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전쟁 - 두려움도 분노도 없는 AI 전쟁 기계의 등장
최재운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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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전쟁은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카이스트 박사 출신 최재운 작가는 AI 센터에서 실제 업무 경력을 지니고 현재 인공지능 경영학과 교수다. 


방산의 현재를 보여준 책이었는데  이미 SF에서나 나오는 첨단 무기들의 향연이 마치 현재가 아닌 미래에 이미 와 있는 듯했다. 이렇게까지나 AI와 로봇이 이미 실상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작년 반도체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던 <칩워>를 읽으며 방산 = 반도체, 즉 첨단 산업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미 전쟁터에서는 AI와 로봇의 활약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단계에 이르른 것이다. 


실제 작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을 때 개전과 동시에 이란 최고위 장성들이 원격 드론 공격에 의해 제거되었다. 20여 명의 고위 지휘관과 핵심 핵과학자들의 잇달아 폭발에 휩싸여 죽음에 이르렀다. 


이 배경에는 미국의 팔란티어와 같은 방산 AI 기업들의 첨단 기술이 있었다. 실제 팔란티어가 개발한 AI 표적 식별 소프트웨어 덕분에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명중률은 50% 미만에서 80% 이상으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팔란티어의 고담은 어두운 범죄 네트워크를 파헤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담이 하는 일은 데이터 융합이다. 여기서 핵심은 AI의 패턴 인식능력으로 고담은 위성사진에서 위장된 군사장비를 찾아낸다. 


킬러 로봇의 첫 등장은 언제였을까?

"2020년 북아프리카 리비아 내전에서 역사상 최초로 완전 자율 무기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27p


현재 이 분야 최고의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에 있다. 그 이유는 민관이 합동해 기술혁신을 이끌었던 냉전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넷, GPS, 음성인식, 자율주행차. 우리 일상을 바꾼 기술 대부분이 냉전시절 DARPA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55p


2024년 10월 미국 백악관은 AI를 핵무기급 전략 자산으로 지정하는 AI에 대한 국가 안보 각서를 내놓았다. AI와 결합한 방위산업에서의 위력은 핵무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러한 첨단 기술의 전쟁터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우크라이나 전쟁터였다. 

러시아가 침입했을 때 우크라이나 부총리 페도로프는 트위터로 일론 머스크에게 트윗을 보냈다. 

다행히 머스크는 10시간 만에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활성화해주고 트럭 가득 실린 스타링크 단말기가 이틀 후에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 X가 쏘아 올린 저궤도 위성으로 구성된 인터넷 서비스로 지상 인프라가 파괴되어도 위성과 직접 접속하기에 끊기지 않아 최전선 부대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스타링크 연결망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조종하고 포병부대는 드론이 전송한 영상을 보며 정확한 좌표를 입력하여 폭격을 가했다. 이후 머스크는 일방적으로 스타링크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개인적 판단으로 위험을 가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미국 국방부에서 그 비용을 지급하며 지원 중이다. 그만큼 이제 전쟁터에서도 국가가 아닌 거대 기업의 결정권이 커졌다는 문제점도 보인다. 


가성비 드론이 러시아 탱크를 폭격한 사진들은 이미 많이 보았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수도로 진격하던 거대한 장갑차 행렬을 막아선 건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였다. IT 전문가와 드론 애호가들이 모인 30여 명의 소규모 그룹이었던 '아에로로즈비드카'는 조립식 드론을 이용해 수류탄과 로켓 추진 폭탄을 터트려 기갑 행렬을 파탄에 빠뜨렸다. 

