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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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열린 탐구의 자세다.

47p



책을 읽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독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나 또한 성장이 삶의 모토이고 그를 위해 끊임없이 읽고 배우는 걸 즐기는 사람 중 하나라서 이 책이 궁금해졌다.



지은이 시라토리 하루히코


일본 최고의 지성인으로 꼽히는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독일에서 철학, 종교, 문학을 공부했다고 하며 초역 니체의 말의 작가라고 한다. 최근에 한병철 작가님의 [신에 관하여]를 읽으며 정말 감탄에 감탄을 했는데 철학의 깊이가 있으신 분들은 남다름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가볍게 쓰여졌고 200여 페이지 정도라 몇 시간 정도에 읽을 수 있었다.

공감되는 부분들과 생각해 볼 부분 위주로 정리를 해 보려 한다.



AI 시대, 인간은 왜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가?


요즘 화두로 많이 던져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AI에게 묻고 그 답변에 길들여지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며 그것은 존재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사고 해야 한다. 저자는 그 방법으로 독학을 권한다.


그러면 독학이란 무엇인가? 책만 읽으면 독학인가?

깊은 사유가 있어야지 독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번거롭더라도 직접 탐구하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독학의 스승이 '책'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앎의 과정이 '도대체 이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라는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_35p

매사에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의문을 던지는 것,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를 확장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식이 쌓인다.


어려운 책은 어렵기 떄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

어려운 책에는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사고방식과 지식이 들어있다.

그래서 굳이 읽는 것이다.

62p


벽돌책 독서모임을 3년 째 운영 중이다. 배우고 싶은 열망으로, 어려운 책을, 두꺼운 책을 읽어내려가고 싶은 열정으로 시작한 모임이었다.


처음에 이기적 유전자에서 시작한 벽돌책 독서는 처음부터 머리가 새하얘지고 어려웠다. 그러기를 3년 째, 짧게는 600 페이지, 길게는 1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한 달에 읽어 내려가며 사고가 확장되고 깊이가 깊어짐을 몸소 느낀다.

올해는 2600 페이지의 레 미제라블을 읽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및 장편 고전들을 읽을 예정이라 너무 기대중이다.


어렵다고 요약본부터 찾지마라. 사실 해설서가 더 어렵다.


우리는 보통 철학 고전을 찾아볼때 두려움을 가지고 해설서나 쉽게 설명한 내용을 찾는다.

근대 철학의 시초가 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의 예를 들어 설명해주는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원전은 상당히 편안하게 서술되어 있다고 한다.

어렵다고 하면 완독을 하지 않더라도 그 책의 핵심 부분이라도 원문을 읽는 것이 도움된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고전 철학의 경우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하나씩 원문(물론 번역서겠지만)을 읽어가는 노력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성서를 모르면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고전 중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성경'이다. 나는 타 종교인이라 성경을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고전으로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구약성경 중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사무엘기>, <욥기>, <요나>를 권하고 신약성경에서는 <마태복음>, <요한복음>, <사도행전>, <로마서>, <요한계시록>을 추천하고 있다.



책을 읽고 곧이곧대로 믿는 건 맹목적인 신앙과 다름없다. 그게 아니라면 부화뇌동일 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런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 그 벽을 깨고 사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것이 바로 독학을 통한 조사다. 그 과정에서 저절로 새로운 견해와 새로운 발상이 태어날 것이다.

189p


정보는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데 내가 공부하고 배우려고 했던 것이 정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보면서 고명환 작가가 생각났다. 고전의 한 문장을 붙들고 10분이고 몇 시간이고 사색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다는 그의 말은 상당히 울림이 있었다.

고전의 글귀를 '부'에다 갖다붙이고, '장사'에다가도 갖다붙이는 걸 보면 놀랍기도 했는데 이걸 비판할 게 아니라 이렇게 세기를 거쳐 살아온 문장을 꼭꼭 씹어 내것으로 소화시키고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와 독학이 아닐까 한다.


