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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불운 -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
베로니크 오발데 지음, 이세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와... "진짜 산뜻하고, 신선하며 유쾌하다." 한낮의 불운을 읽고 느낀 한 줄 소감이다.
다산북스의 소설은 믿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 읽게 된 프랑스 단편 한낮의 불운도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어찌 보면 불행에도 약간의 쓸모가 있다.
거의 평범하고 때로 불행하지만 결코 실망스럽지는 않은 삶에 대하여
출처 입력
2024년 콩쿠르 단편소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베로니크 오발데의 작품이다.
단편 소설상을 받은 작품이고 8편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담긴 단편들이 실려 있지만 각 이야기의 중심인물들이 어떻게든 서로 이어져 있는 연작 소설이다.
단편이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 보니 이걸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편의 특징은 장편에 비해 시간과 공간의 설정이 짧다는 것이다. 단편에서의 순간으로는 그 인물의 인생사를 길게 들여다볼 수 없다. 그래서 숨 쉴 공간이 생기고,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지금의 불행이 다시 행운으로 돌아오는 기적이 인생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단편의 묘미를 여태껏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이론으로 이해하는 단편의 특성을 가장 와닿게 한 작품이 한낮의 불운인 것 같다.
한낮의 불운이 생의 행운으로 바뀌는 마술이 펼쳐질지 어떻게 아는가?
인생의 모든 순간은, 결정적이다.
필멸의 삶에는 흥망성쇠가 있고, 몰락의 순간과 몰락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큼 빛나는 순간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188p
작가의 유머 코드와 신선한 발상에도 풋 하고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가 있는 점도 이 소설의 장점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그녀는 생리를 할 때가 좋았다. 매달 작은 집을, 피의 모래성을 새로 지었다가 조용히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것 아닌가. 작은 집을 만든다는 것- 게다가 그 집에는 아무도 산 적이 없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위안이 되었다. 그건 마치 발현하지 않고 잠재된 초능력 같았다." 85p
"애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러는 건 아니야. 딸이 무슨 상전처럼 고깝게 말할 때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얘가 나에 대한 불만으로 이러는 게 아니야, 얘는 내가 아니라 엄마라는 역할에게 말하고 있는 거야."_45p
"친애하는 헤르만, 배은망덕의 시절은 결국 지나가는 것을(헤르만은 배은망덕의 시절을 늘 조화롭지 못한 신체 변화나 여드름투성이 피부와 연관 지어 생각했다. 그가 이 시절의 이중적 의미를 이해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아들 파블로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나서였으니까.)"_121p
그 외 기억하고 싶은 한낮의 불운 문장
출처 입력
한때 멕시코에서 신기가 영험한 아이였다고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꿈에도 모를 수 있다. 비결은 없단다, 사랑하는 에르난. 재능도 너무 띄엄띄엄 써먹으면(시계공으로서의 재능이든, 사면으로서의 재능이든, 다른 무엇이 됐든 간에) 결국 무뎌질 수밖에 없어. _134p
불행하다면 불행한, 어쩌면 영화에서는 엑스트라밖에 맡지 못할 평범한 이들의 삶에 닥친 비극을 희극을 사뿐 깃들여 맛보는 유쾌하고 신선한 장편 같은 장편소설이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고 연두가 올라오는 이 봄날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거짓말 아니고 다산 담당자님은 타고난 눈이 있으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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