이때 사용된 드론은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수십, 수백 달러의 저렴한 드론들이었다. 이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는 4K 해상도는 기본이고 수십 배 줌인도 가능해 고도 500미터에서도 차량 번호판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이 상용하는 드론의 경우 세부적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50만 원 안팎이라고 한다. 이 드론으로 오래된 구형 전차부터 신형 전차까지 13000대 이상 파괴가 되었다고 한다. 신형 전차의 경우 1대에 60억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50만 원짜리 드론에 폭격당했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건 2025년 4월 러시아의 초고가 전자전 장비인 보리소글렙스크2(2700억)을 드론으로 파괴한 것이다. 물론 미사일의 정확도가 드론 보다 몇 배 더 높다. 하지만 미사일 1발 대 드론 150발이라면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는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드론은 넘쳐나는 데 조종사가 부족하다. 드론 조종 신호가 노출되면 조종사들의 위치가 노출될 수도 있다. 

최첨단 AI 드론은 GPS 없이 드론이 위성 지도와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대조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여 항해하며 타격률도 70-80% 성공률까지 올린다. 


팔란티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눈에 띈 업체는 오픈 AI와 콜라보 하는 드론 방산업체, 안두릴이다. 안두릴이 만드는 고스트 X는 4개의 로터를 가진 소형 헬기 형태로 탄두를 많이 실을 수 있는  가벼운 모듈식 무인기다. 드론의 핵심은 래티스라는 AI 소프트웨어로 컴퓨터 비전, 경로, 계획, 통신 제어 등이 모두 통합되어 있다. 즉 더 이상 인간 병사가 조이스틱으로 드론을 조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혁신적 시스템 중 하나가 포병의 우버라고 불리는 GIS 아르타다.  아르타는 표적에 가장 적합한 화력을 연결한다. 작동 방식은 정찰 드론이나 전방 관측병이 적을 발견하면 스마트폰 앱으로 좌표를 입력한다. AI 알고리즘은 주변 화력 자산을 스캔하고 박격포, 곡사포, 미사일, 공격 드론 중 가장 가깝고 적합한 무기를 선택해 사격을 명령한다. 이 과정은 수십 초에서 수분까지 걸린다고 한다. 

이것이 새로 나온 전쟁 개념인 '네트워크 중심전'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방산 업체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슬링샷에어로 스페이스가 개발한 AI 아가사는 방대한 궤도 데이터 속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위성을 골라낸다고 한다. 중국이 수만 기에 달하는 초대형 위성 군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스타링크와 같은 민간기업 주도의 위성이 계속 발사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기술이 유용해질 수 있다. 


미국의 신흥 방산 기업인 제너럴아토믹스와 안두릴은 미 공군의 드론 윙맨 개발 업체로 선정되어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추후 유인 전투기 한 대와 다수의 무인 전투기가 팀을 이루는 것이 보편화될 조짐이다. 


킬러 로봇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성찰이다. 

AI의 목표 정렬 문제(예: 종이 클립 케이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결정에 인간이 관여하는 '휴먼 인 더 루프'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핵심 인프라나 인명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AI 활용 금지를 국제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결국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감정, 연민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결국 답이지 않을까? 


작가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인터스텔라 영화의 대사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가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에게 늘 어려움은 온다. 하지만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현대 전쟁을 살펴보며 발전한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AI가 점령한 전쟁, 드론 전쟁, 방산기업의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드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간없는전쟁 #AI드론 #방산AI #최재운작가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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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을 배웁니다 - 잘 익어가는 인생을 위한 강원국의 관계 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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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을 배웁니다.

강원국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이번 책은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등 다양한 글쓰기 말하기 책을 내며 100만 독자의 멘토가 된 강원국 작가가 전하는 '인간 관계'에 관한 책이다. 작가님의 이전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어 이번 글은 더 편하게 읽혔던 것 같다.


이 책을 펼친 이에게 전하고픈 말을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자. 막히지 않고,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나를 지키되 상대를 존중하고, 때때로 멀어질 줄도 알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잘 돌보는 단단하고 평화로운 관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나아갈 '사람 공부'의 길이다.