여전히 나는 읽어내려가고 문장을 수집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다. 시간을 좀 더 할애해 다독에만 포커스 할 것이 아니라 깊은 사색에 빠져 문장과의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짧은 작가의 생각을 써내려간 글이라 아주 쉬운 에세이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해보고 고민해볼만한 질문들과 생각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나는 독서인' 또는 '독학 좀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책이다.


#클랩북스 #독학이라는세계 #인문도서 #시라토리하루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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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애쓰고 싶지 않은 마음
인썸 지음 / 그윽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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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썸 작가님의 산문집, 더는 애쓰지 않는 마음입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사랑에 빠지는 연인도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이 책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애절한 마음과 남겨진 슬픔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 시간에 이른다. (중략)

고작 한 달이 지났다. 그날로부터 나는 매 순간의 시간을 지워가며 맞는다. 

둘이 하려던 것을 혼자 한다. 

부피는 변함이 적으나 밀도가 줄어든 것은 극명하다. 

애써 혼자서 그 부피를 채워낸다. 

공허가 잦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시간을 채우는 일에 시간을 쓴다 中


사람이 떠난 자리 부피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공간의 부피는 변함이 없지만 밀도의 차이를 이야기하네요. 그 부피의 밀도를 채우는 과정은 오롯이 시간만 가능하겠지요. 

시간이 흘러야 시간에 닿는 것... 비단 연인뿐 아니라도 상실의 슬픔은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시간에 닿아야 해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방안을 들여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 있지도 않은 시계의 초침 소리가 연신 퍽퍽한 공기를 젓는다. 

무엇도 밀려나지 않는다. 감정이 꿋꿋이 굳는다. 무거워진다.

더는 느끼는 것이 아닌, 사실이 된다.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 된다. 

현실은 내가 만들어 낸 감정의 결과이다.

현실은 내가 만들어낸 감정의 결과라는 것을


지금의 현실은 감정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자기 계발서에서 늘 읽지만 슬픔의 감정과 연관 짓지는 못했어요.

감격하고 찬탄하는 감정으로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슬픔으로 어둡고 스산한 현실도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작가의 슬픔이 먹먹히 전해져 옵니다. 


새카만 시야에 사람 한 명 느닷없이 들어서서는 소란스럽던 마음을 정돈시킨다. 

생각은 반대로 복잡해졌다. 하지만 마음이 변하니 감정도 쉽다. 

여름, 가을, 겨울, 봄. 계절마다 흐르고 싶어졌다.

어쩌면 다시 행복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변하면 감정이 쉽다 中


판도라의 상자 맨 아래에는 희망이란 녀석이 남아 있었다지요. 결국 상실의 끝은 희망과 이어지는 걸까요?

계절이 흐르듯 그 흐름을 따라 행복이란 녀석이 희망과 손잡고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2년의 군 생활 동안 아버지는 매주 한 통의 편지를 보내셨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똑같은 봉투에 똑같은 편지지, 아버지의 필체와 날인. 

그런 모습들만 기억이 난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다. 

그 행위 자체의 마음이 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마음은 세세한 것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저 그 모습 자체를 기억에 남긴다. 

그 장면 안에 모든 것을 애틋이 여길 수 있도록.

기억이라는 장면


지나간 과거의 세부적인 사건들보다 아련히 남아 있는 그 장면 장면에 우리는 애틋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장면에서 느꼈던 감정이라는 건 결국 그때 당시의 감정과 관계가 있는 거겠지요. 사랑했던 기억이 애틋함과 따스함으로 남을 수 있게 순간순간 마음에 잘 캡처 해 두고 싶습니다. 


인별 작가님의 더는 애쓰고 싶지 않은 마음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불 때 읽기 좋은 산문집이었습니다. 



그윽 출판사 서포터즈 '봄' 1기로  도서 협찬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윽출판사 #그윽출판사서포터즈 #인썸작가 #더는애쓰고싶지않은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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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처음이라 - 갑자기 낯설어진 나를 과학으로 이해하다 호기심 많은 10대 2
이광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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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버럭, 오늘은 우울, 내일은? 

괜히 짜증 나고, 눈물이 울컥 쏟아지는 게 다 호르몬 때문이었다고? 

