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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교수님의 전작 [포노 사피엔스]를 읽고 다소 혼란스러웠다. 핸드폰을 장기처럼 여기는 세대. 태어나면서부터 보기 시작한 유튜브와 틱톡, 숏츠가 생활화되어 있고 핸드폰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대를 가르쳐 포노 사피엔스라고 했다.
핸드폰이 삶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는 말은 이해했지만 장기라니. 신체 일부라니. 나 같은 중년(?)에게는 여전히 핸드폰은 아주 즐겁고 친숙하고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건 알겠지만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없으면 무척 불편하겠지만 삶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정말?) 생각했다.
가뜩이나 [도둑맞은 집중력] 같은 책에서 핸드폰이 인간의 뇌를 잠식하고 있다고 경고하지 않나?
그런데 이번 책 [AI 사피엔스]를 읽고 명확해졌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단순히 핸드폰 사용 시간이 많은 세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보다 정확히는 인간 삶을 관통하고 있는 문명이라는 것의 변화에 주목하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삐삐가 처음 나왔던 우리 세대와 태어날 때부터 5G(속도 논란은 있지만) 모바일 인터넷 세상이 펼쳐졌던 MZ(좀 더 구체적으로 잘파 세대라고 하나?)세대와는 살아가는 문명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다.
IT 세대에 인터넷과 컴퓨터 없이는 사람다운 삶 자체가 불가능한 것처럼 앞으로의 세대는 모바일과 AI 없이는 사람다운 구실을 못하는 시대가 될 거라는 거다. 이른바 AI 혁명이다.
사실 챗 GPT가 나온 이후 수많은 매스컴과 언론에서 AI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엔비디아가 천비디아가 되고 구글과 오픈 AI에서 수많은 인공 지능이 나오고 테슬라에서 로봇이 나오는 등등. 그런데 정신없이 돌아가는 AI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도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 책은 AI 홍수 속에서 현대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스토리로 풀어서 안내한다.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 자처하는 교수님의 문장에 스토리라니. 이게 재미없을 수가 없다.
479페이지나 되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다. 그런데 첫 장을 펼치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잠깐 읽었는데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경험을. 과학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인문학적 깨달음을 얻게 된다. 결국 과학이든 기술이든 로봇이든 모두 인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즐겁고 재미있고 깨달음이 있다.
모처럼 읽은 후의 내가 읽기 전의 나보다 조금 더 괜찮은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불행히도 워낙 잘 까먹어서 열심히 밑줄 긋고 따로 요약까지 해가면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지식으로 남는 정보는 많지 않다. 기억력 나쁜 내 문제다.
하지만 확실하게 얻은 것이 있다. 앞으로의 문명은 AI 혁명이 주도한다는 걸 기억이 아닌 이해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것. 왜 앞으로의 인류를 AI 사피엔스로 지칭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책 첫 장에 있는 PART 1이다. 익숙한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의 AI 발전기에 인문학을 끼얹어서 스토리 있게 풀어낸 장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개도국 관성에 대한 이야기. 한국은 선진국을 모방하고 따라가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성장을 해왔는데 앞으로 이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시장은 이미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영역으로 넘어온 지 오랜데 대학에서는 여전히 내연기관을 가르친다. 사실 자율주행을 어느 과에서 가르쳐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내연 기관 교수님들은 아직 은퇴하지 않았고, AI 전문 분야의 교수님을 모셔올 인건비도 없다.
교육 정책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능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등록금 동결이다. AI 인재를 고액 연봉으로 모셔올 돈도 없고, 사립대에서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자유도 없다. 사회는 AI 혁명이 휩쓸고 있는데 입시 방식은 개도국 시절에 머물러 있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K 문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원래 알고 있던 분야에 메타 인더스트리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는 부분이 무척 유용했다. 메타는 결국 확장성을 의미한다. 기존의 권력이 자본 집약적인 중앙 집권적이었다면 메타 세상의 권력은 '구독과 좋아요' 즉, 소비자의 팬텀이다.
소비자의 선택이 돈이 된다는 말이다. 연공서열이나 출신, 지역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계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단 하나는 실력이다.
그럼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인간에 대한 공부가 필수다. '구독과 좋아요'는 인간이 선택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공감해야 한다. 공감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온다.
사실 보다 명확하게 도움이 되는 문장은 위의 좋은 문장이 아니라 하루에 30분 만이라도 AI를 경험해 보라는 말이었다. 유튜브에 정보는 다 나와있다. 그러니까 핑계대지 말고 오픈 AI의 달리 2로 그림도 그려보고 챗 GPT로 영어도 공부해 보자. MS의 코파일럿으로 파워포인트도 만들어보고 MS 팀즈로 친구들과 회의도 해보자. 방법? 유튜브에 없는 게 없다.
평생 공부만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