서문에서


목차

  1. 중심 : 어른의 관계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2. 경계: 가까워질수록 필요한 사이의 기술

  3. 리더십: 잘 익어가는 어른의 영향력

  4. 여유: 오래가는 관계의 조건

  5. 결단력: 잘 끊는 것이 더 어렵다

  6. 회복: 관계를 지키는 마음 근력


기억하고 싶은 구절 위주로 발췌를 해 보았다.

중국 송나라 유학자인 주자가 말했다. 험담하는 사람은 경망하고, 맞장구치는 사람은 비겁하며, 험담을 전하는 사람은 비열한 사람이라고. 험담은 이렇게 여럿을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관계를 망친다.

38p

모든 칼에는 양날이 있다. 한쪽 칼날로 남을 상하게 하는 자는 다른 쪽 칼날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다.

247p

험담을 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했지만 나도 회사를 다닐 때는 험담을 한 적이 있다. 아니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던 사람이 있다. 미성숙한 인간이라고 해야 하나, 소시오패스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들을 희생시키고, 교묘하게 약자를 타깃 잡아 그 사람의 이미지를 박살 내 버리는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당해온 대상은 함께 일하는 동료로 당해도 하지 말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냥 참는 타입이었고, 그의 평판은 십 년 가까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었다.

이런 경우에도 참는 게 나았을까? 그냥 보고 모른 척하는 게 맞았을까? 아리송 하긴 하지만 험담.... 그건 사람을 정말 피폐하게 하는 게 맞다. 이제는 험담 근처에는 가지도 말아야지... 다시 다짐해 본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이다. 삶은 나답게 살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 그것이 곧 분수에 맞는 삶이고, 무리하지 않는 삶이다. 못하는 걸 잘하려고 하지 말자. 내가 잘하고 즐거운 것에 집중하자. 해야 하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걸 하자.

60p

나는 어른다움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첫째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 (중략) 학습과 성장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른바 '고인 물'이 되어 쉰내 나는 노인네 취급받기 십상이다.

둘째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중략)

셋째, 말조심해야 한다.

끝으로, 어른이 되기 위해선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중략) 3노를 삼가야 한다. 노여움, 노파심, 노욕이 그것이다.

110-111p

80인 내가 60인 것처럼 보이는 게 겸손이다. (중략)

겸손한 사람은 배우려는 자세를 견지한다. 누구를 만나건 그 사람에게 배울 점을 찾는다. (중략)

두 번째 조건은 경청하는 자세다. (중략)

다음은 친절이다. 강자의 불손은 오만이다. 약자의 공손도 비굴일 수 있다. (중략)

여유 있는 사람의 마지막 조건은 성장이다. 결핍과 지체 상태에서는 여유를 갖기 힘들다.

173-175

'어른이 어른다워야지.'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나는 우아하고 고상하고 그러면서도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배우기를 멈추지 않고 내 생각에 사로잡힌 꼰대가 되기를 거부한다. 더 고운 말과 다정함으로 무장하고 연령에 상관없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넒은 아량, 실천할 수 있는 행동력 그리고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정의를 가진 노인이 되고 싶다.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 나이가 들면 자꾸 자기가 아는 것이 모두라고 생각하는 좁은 소견에 갇히기가 쉬워진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매일 공부하고 마음을 닦아가야지... 다짐해 본다.

진짜 인맥은 지갑 속에 있지 않다.

단순히 나를 아는 수준을 넘어 절대적으로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하다. 양보다 질이다. 인맥은 숫자가 아니라 팬덤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다.

138p

인맥이란 게 참 어렵다.

누구와 언제 만나도 부담 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전형적인 외향형이지만 펼쳐놓는 관계를 지양한다. '진짜 인맥은 지갑 속에 있지 않다'는 말에 너무 공감한다. 행사마다 따라다니며 얼굴 비추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술자리에서 만난 100명의 사람보다 내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한 명의 진정한 이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 모든 허물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가족이 제일 중요함은 물론이다.

