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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김시민 지음, 이상열 그림 / 리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꾸지 않은 들판처럼 시원시원한 동시집입니다.
사물을 보는 시인의 눈에 유쾌함이 베어 있는가 하면 따뜻한 시선이 오롯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상 이야기를 살짝 발을 담가 가슴 시리게도 만들어 내는 재주꾼입니다.
경쟁 사회에 내몰린 아이들의 현장을 위로하기도 하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풋풋한 삶의 정서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고향에 대한 그림움이 보이기도 하고, 자연과 생명이 소중함이 녹아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인이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강렬하게 와닿습니다.

아, 아 / 입을 더 크게 벌려야 하는데 / 으, 으 / 점점 입이 다물어진다
이를 빼야 하는데 / 눈물이 먼저 / 쏙 / 빠진다 < - 치과에서 - 본문 p 10>
첫 시작부터 웃음이 절로 나며 ’이건 내 얘기’라며 웃음짓습니다.
"네가 공부할 책, 네가 골라라." / 말씀하셨지만
엄마가 더 열심히 뒤져보고 있어요 / 내가 푸는 수학 문제보다
책 고르기 더 어려운가 봐요 / 뭐가 어려워 저러시는지 / 참 답답해요
쪽수 제일 적은 책 고르고 / 만화 있는 책 고르면 되는데... < - 책 고르기 참 쉬워요 中 - 본문 p 44>
’앗!’ 뜨끔했습니다. 문제집 고르는 엄마 모습이 어쩌면 저를 닮았는지…….
아이의 속마음과 정 반대인 엄마 마음, 문제집을 어렵게 어렵게 고르는 엄마를 보는 아이 마음이 이랬구나 싶은게
펄펄 끓는 기름이 튄 것처럼 뜨끔했던 동시였습니다. ^^;
평범한 이야기 속에 사람, 자연, 생명, 꿈틀거리는 세상의 현장을 순간순간 그대로 받아 쓴 듯 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주변의 모습들이 유쾌하게 혹은 담담하게 혹은 진지하게 세상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줍니다.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우리 주변의 이야기 그대로의 웃음과 따스함이 넘치는 '사랑방' 같은 동시집입니다.
아이들에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랑방을 한 칸 내어주시지 않을시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