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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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가장 영향을 받은 작가를 꼽으라면 앙드레 지드와 헤르만 헤세이다. 앙드레 지드는 사랑에 대한 관점을, 헤르만 헤세는 자아 성찰의 기초를 잡아주었다. 그렇게 좋았다면, 왜 더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이후 싯다르타를 만나게 된 건 몇 년 전이었다. 헤르만 헤세를 언급하는 것은 그가 융 철학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작가로도 이미 자리를 잡은 정여울 작가가 직접 번역한 대릴 샤프의 '인생 제2 막을 위한 융 심리 상담' 서바이벌 리포트다. 이 책은 중년의 남성이 맞닥뜨린 위기를 융 심리학 전문가와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데미안 프로젝트> <헤세로 가는 길>을 냈던 정여울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융 철학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융 심리학에서는 중년의 위기야말로 자기 안의 눈부신 잠재력을 발견하는 기회로 바라본다."라고 말했는데, 이 책의 주인공 노먼은 중년의 위기를 겪고 마침내 분열된 자아를 극복해나간다. 




진정한 치유는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카를 구스타프 융

노먼은 잘나가는 영업 관리자이다. 안정적인 직업과 외모, 아름다운 아내, 사랑스러운 아이들까지 남들이 봤을 때는 완벽해 보이는 그였지만, 상담을 신청하기 위해 문을 두드릴 때 그는 철저히 내면이 분리된 상태였다. 

이유는 아내와의 갈등, 6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던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을 순간순간 만나고 다녔다. 하지만 아내만을 사랑한다고 한다. 그걸 느끼지 못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결국 아내 또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걸 안 노먼은 신경증 상태가 된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려면 노먼의 아니마를 살펴봐야 한다. 아니마는 남성에게서 '영혼' 역할을 하며 융은 아니마를 '생명의 원형'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융은 남성의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아니마가 네 가지 단계를 거쳐 발달한다고 보았다. 아니마의 4단계는 이브, 헬레네, 마리아, 소피아로 의인화된다.

88p

이브의 단계에서 아니마는 어머니와 완전히 얽혀있어 이브 유형의 아니마를 가진 남성은 자신을 친절히 돌봐주는 여성이 없으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잘 돌봐주는 여성에 지배 당하기 쉽다고 한다. 

헬레네의 아니마는 대중이 쉽게 접하는 우상과 같으며 이런 아니마를 가진 사람은 돈 주앙형 인간이 되어 한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마리아의 아니마로 성을 초월해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 나아가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여성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피아는 지혜를 나타내며, 내면의 삶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된다. 내면의 창조적 뮤즈와 같은 존재로 남성 내면의 '현명한 노인'과 한 쌍을 이루는 존재라고 한다. 중년의 분열을 잘 다스리고 자아를 찾은 이는 노년이 될수록 점차 영성이 깃들 수 있다. 


노먼은 이브와 헬레네의 아니마의 중간에서 분열증을 겪고 있었다. 아내에게는 이브를 투영하고 많은 여성들을 만날 때에는 헬레네를 투영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결국 노먼은 아내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자신의 아니마와 사랑에 빠진 것이었다. 

노먼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어머니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푸에르', 영원한 아이 신드롬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은 여전히 청소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중년 남성을 뜻하며 어머니에게 과도한 의존을 한다. 이들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데 이유가 정신적 미성숙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푸에르들은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본능적 충동에 취약하다.  대표적으로 <변신>의 프란츠 카프카도 푸에르 유형에 속했다고 한다. 


노먼은 상담을 통해 자신과 내면의 욕구를 들여다본다. 잘못된 아니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노먼의 노력은 결국 긍정적인 결과에 다다른다. 


융은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 견딜 수 없이 첨예한 갈등이 있다면, 당신이 삶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내적 갈등이 전혀 없는 삶은 반쪽짜리 삶이거나, 하늘에 사는 천사들에게나 가능한 저 너머의 초월적 삶일 뿐입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내면의 갈등은 누구에게나 있다. 중년의 갈등은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이를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 와닿는다. 결국 이 시기에 얼마나 자기 성찰을 잘 해야지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그것은 마치 운명처럼, 외부의 사건으로 일어난다.

카를 구스타프 융


이번 책은 어려운 융 심리학, 철학을 알기 쉽게 소설의 형태로 치환해 설명해 주는 기출문제집 같았다. 

아니마, 아니무스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꿈의 해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사람들, 융 심리학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권해 드리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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