절대적으로 나를 믿고 지지해 줄 이들... 이들을 찾고 늘여가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 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들여다보여 다시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관계에 대한 지혜를 얻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다시사람을배웁니다 #강원국 #웅진지식하우스 #다시사람을배웁니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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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관하여 - 시몬 베유와의 대화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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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관하여

한병철 작가, 전대호 옮김, 김영사


나는 시몬 베유에게 깊은 우정을, 정말이지 영혼의 우정을 느낀다.

그러므로 거의 100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녀의 사상을 사용할 수 있다.

생산과 소비의 내재 저편에, 정보와 소통의 내재 너머 저편에

더 높은 실재가 있음을, 의미를 깡그리 상실한 삶으로부터,

한낱 생존으로부터, 고통스러운 존재 결핍으로부터 건져내고

우리에게 행복한 존재 충만을 줄 수 있는 초월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서문에서


'와... 이 작가님, 뭐지? 작품을 다 찾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한 줄 소감이다. 정말 팬이 되어버렸다.

아니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얼마나 철학적 깊이가 깊은 걸까? 책을 읽으면서도 꼬꼬무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이렇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철학서라니...

이 책은 한병철 작가가 프랑스 철학가 시몬 베유에게 쓰는 전상서다. 우리에겐 시몬 베유의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의 역할을 하고. 시몬 베유도 몰랐던 무식쟁이라 할 말은 없는데 얼마 전 오션 브엉의 소설을 읽으며 시몬 베유가 등장했던 터라 급 반가움을 느끼기도.

뭐 거의 전 페이지에 줄을 빡빡 그어대서 어디부터 소개하고 어디를 소개하는 게 의미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내게 와닿았던 백분의 1일라도 소개해 보는 거로.

주의, 탈창조, 빈자리, 고요, 아름다움, 아픔, 무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의

종교가 몰락한 시대다. 그 이유의 첫 번째로 주의를 든다.

"신은 죽지 않았다. 과거에 신은 인간에게 자신을 드러냈는데, 신의 드러남을 마주할 인간은 죽었다." 12p

현대인들의 소비지향이고 자극에 중독된 삶을 '지각은 더없이 게걸스러워졌다'라고 표현한다.

"오로지 영혼의 금식을 통한 자기 포식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단다."

관조적 주의는 영혼의 빈자리를 만든다. "바라볼 수 있는 자가 자기를 비워, 아무도 아닌 자가 된다." 14p

오늘날 중독사회는 주의가 없는 사회며 끊임없이 자극에서 자극을 따라 방향을 전환한다. 이렇게 극도로 짧게 유지되는 현재성은 주의를 토막 내고 지속하는 질서에 접근할 수 없다.

"주의는 선과 악을 분리하는 필터와도 같다. 선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선을 외면할 수 있다. 악은 거꾸로다. 사람이 악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악이 사람을 포획한다."

"주의는 사회적 차원도 지닌다. 공감도 존중도 타인을 향한 주의에 기반을 둔다. 타인을 향한 주의가 없어지면, 사회는 거칠어진다."

하지만 주의는 의도적이지 않다. 무위가 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주의가 모든 의지를, 모든 의도를 내려놓고 나를 잃을 때, 주의는 최고로 응축된 강렬함에 도달한다. 나는 자기를 비워 아무도 아닌 자로, 순수한 매체로 된다. 내가 아니라 아무도 아닌 자가 바라본다."42p

탈창조

탈창조는 주의와 연결되는 개념이다.

"자기에게 죽음을 주는 자는 더 높은 존재로 깨어난다. 그런 자는 성장하여 자기를 벗어나 참된 생명에 이른다."

탈창조와 반대되는 개념은 자아다.

"종교가 처한 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 주의의 쇠퇴와 더불어 대폭 강화된 자아를 꼽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주의는 오로지 자아 주위를 맴돈다. 우리는 충성스럽게 자아를 숭배하고 예배한다. 누구나 자기를 섬기는 사제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기를 섬기는 사제란 자기를 부리는 사업가를 뜻한다. 누구나 자기를 생산하고 자기를 공연한다." 53p

결국 강화된 자아는 게걸스러워지고, 자아를 포기하고 영혼을 비워야만 신과 조우할 수 있다. 시몬 베유는 선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을 자주 언급했다고 하는데 해탈과 탈창조가 맞닿는 개념이다.