요동치는 마음과 변화하는 몸을 뇌과학, 생물학, 화학으로 풀어낸 청소년 교양서

표지 중,

고1, 초5의 두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 공부를 하고자 읽어본 책이다. 

1, 3장은 뇌과학, 2장은 생물학, 4장은 화학으로 담배, 술 등의 금기 영역부터 겨드랑이 냄새, 여드름, 보습 같은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기술되어 있어 아이들이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끝까지 읽고 나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화학식으로 하는 잔소리'로 들을 것 같기도 하지만(크크),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

저자인 이광렬 교수님은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270여 편이 넘는 SCI 논문을 발표한 저력 있는 연구자이다. 후학 양성에 관심이 깊어 일상에서 일어나는 화학 현상을 쉽게 설명하는 취미가 생겼고 이를 토대로 <모두를 위한 화학>을 연재했다고 한다. 

아이가 고려대 생화학과 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혹시나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이 교수님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으려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사춘기가 아이들은 정상적인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시기라고들 한다. 이는 성호르몬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남성호르몬이 편도핵을 자극해 공격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성호르몬 때문에 기저에 깔린 도파민 수치도 어른들에 비해 높다. 그래서 감정 기복이 심하고 이 시기에는 대뇌피질보다는 편도체가 강화되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 

우리도 다 그런 시기를 거쳤으니 아이들이 부디 이 시기를 현명하게 지나가길...


청소년 시절은 이제 막 뇌의 회로 즉 시냅스가 가지치기를 하는 시기다. 

이때 도파민에 찌들어 자극적인 것들을 추구하면 어떻게 될까? 

SNS, 쇼츠와 같은 자극적인 영상, 게임, 담배, 술 등은 모두 이 방향으로 뇌의 가지치기를 발전시킬 거다. 

결국 집중력과 기억력은 점차 저하되고 중독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담배를 시작하면 왜 끊기 어려울까?

"뇌의 신경세포에는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라는 것이 매달려 있는데, 이 수용체에 니코틴이 결합하면 신경세포는 아주 많은 도파민을 갑자기 방출하게 됩니다." 121p

또한 길항작용을 하는 D2 수용체의 숫자가 줄어들어 니코틴 반응에 둔감해지고 더 많은 니코틴을 원하게 되고, 글루타메이트라는 화합물이 신경회로를 강화해 중독을 지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모두 호르몬 때문이다. 

우리가 달달한 것을 탐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것을 먹으면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당이 없이 단맛만 내는 인공 감미료가 들은 제로 음료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뇌에서는 도파민을 분비하고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을 줄이기 위해 당을 흡수하려고 하는데 실제 당이 없으니 세포들이 인슐린의 말을 잘 듣지 않게 되어 현대인의 고질병인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또한 몸에서는 진짜 단 음식을 달라! 고 요구하기 때문에 더 단 음식을 지속적으로 찾게 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생긴다.


이제는 실생활에서 유익한 팁들을 살펴보자.

아이들의 여드름은 쿠티박테리움 아크네스라는 세균이 원흉이 되어 생긴다고 한다. 

피지는 적당할 때는 도움이 되지만 모공을 막게 되면 이 박테리움이 증식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의 백혈구 전사들이 출동해서 전쟁을 벌이고 죽은 세균의 잔해가 결국 고름이 되어 남게 된다. 


그렇다면 무조건 깨끗이 씻는 게 답일까? 정답은 아니다. 

너무 잦은 세안으로 피부를 보호해 주는 유산균이 다 사라지면 산성도가 낮아져 더 여드름이 증가하게 된다. 한 번 씻을 때 꼼꼼히 씻고 보습을 잘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는 습관만 없애도 많은 부분이 해결되니 꼭 기억하자. 


사춘기에는 겨드랑이 냄새로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ABCC11라는 유전자 때문인데 한국인의 경우 대부분 이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청소년기에는 냄새가 심할까? 이 시기에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이 많이 분출되면서 일시적으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성장이 안정화되면 자동적으로 사라질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말고 이 시기에는 샤워를 자주 하자. 


