛의 속도를 능가할 수 없다는 진리 속에서 기준틀이 빠른 공간에서의 움직임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는 시간지연부터 시작해서 길이 수축, 질량 증가와 같은 개인적 경험으로는 느끼지 못한 사실들이 관찰된 시험으로 입증되고 있단 사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3차원이 아닌 시간을 더한 4차원의 ‘시공간’에 대한 설명과 시간과 공간을 달리 점유해도 결국 시공간은 동일하단 개념과 질량과 에너지도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볼 때 결국 등가관계란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E=mc2에서 결국 c2=E/m이 이런 등가관계를 설명하는 공식이란 느낌이 바로 들었다. 빛의 속도 c는 언제나 일정하니까 결국 에너지(E)와 질량(m)은 서로 조율하면서 빛의 속도의 한계 내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기준틀이 달라도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절대적 기준을 맞추기에 결국 상대적으로 같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더욱 매력적이었던 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의 중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일직선이라고 생각했던 그 길이 사실은 지구 위에 있기에 원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시작해서 태양이란 항성을 좀 더 직선의 가까운 곡선을 도는 지구와 기타 행성의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한 번도 이게 궤도이고 또한 지구가 태양을 도는 이유 중 하나인 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특히 ‘휘어진 종이에 직선을 그린다’던가 ‘중력은 시공간의 휘어짐에 생긴다’와 같은 표현은 더욱 그랬다. 즉 엄청나게 큰 질량이 존재하면 주변 시공간이 휘어지고 결국 그 속에서 각종 행성들이 그 휘어진 길(시공간의 만곡)을 돌게 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은 결국 직진할 것만 같은 빛조차도 휘어진 길을 따라 가게 된다는 정말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된 질량과 시간에 대한 설명은 역시나 믿기 힘든 부분이다.
이후 현대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대상들과 관련 이론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시공간에 엄청난 충격이 발생할 때 공간 휘어짐의 물결인 중력파의 설명이라든가 블랙홀로의 설명을 우주에 난 구멍으로 설명하는 재미있는 부분이라든가 아인슈타인 역시 고민하게 만든 팽창하는 우주나 아인슈타인 스스로 이론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만든 우주상수에 얽히 이야기들과 빅뱅에 대한 가설, 그리고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 탐구 등은 이 책의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가설들을 관찰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들을 이 책이 다루려고 했다는 사실을 처음과 끝에서 강조하면서 과학자의 품격을 잃지 않으려는 저자의 자세와 함께 아인슈타인의 탁월함에 감탄하는 학자의 존경함 역시 이 책 곳곳에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자의 기본자세라 할 수도 있는, 초보독자들을 위해 어떻게든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려는 노고 덕분에 나 같은 물리학 무식자들도 조금은 상대성 이론을 접근하기 쉽게 해줬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은 경험과 습관으로 얻은 그릇된 것들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상대성 이론은 아직까지 친숙하지 않는 이론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타성으로 지금도 잘 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이해를 잘 하고 지금의 나보다 더 멋진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선 그 타성으로부터 좀 더 벗어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게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멋이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