빈자리

"가만히 있기, 자제하기는 자기 안에 빈자리를 마련하기다."_시몬 베유

여기서 재미있었던 부분이 권력에 대한 부분이다. 결국 권력은 자아를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고, 타인의 공간까지 자기를 확장한다. 이것은 인간으로 어쩌면 당연한 자연적 욕망이다.

이것을 거스르는 것은 자연을 초월한 자세다. 결국 자발적 자기 포기, 권력 포기로 빈자리를 만들 수 있다.

권력뿐 아니라 윤리, 정의도 같은 개념이다. 베푸는 자의 연민도 초자연적이다. 보답받고자 하는 당연한 욕구를 거스르고 만들어지는 빈자리는 숨구멍이 되어 바람이 흐른다. 복수와 증오도 갚아주고자 하는 것이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것을 거슬러 용서하는 자에게도 빈자리가 허용된다.

"빈자리란 궁극적으로 죽음 배우기, 자기를 죽음에 내주기다. 기도하기는 죽기라고 할 만하다."83p



고요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생산하고 공연한다고 했다. 자본주의는 고요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요는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아웃은 내적인 소음으로 인한 급성 청각장애라고 할만하다." 89p

"고요는 새로움의 산파다. 따라서 고요의 상실은 종교의 위기로 이어질 뿐 아니라 정신의 위기, 생산하기와 시 쓰기의 위기로도 이어진다." 91p

아름다움과 아픔

"아름다운 것-예컨대 바다, 하늘-에는 환원 불가한 무언가가 들어있다. 신체적 아픔에도 마찬가지. 내가 아닌 다른 것의 존재. 아름다움과 아픔의 근친성."

아름다움은 초월과 연계되어 있다. "순수하고 참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에 실제로 신이 깃들어 있다."

아름다움은 의도와 맞선다. 하염없이 머무르는 관조적 주의만이 아름다움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바라보기와 기다리기가 중요하다.

상상력이란 이러한 아름다움, 바라보기와 맞서는 개념이다.

"상상력은 사물을 평가하고 써먹음으로써, 바꿔 말해 가치와 효용으로 환원함으로써 흡수통일하려 애쓴다. 상상력은 초월적 위다. 즉 '먹기'에 종사하는 기관이며, 바라보기를 어렵게 만든다."107p

이러한 아름다움은 자연과 예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 곧 자연미는 순종으로, 침묵으로 표출된다."114p

"시간에서 영원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아픔이 필요하다."_시몬 베유

아픔은 몸과 내밀한 관계를 이어 실재하게 한다. 여기서 아픔이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세계 존재에 대한 증언으로서의 아픔도 포함된다.

"아픔과 소진이 저 지점에 도달하여 영혼 안에서 끝이 없다는 느낌이 일어나고 당사자가 이 끝없음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면, 그는 아픔과 소진에서 벗어나 영원에 이른다."122p

불행, 고통, 결핍이 창조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말일까?

아름다움과 아픔의 근친성은 고통의 절정 후 찾아온 창작의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

"아픔이라는 아리아드네의 실에서 삶의 질서의 짜임새가 드러난다. 삶의 질서는 아픔의 질서다. 아픔은 생명현상들 가운데 진짜와 가짜를 갈라놓는 장치다."127p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은 오늘날 우리는 아픔을 적대시하는 진통 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한대철 작가는 이를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닮았다고 한다. 아픔은 절대 금기시되고 모든 욕구는 충족되는 멋진 신세계... 이미 우리는 이런 중독사회에 살고 있었구나를 자각하는 순간이다.

무위

마지막까지 충격이다.

