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이라 기술, 법칙, 공학 이런 분야는 정말 쥐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다. 제목은 [황의 법칙]이지만 주로 서술하는 내용은 혁신에 대한, 인문학과 관련이 높은 내용이다.
독서가 좋은 점은 이런 고퀄의 귀한 강의를, 연세대 학생이 아니도, 집에서 편하게 앉아서 글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황창규 박사님이 연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7가지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반도체, 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내고 하버드경영대학원 특강 및 수많은 콘퍼런스 발제를 하신 황창규님은 이 강의를 위해 수개월 이상 자료를 준비하고 각 분야 전문가분들께 개인 교습까지 받는 등 최고의 강의를 준비하셨다.
강의를 듣는 연세대 학생들의 질의응답 또한 무척 수준이 높았다. 전공 지식에 대한 질의뿐만 아니라 혁신에 대한 가치와 미래에 대한 철학,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정의 등 인문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질문을 하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그 나이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나 싶기도 했다.
얼핏보면 뭔가 도표도 많이 나오고 이과적인 단어와 문장도 많이 나와서 전문 지식이 없으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정말로 소설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물론 기술적인 설명은 잘 모르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켰고 실제 어떻게 상용화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만나는 세계적인 경영자들과의 숨막히는 일화등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같은 재미가 있었다.
[재벌집 막내 아들]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이 이건희 회장이었다. 황창규 박사님은 실제로 삼성전자 사업부에서 이건희 회장과의 독대를 통해 모든 삼성 전자 임원들이 반대하는 플래시 메모리를 당시 세계 1등인 도시바와 협업 않고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킨다. 한 라인에 수십조가 드는 반도체 생산라인 2곳에 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이미 준비해놓았다. 이건희 회장은 이 보고를 받고 도시바의 제안을 거절하고 삼성 독자 사업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