피부미용, 보습, 펌 등에 대한 정보도 화학식으로 배울 수 있어 아주 흥미로웠으니 궁금하면 책을 통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청소년기에 한 번쯤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생화학과 뇌과학 베이스로 조곤조곤 풀어주시니 좋았던 책이다. 


    


#사춘기 #사춘기는처음이라 #이광렬교수 #사춘기호르몬 #클랩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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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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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다.

199p

카를로 로벨리를 만난 게 벌써 2년 전이다. 

코스모스를 읽고 우주에 대해 확장 독서를 하던 중 만났던 화이트홀을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천체 물리학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이후 카를로 로벨리의 책이라면 주저 없이 집어 들고 있는데 이번 책도 그러했다.

책의 제목은 <아낙시만드로스 연가 혹은 전상서>라고 바꿔야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카를로 로벨리가 최초의 과학자로 인정하는 아낙시만드로스에 대한 찬양의 에세이다. 


코스모스를 읽은 이들은 아낙시만드로스 이름이 낯익을 거다. 번성했던 이오니아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카를로 로벨리는 2026년 왜 다시 아낙시만드로스를 소환해 열렬한 전상서를 보내는 걸까? 


"아낙시만드로스는 현대 물리학과 지리학, 기상학, 생물학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 그런데 이 모든 업적보다 크고 중요한 일은, 그가 기존의 세계관을 비판적으로 사고한 최초의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성을 거부했고, 그런 태도를 지식 탐구의 기초로 삼았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과학적 사고의 기초가 되었다."_프롤로그 중, 


아낙시만드로스의 뛰어난 과학적 업적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의 과학을 접근하는 태도에 감명을 받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제목도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인 듯한다. 


그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낙시만드로스의 천체관 

아낙시만드로스 이전 대부분의 문명에서 이 세상이 하늘과 땅으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낙시만드로스는 최초로 지구가 허공에 떠 있고 하늘이 우리 발밑에도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아래쪽(지구 반대편)에 발을 딛고 선 사람에게는 위에 있는 물체가 아래에 있고, 아래에 있는 물체가 위에 있다... 이것은 지구의 어디에서나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_100p


이오니아 밀레토스(수도)는 지형적으로 새로운 지식이 탄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밀레토스의 거대한 문화 혁명은 지중해 문화의 풍부한 지식과 인도 유럽계 문명에 속하는 신생 그리스의 정치 문화가 융합하며 일어난다."_159p


사고의 다양성이 얼마나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현재는 국제적으로는 신냉전 시대고 내부적으로는 알고리즘의 강화에 따라 집단, 종교 간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카를로 로벨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결국 우리가 다양한 문화에 마음을 열고 차이점을 받아들 수 있을 때 과학 발전으로 인류의 풍요로움과 높은 지성을 향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근본 우너리를 깨닫고 구조를 연구해야 한다. 

진실은 연구의 대상이며 자연의 일부분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진리에 도달하는 수단은 인가의 관찰과 사고다.

118p

과학자들이 대다수 그러하듯 카를로 로벨리도 무신론자인 거 같다. 

"신은 그저 인간의 상상력에서 나온 존재가 아니라 인류의 인지적, 사회적, 심리적 경험을 체계화하는 어떤 본질의 상상인지도 모른다.", "신은 상상의 발명품이 아니라 초기 문명의 인류가 세상을 살아가는 의지 그 자체였다."

즉, 예상할 수 없는 자연현상,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조된 '의지'라는 것이다. 결국 현대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자아가 강해지고 신들은 침묵하게 되었다. 


불확실의 세계,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과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원한 진리는 없다. 

과학하는 자세란 이런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 들이고, 지속해서 탐구하는 자세다. 

카를로 로벨리는 이오니아의 아낙시만드로스에게 전상서를 통해 이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호소하고 있다. 


   

#카를로로벨리#과학하는인간의태도#쌤앤파커스#아낙시만드로스#과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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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 -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
베로니크 오발데 지음, 이세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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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산뜻하고, 신선하며 유쾌하다." 한낮의 불운을 읽고 느낀 한 줄 소감이다. 