시몬 베유는 "어떤 사람의 행위와 그 결과 사이에, 노력과 성과 사이에 타인의 의지가 끼어든다면 그 사람은 노예다... 노예라는 것은 타인의 의지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인간의 운명이다. 노예는 주인에게, 주인은 노예에게 종속된다."133p라고 말했다.

이제 산업시대를 벗어나 우리는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병철 작가는 말한다.

"실제로 그는 자기 자신의 노예다. 카프카적인 동물인 그는 자유롭기 위해 주인에게서 채찍을 빼앗아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실현한다고 믿으면서 우리 자신을 착취한다. 자유 착취 곧 자기 착취는 명령과 억압을 통한 타인 착취보다 효율적이다." 133p

하아....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나를 착취하고 있었나 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친다. 이러한 착취를 벗어나기 위해서 무위가 필요하다. 학문적 탐구도 종교적 관조의 한 형태라 했으니 무위에 해당하는 학문적 탐구와 일상이 생산을 위해서가 아닌 소명을 향한 것으로 무위로 지향해야 하겠다.



짧은 소견으로 어떻게 모든 걸 담겠나만은 이런 멋진 책을 읽고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희열을 느낀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한병철 작가님의 신에 관하여는 종교에 관계없이 현대인이 꼭 읽었으면 하는 철학서이다. 앞으로 작가님의 책을 하나씩 섭렵해 봐야겠다.

너무 좋았던 책! 모두에게 강추 드리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신에관하여 #한병철작가 #시몬베유 #김영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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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기본으로 돌아가라
아이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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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기본으로 돌아가라

아이리 지음, 원앤원북스

지은이는 스물여덟, 학원 강사로 150만 원 월급쟁이로 시작해 어린 나이에 투자에 뛰어들었다. 6번의 부동산 투자로 80억 대 자산을 만들었고, 현재 강남 아파트 3채 (개포 래미안, 수서 까치, 잠실 파크리오)를 대출 없이 보유하고 있다. 11년 만에 부부가 함께 은퇴하고 현재는 부동산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투자 연대기를 보면 초반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투자였다. 오히려 강남 진입 전까지는 실패에 가깝다고 해야? 투자 대비 수익이 미미한 아파트들을 사고팔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면 이 부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왜일까?


첫째, 많지 않은 월급에 위험을 감지하고 투자로 일찍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2006년 일을 시작해 2008년 첫 매매를 시작한 후 본격적으로 다주택자로 살아왔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해서 정년 때까지 일하고, 퇴직 후에는 창업까지 해야 한다는 디폴트 값으로 설정된 기존의 프레임을 깨보자. 하루라도 빨리 투자 모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38p



둘째 부동산 정책이 변화하며 규제가 강화되어도 긴 안목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 부동산 규제는 한순간에 완화되기도 하고 강화되기도 한다.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언제나 기회는 있다. 같은 폭풍도 어떤 사람에게는 파도를 타는 최고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53p


셋째 결국 강남이라는 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강남에서 승부를 보았다는 것이다. 보통 1주택을 강남에 두더라도 기본 자본금이 부족하면 강남 외에서 2, 3주택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랬다면 지금의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레버리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뛰어들었기에 달성할 수 있는 결과로 보인다.

신축 아파트는 주변 구축 아파트의 시세를 이끄는 힘을 지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는 주변 구축 아파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시세를 형성하면서 구축 아파트와의 갭을 벌리게 되고, 그럼 구축 아파트는 그 갭을 서서히 줄여가곤 한다. 따라서 신축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지역을 찾으면 새로운 투자기회가 보일 것이다.

169p


이런 현상은 마포 공덕동이 대표적이다. 마래푸, 공덕 자이 등이 들어오면서 구축 시세가 움직이기 시작해서 구축도 꾸준히 높게 거래되고 있다. 기회는 계속 있다. 앞으로 신축 단지로 변모할 곳을 공부해야 한다.


