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투자디톡스 세트 - 전2권 - 본성에 휘둘리지 않고 불안에서 벗어나기
문홍철 지음 / 연합인포맥스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결론부터 : 간만에 각 잡고 밑줄 그으며 재미있게 읽은 투자 인문학 책이다. 참 글을 재미있게, 이해하기 쉽게 잘 쓴다. 필사 노트에 요약된 내용도 명언들이다.
우연히, 누가 기대되는 책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 보았다. 표지만 봤을 때는 일반적인 국내외 주식 투자 유의점이나 투자 기법, 피해야 할 매매 방법 같은 걸 나열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애널리스트 작가가 쓴 투자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보통 세 가지 중 하나를 기대하면서 책을 읽는다. 지식을 얻거나, 성찰하거나, 재미있거나. 이 셋을 다 얻을 수 있을 때 가성비 좋은 책을 만났다고 표현한다. 표현하는 문장이 쉽고 재미있고 설명이 깔끔하면 더욱 좋다. 이 책이 그렇다.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는 비교적 간단하고 명확하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한국인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특성이 투자에는 독이 된다. 그러니 성공을 쫓지 말고 실패를 피하는 투자를 지향하라"
이 간단한 진리를 설명하기 위해 책은 5가지 챕터로 나누어 투자 이론과 개념, 원화 가치 전망과 지정학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인문학 관점의 투자까지 폭넓게 설명한다.
내용만 보면 벽돌 책으로도 모자랄 것 같은데 군더더기 뺀 220페이지의 비교적 적당한 분량으로 이 모든 걸 담았다.
차라리 경제학을 모르는 게 투자에 더 유리하다는 서문부터 무척 좋았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념을 현실화해 줄 이론가를 필요로 하고 경제학자의 관점에는 이권과 정치적 서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책은 경제학을 이해하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해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론 상으로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잘 된다고 나와있지만 실제로 수출이 부진해서 원화가 약해지고 환율이 오르기도 한다. 시장은 복합계다. 시장 참여자인 인간을, 정확히는 투자자 개개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투자는 인문학 영역이다. 경제학 이론은 중요하지 않다. 근거는 경제학자들의 투자 성과를 보면 된다. 이론이 전무한 일반인이 더 높은 성과를 올리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경제학 이론에는 항상 이런 조건이 나온다.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 불가능한 설정이다. 인간의 뇌는 불안정하다. 뇌의 정보는 실제와 다르며 가장 그럴듯한 상황을 가상의 이미지로 생성한다. 뇌의 예측은 본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야 한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한 설명도 길지 않으면서 명확해서 이해하기 쉬웠다. 금리를 다루는 내용의 책 한 권 분량을 챕터 하나로 요약해놓은 듯한 느낌인데 장황한 일반 이론 대신 필요한 현실적인 내용만 설명해서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시장 전망과 달리 저자는 관세와 무역 블록화는 물건 수요를 크게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디플레이션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무역 전쟁은 디플레이션적이었으며, 특히 기술 발전 역시 디플레이션적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신기술의 발전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명확하지만 이것이 GDP를 높이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고 성장이 높아지면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어나니 돈값인 금리가 높아진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면 돈의 구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돈값을 올려서 이를 보전해줘야 한다. 따라서 금리는 명목 성장 수준과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원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약세에 돌입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글로벌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늘어나는 법정화폐를 대비하는 지정학적 자산인 금이나 비트코인을 일부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모든 자산은 사이클이 있다. 미래는 예측 불허하다. 세계 질서는 다극화로 이행되고 있으며 지정학적 자산의 중요도는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 유지에 대한 의지가 약해짐에 따라 전체주의 국가들은 개인의 자유와 사유 재산을 억압할 것이다. 원화 가치는 장기적으로 절하될 가능성이 높으며 저성장 고령화로 인해 결국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양극화가 일반화되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안분지족하는 서양과 달리 아직 계층 사다리가 남아있는 한국은 특유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계층 상승을 위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한다. 그 지나침이 투자에는 독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시장에서 성공적인 플레이 역량은 투자 지식이나 규모가 아닌 통찰에서 비롯된 인간 이해임을 저자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