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학자이자 작가인 마르틴 라카의 작품으로 프랑스 혁명이 끝난 19세기 초부터 약 100여 년간의 미술사를 여성 화가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작가가 서두에서 밝히듯이 이 책에서는 오히려 우리에게 알려진 여류 화가는 배제하고 "잊혀지거나 과소평가된 여성화가"들의 작품 110점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박물관 한구석에 있던 작품들, 개인이 소장하던 작품들을 찾아내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에 어떤 과정으로 그렸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작품이 의도하는 바와 주제까지 설명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여성 화가들이 생전에는 높게 평가받았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살아생전에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미술사에서 그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많다. 우리가 역사를 이야기할 때 흔히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인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예술사와 미술사에서도 그러한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단지 여자여서' 잊혔다는 것을 넘어 그들이 '왜 잊혔는지'에 대해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으로 다각도 분석을 시도한다.
"능력이 있으면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했는데 멀지 않은 시기에 살았던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차별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김희애가 '후남이'로 나왔던 <아들과 딸> 드라마가 생각난다. 초등학생 시절이었지만 그걸 보면서 어찌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던지 "요즘 세상에 저런 게 어디 있느냐"라고 흥분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30년 정도 전에도 이렇게 어이없다고 여겨지는 상황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물며 100년도 지난 시점부터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상상이 안된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이 순간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걸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라도 이렇게 차별받는 사람들이 각 분야와 국가에서 없기를 바라며, 모두가 성별에 상관없이 각자의 능력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날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