확증편향은 우리가 가지게 된 생각, 가치관, 신념 등을 지속적으로 정당화하려는 편향된 마음을 가리킨다. 우리 주변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221p


사람들이 경제적 판단을 할 때 왜 실수를 하는지를 밝혀내는 학문이 행동경제학이다.


이 책에서는 상당히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행동경제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직관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하는 휴리스틱이나 개인의 신념이나 고집에 따라 그 가치관이 점차 강화되는 확증편향이 가장 대표적이다. 특히 확증편향은 SNS가 보편화된 현대에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간 들여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알고리즘의 노예가 될지 모른다.


책에서 대기업 맞벌이는 연간 1억은 저축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흠.... 불가다.

만약 아이가 없다면 모를까? 2억을 번다해도 1억을 저축한다는 건 꿈에 가까운 수치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 결국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헷지 할 수 있는 건 투자밖에 없다.


물론 부동산 투자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자산의 한 축을 부동산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1주택으로는 부자가 되기 어렵다. 누구도 잘 알지만 지금의 이런 정책 아래에서 다세대를 유지할 수 있는 강심장이 많이 없다. 가치가 있는 자산은 세금을 감안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자만 승자가 되는 게임이겠다.

세금에 대해 좀 넉넉한 관점을 가져야 되는데 참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재미있게 읽었던 원앤원 북스의 부동산 행동경제학과 2026년 결국은 부동산과 함께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이 추천되어 있어 이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리스트업 해두며 마무리를 한다.


아파트의 가치를 보는 법, 실제 투자기 등이 자세히 나와 있어 초보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원앤원북스 #부동산투자기본으로돌아가라 #아이리작가 #부동산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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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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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인플루엔셜 출판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라는 이름이 붙은 범상치 않은 작가인 오션 브엉의 첫 장편 소설이다. 

이미 뉴욕타임스 독자 선정 '21세기 100대 도서', 아마존 올해의 책,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영화화 계약 등 굵직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문학적으로 아름답고,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풍기지만 개인적으로는 거부감마저 드는 처절하고 비극적인 인생 스토리다.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 절대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내포함 의미가 너무 깊어 한참을 들여다봐야 보이는 소설이었고 가슴이 갑갑해져서 몇 날 며칠을 쉬어 가며 읽었던 소설이다. 


얼마 전 읽었던 샤이의 작가 맥스 포터는 "내가 읽은 소설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 문학적 경이로움, 비범한 인간성을 담은 걸작"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맥스 포터와도 결이 비슷한 작가인데 오션 브엉은 좀 더 깊고 섬세하다. 천 개의 파랑에 나오는 휴머노이드 콜리가 환생한다면 비슷한 사람이려나... 사색하는 여리고 따스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 소설이 자전적 소설이기에 유추해 본다)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베트남계 미국 작가다.  그의 첫 책은 시집이었다. <총상 입은 밤하늘>. 

그래서 그런지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를 읽어보면 시인의 은유가 느껴지는 문장들이 참 많다.  

몇 문장을 고를 수 없을 정도로 책 전체가 어떻게 보면 장편 시다. 그래서 자꾸 문장에 멈춰 서게 된다. 


이 소설은 돌아가신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평생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라... 읽히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쓰는 편지라 슬픔이 내재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을 경험하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외할머니 란은 그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이다. 엄마 또한 전쟁 경험자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문맹인과 혼혈로 사람들에게 차별과 멸시를 당하며 살아간다. 


오션 브엉은 이민자로서, 퀴어로서 사회에서 소외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사는 곳은 총성이 낯설지 않은 후미진 지역으로 친구 10명 중 반 이상은 마약 중독으로 생명을 달리하거나 이미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다. 

베트남계 어민자, 가난한 노동자, 퀴어, 전쟁 트라우마, 가정폭력, 약물 중독... 이 모든 것이 화자의 삶이다. 


