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 학교 생각학교 클클문고
소향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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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verse> 소향


'지오'는 반강제적인 아빠의 권유로 '스쿨버스'에 입학하게 된다. 이곳은 직접 등교해 대면 방식으로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본 뜬 아바타를 이용해 수업을 받는 학교였다. 게다가 모든 커리큘럼이 입학생에 맞춰져 있어 가장 합리적인 교육을 실시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지오는 그곳에서 최신식 메타버스 시스템을 이용해 세기를 넘나들며 각 시대의 유명한 과학자와 실학자들에게 직접 수업을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오는 학교 시스템을 해킹해 들어온 낯선 여자아이와 마주치게 되고 그녀에게서 놀랄 만한 소식을 듣게 된다. 바로 이곳에 진짜 학생이 아닌 AI가 섞여있다는 것이었는데.



<드레이븐 이종 고등학교의 괴짜들> 정명섭


'성혁'은 이종 생명체들에 대한 존중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아빠의 판단에 따라 '드레이븐 이종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여기서 이종이라 함은 뱀파이어, 구미호, 늑대 인간, 재생자(좀비)를 말하는데 서로를 공격하기 바빴던 옛날과는 다르게 모종의 이유로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종에 대한 거리감은 존재했고 그건 성혁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과는 아직 친구가 될 마음이 없었던 성혁에게 뱀파이어 '동식'과 구미호 '아르테미스', 늑대 인간 '엉클'이 손을 내밀며 벌어지는 유쾌한 우정의 에피소드.



<특별전형> 이지현


인공지능 로봇이 이제는 인간의 선생이 된다. '코스믹스 K 학교'는 화성에 정착할 후보 학생들을 선별해 국제항공우주국에 추천하는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 학교는 입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훈련을 받게 하는데 선생님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이다. 훈련 데이터의 철저한 분석과 관리로 학생들은 나날이 강해져 간다. 많은 학생 중에서도 체력, 지력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이는 학생들은 NP 유형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를 하는데 거기엔 주인공 '시지프'도 포함되어 있었다. 곧 시지프를 포함한 상위 성적 3명은 화성 이주를 위한 최종 테스트에 돌입하게 된다. 과연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우린 공존할 수 있을까?> 윤자영


외계인과 인간이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 시대가 왔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들은 외계인을 혐오했고 외계인들 역시 인간을 멀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종족 간의 친목을 도모하자는 교장 선생님의 강제적 지침에 따라 친구 한 명과 함께 외계인 반으로 옮기게 된 '장소린'. 외계인에 대한 편견과 불쾌감을 숨기지 못하는 소린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바로 자신이 외계인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휴머린'이라는 것. 외계인도 인간도 아닌 애매한 존재였지만 소린은 두 종족의 화합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로 결심한다.




 청소년 소설답게 쭉쭉 읽히는 가독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좋았다. 100년이 지난 후지만 학교는 여전히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인간들만 누릴 수 있는 '교육'이라는 것이 다른 종족에게도 공평하게 제공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식 전달 위주였던 지난날의 학교와는 다르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교육을 실시한다. 




여러분, 나노 로봇으로 자식을 곧바로 전달받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 학교는 더 이상 지식 전달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다. 지식을 배우는 것은 학교 밖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학교가 곧 없어질 거라고들 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학교는 존속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스쿨버스는 지식뿐 아니라 학생 개인에 최적화된 인성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기술의 발달만큼 윤리와 도덕, 그리고 인간성이 함께 발달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길고 긴 삶 속에서 가치와 방향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요.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현재 스쿨버스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00년 후 학교》 --- <Schoolverse> p.12




 이처럼 학교의 존재 의미는 발전하는 미래의 모습에 맞춰 달라졌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그에 발맞춰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로부터 100년 전, 그러니까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예를 들면, 자녀의 장래 희망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강요하는 부모의 모습을 들 수 있겠다. <Schoolverse>에서 지오의 꿈은 달 기지 건축가였다. 그러나 아빠는 지오가 뇌신경 공학자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들과 상의도 없이 강제로 스쿨버스에 입학시켰던 것이다.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은 조금도 발전하지 않고 제자리인 것이다.