다산북스의 소설은 믿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 읽게 된 프랑스 단편 한낮의 불운도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어찌 보면 불행에도 약간의 쓸모가 있다. 

거의 평범하고 때로 불행하지만 결코 실망스럽지는 않은 삶에 대하여

출처 입력

2024년 콩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베로니크 오발데의 작품이다. 

단편 소설상을 받은 작품이고 8편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담긴 단편들이 실려 있지만 각 이야기의 중심인물들이 어떻게든 서로 이어져 있는 연작 소설이다. 

단편이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 보니 이걸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편의 특징은 장편에 비해 시간과 공간의 설정이 짧다는 것이다. 단편에서의 순간으로는 그 인물의 인생사를 길게 들여다볼 수 없다. 그래서 숨 쉴 공간이 생기고,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지금의 불행이 다시 행운으로 돌아오는 기적이 인생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단편의 묘미를 여태껏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이론으로 이해하는 단편의 특성을 가장 와닿게 한 작품이 한낮의 불운인 것 같다. 

한낮의 불운이 생의 행운으로 바뀌는 마술이 펼쳐질지 어떻게 아는가? 

인생의 모든 순간은, 결정적이다. 

필멸의 삶에는 흥망성쇠가 있고, 몰락의 순간과 몰락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큼 빛나는 순간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188p

작가의 유머 코드와 신선한 발상에도 풋 하고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가 있는 점도 이 소설의 장점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그녀는 생리를 할 때가 좋았다. 매달 작은 집을, 피의 모래성을 새로 지었다가 조용히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것 아닌가. 작은 집을 만든다는 것- 게다가 그 집에는 아무도 산 적이 없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위안이 되었다. 그건 마치 발현하지 않고 잠재된 초능력 같았다." 85p


"애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러는 건 아니야. 딸이 무슨 상전처럼 고깝게 말할 때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얘가 나에 대한 불만으로 이러는 게 아니야, 얘는 내가 아니라 엄마라는 역할에게 말하고 있는 거야."_45p


"친애하는 헤르만, 배은망덕의 시절은 결국 지나가는 것을(헤르만은 배은망덕의 시절을 늘 조화롭지 못한 신체 변화나 여드름투성이 피부와 연관 지어 생각했다. 그가 이 시절의 이중적 의미를 이해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아들 파블로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나서였으니까.)"_121p



그 외 기억하고 싶은 한낮의 불운 문장

출처 입력

  • 우리 집이 아니라 옆집에 떨어진 벼락은 언제나 위안이 되는 법이다._10p


  • 살면서 잃는 것은 하나뿐인데 그 하나를 끊임없이 잃어가는 거지. 그게 뭐가 됐든. 어떤 느낌일 수도 있고 작은 기쁨이나 희망일 수도 있는 그것을 되찾고는 해. 그것의 메아리라도 되찾았다가 또다시 잃어버리기를 무한 반복하는 거야. _42p


  • 어머니는 그에게 말하곤 했다. 너는 달의 뒷면 같은 아이란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로 볼 수 없는 면 말이야. 사람들은 달의 뒷면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궁궐과 오아시스가 넘쳐난다는 걸 믿지 못해. 하지만 엄마는 알아._127p


  • 한때 멕시코에서 신기가 영험한 아이였다고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꿈에도 모를 수 있다. 비결은 없단다, 사랑하는 에르난. 재능도 너무 띄엄띄엄 써먹으면(시계공으로서의 재능이든, 사면으로서의 재능이든, 다른 무엇이 됐든 간에) 결국 무뎌질 수밖에 없어. _134p


불행하다면 불행한, 어쩌면 영화에서는 엑스트라밖에 맡지 못할 평범한 이들의 삶에 닥친 비극을 희극을 사뿐 깃들여 맛보는 유쾌하고 신선한 장편 같은 장편소설이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고 연두가 올라오는 이 봄날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거짓말 아니고 다산 담당자님은 타고난 눈이 있으신 듯! 


#다산북스 #한낮의불운 #프랑스소설 #추천소설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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