한 세대 전체를 없애버리는 데에는 하룻밤 서리면 충분해요. 산다는 것은 그러니까 시간의 문제, 타이밍의 문제죠.

14p

우리가 운이 좋다면, 문장의 끝이 우리의 시작점이 될지도 몰라요. 우리가 운이 좋다면, 무언가가 전해질 거고요. 피와 힘줄, 뉴런으로 쓴 또 다른 알파벳. 남쪽으로 날아가도록,  아무도 오래 살아 남을 수 없었던 서사 속 장소로 방향을 틀도록, 그들의 친족에게 조용한 추진력을 불어넣은 선조들. 

23p

두 개의 언어는 서로를 상쇄시키고 제3의 언어를 부른다고 바르트는 넌지시 말해요. 때로는 우리의 어휘는 너무 적거나, 쉽게 유령이 되어 버리죠. 그런 경우에는 손이, 비록 피부와 연골이라는 경계들로 제한되어 있지만, 혀가 주춤하는 지점에 생기를 불어넣는 제3의 언어가 될 수 있어요. 

54p

새로운 이민자는 2년이면 알게 되죠. 숍이란 곳이 결국에는 꿈이 경직된 앎으로 변하는 곳이라는 것을. 미국인의 뼈를 지니고 깨어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앎 말이에요. 시민권이 있든 없든, 그것은 뼈마디 쑤심, 중독, 저임금이라는 것을요. 

114p

사냥꾼을 발견한 상황에서, 자신을 먹이로 내어주는 동물이 있다면 뭐라고 부를까요? 순교자? 약자? 아니요, 멈출 수 있는 드문 주도권을 얻은 짐승이에요. 네, 문장 속의 마침표 말이죠. 그것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거예요. 엄마 맹세해요. 마침표는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하려고 멈춰 세우는 거예요. 

165p

그건 우연이 아니에요. 엄마, 쉼표가 태아를 닮은 것 말이에요. 그 지속을 위한 구부러짐. 우리 모두는 한때 각자의 엄마 안에 있었죠. 우리의 고요하고 구부러진 자기 전체로 더, 더, 더라고 말하면서요. 저는 우리의 살아 있음이 복제할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고 주장하고 싶어요. 그리고 뭐 어때요? 제가 평생 만들어 온 것 전부가 삶의 연장이었대도, 뭐 어때요? 

193p

우리의 세계처럼 무수한 하나의 세계에서, 본다는 것은 꽤나 이상한 행위예요.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인생 전체를 짧게나마 그것으로 채우는 일이죠. 

236p

과도한 기쁨은, 맹세하건대, 우리가 그걸 유지하려고 절박해할 때 상실되어버려요.

253p

저는 사로잡힌 것처럼 보였어요. 트레버라는 한 사람이 아닌, 욕망 그 자체에. 그 결핍에 의해 재사용되기 위해, 결핍의 순수한 욕구로부터 세례를 받기 위해.

277p

본다는 것이 언제까지나 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놀랐죠. 왜냐하면 석양 역시, 생존처럼, 자신이 사라지기 직전에만 존재하니까요. 매혹적이려면, 우리는 우선 보여야 하는데, 보인다는 것은 사냥당하는 것을 허용당하는 거죠. 

319p

망가진 삶으로 하여금 인간의 이야기를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의 삶이 그 자체로 동물들의 이야기일 때.

324p

오션 브엉의 장편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는 제목만큼 시적인 소설 아닌 소설이었다. 

전해지지 않을 편지로 전하는 자신과 가족과 공동체의 아픔에 안타까움이 인다. 미국 내 빈부격차, 인종차별 그리고 마약의 문제를 어느 소설에서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살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게 아닐까? 

온전히 언어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치밀어 오르는 내면의 독백을 뱉어내지 않으면 살 수 없었기에 써 내려간 편지이자 소설이 아니었을까? 

그가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 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글로 치유받아 살아냈으면 한다. 


상당히 매혹적이었던 소설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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