 스쿨버스에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삶과 죽음 가운데서 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다행히 지오는 그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올바른 선택을 했고 아빠의 숨 막히는 과잉보호를 벗어났다. SF 소설 속에서 이렇게 현실과 밀접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책은 1318 청소년들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클클문고 시리즈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들(그것이 꼭 늑대인간, 뱀파이어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왜 자신만의 편협한 기준을 내세우며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인지, 진정한 화합을 추구했을 때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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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100년 전통 자기관리 수업 - 성공할 수밖에 없는 하버드의 자기관리 24강 하버드 100년 전통 수업
류웨이위 지음, 이재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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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24강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내용은 하버드에서 재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자기관리 수업의 원칙들을 다루고 있다. 세계 제일의 명문 대학으로 여겨지는 하버드에서는 과연 어떤 수업들을 통해 학생들을 미래의 지도자로 양성해 내고 있을까? 그곳에서 베풀어지는 교육은 비단 하버드 학생뿐만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매우 유익하다.


 책의 1강부터 시작되는 자기관리 수업은 자제력, 자아 발견, 환경 적응, 관성 통제, 정서 통제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유익한 특성들을 배양하라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자신의 잠재력을 확신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역경이 닥쳤을 때 자신의 대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심지어는 그 스트레스를 피하기에만 급급하다. 하지만 내면에 있는 잠재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굳게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그것을 회피하는 것부터 생각해왔던 나에게, 스트레스를 다른 관점에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부분이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는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하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적 특성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방금 언급한 '참을성'이었다. 그들이 어려움을 그저 피하기만 했었더라면 지금쯤 수많은 역사책과 영웅담에 등장하는 그들의 이름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성공으로 이끈 중요한 특성 또 한 가지는 바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사실 실패는 어느 누구라도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실패는 약함의 상징이며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크나큰 약점으로 잡힐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실패의 결과를 두려워하거나 도망치지 말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실패의 이유를 차분히 분석해 보고 다음 도약을 위해 보강하기를 권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거치는 것이다. 실패 후 시간이 점점 흐르다 보면 자신에 대한 의심이 싹틀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좋은 기회를 먼저 차지해버릴 수 있다. 따라서 되도록 일찍 먼지를 털고 일어나 다시 한번 과감히 도전해 보자. 체념해버리거나 지금 상황이 더 안락하다고 느낄 그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그러나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모든 일을 잘 하고 싶지만 모든 일을 잘 할 순 없다. 그렇기에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모든 일은 어쩔 수 없이 체력과 정신력이 소모된다. 여기서는 '의지력'이 소모된다고 표현하는데, 이렇게 의지력이 바닥나기 전에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라고 조언한다. 오늘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일을 비교적 이른 시간에 끝내버리는 것이다.


 사실 이 조언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됐는데, 나 같은 경우는 아무리 철저한 계획을 세워도 오전에 몇 가지 일을 끝내고 나면 체력 탈진 상태에 이르기 일쑤였다. 피로함이 온몸을 덮쳐 휴식을 취하다 보면 오후 시간이 낭비되곤 했다. 그 때문에 중요한 일을 내일로 미루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 결과로 다른 사람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책에 나온 조언에 따라 계획 세우는 방법을 다시 한번 고려해 보게 되었다. 그 결과 꼭 해야 할 일을 기한 안에 처리할 수 있었고 책임감과 능동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의지력을 잘 다루는 방법은 이러하다.



1. 가장 필요한 일에 의지력을 쏟는다.

2. 의지력의 리듬을 파악해야 한다. (일의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중요한 일을 한다)

3.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해 에너지를 충전한다.

4. 좋은 생활습관과 심리상태를 유지한다.



 하나같이 유용한 팁들이 들어있어 생활 곳곳에 적용하기 좋았다. 꾸준히 실행해야 비로소 열매를 맺는 자기관리 비법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들도 많아 자기 계발, 자기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현재 나에게 필요한 특성을 찾아 그 부분을 골라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24년이 이제 3개월 남짓 남았다. 이 시기에 자기관리의 전문가들에게 유익한 수업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 내년에는 좀 더 달라질 나의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검색해 보니 '하버드 수업' 시리즈가 몇 권 더 있는 것 같다. 믿고 읽을 수 있는 시리즈를 알게 되어 기쁘다.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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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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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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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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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여행객의 복장을 한 스물다섯의 젊은 여자가 볼리비아의 한 야생동물 보호소 앞에 서 있다. 그녀의 이름은 '로라', 삶에 대한 의미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한 달 동안 이곳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에 신청을 한 참이다.


 '파르케'라고 부르는 이 보호소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영국에서 누리던 호화스러운 생활과는 다르게 진흙이 도처에 널려있었고 매일 깨끗하게 샤워한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동물들 때문에 상처를 입기가 일쑤였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음식들은 쉽게 상해버렸다.


 단기 봉사자였던 로라에게 주어진 임무는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양이라고 불리는 동물이 고양잇과의 퓨마일 줄이야. 난생처음으로 맡게 된 퓨마 '와이라'와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와이라는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으르렁 거렸고 절대 옆을 내주지 않았다. 아무리 방사장 안에 있다고는 하나 야생성은 잃지 않았기에, 로라는 본능적인 두려움과 싸워야만 했다.


 처음엔 그저 봉사 기간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로라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파르케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토록 애를 먹였던 원숭이들과는 이제 한 침대에서 잠들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매번 자신을 무시하던 와이라와는 로프를 걸고 산책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로라는 인간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이 동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열대우림의 삶은 순탄치가 않았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찾아오며 산불이 일어난 것이다. 산불로 인해 타 죽어 버린 보호소 밖 야생동물들의 시체는 그들에게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준다. 갖가지 재해와 인재로 인해 자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면서도 끝까지 희생적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삶. 그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져 나간다.




 이 이야기는 실화 기반 소설이 아닌 '회고록'이다. 작가 로라가 십여 년에 걸쳐 경험한 야생동물 보호 자원봉사의 삶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구 곳곳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서 그들의 삶을 구석구석 파헤칠 기회는 없었기에 그 어떤 책보다 흥미로웠다.


 안정적이고 안락한 삶을 뒷전으로 한 채 벌레와 바이러스들이 드글거리는 정글로 뛰어든 사람들. 자신의 이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악랄한 인간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와는 다른 존재를 위해 이만큼이나 희생정신을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와이라에게 팔뚝을 내어주면서까지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로라의 모습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정말 경계선이 없는 사랑만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마지막 부분에서 와이라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종을 뛰어넘는 사랑과 이해가 맺은 결실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가닿는 따뜻한 마음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새에서부터 원숭이, 퓨마, 재규어에 이르기까지 각종 동물들이 보호를 받으며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희귀한 동물을 자신의 소유로 삼아 재력을 과시하고 관심을 받으려는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었다. 또한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이뤄지는 자연 파괴 활동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듯 모두가 환영하는 산업의 발전 뒤에는 자연의 희생이 조용히 감춰져 있다. 더 이상 자연과 공생하려 하지 않고 철저히 이용하려는 이기적인 욕심이 지금도 수많은 동물들을 죽이고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일본에서 일어난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 어떤 처리도 없이 바다에 흘려보내겠다는 방식은 정말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예정대로 실행됐고 이제는 그 결정이 불러올 결과를 참담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비슷한 상황이어서인지, 책 속에 나오는 보호소 근처에서 무리하게 벌목을 하고 개간을 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마치 자연과 나는 별개의 존재라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 그 어떤 때보다 그들이 밉고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사랑을 조금 더 키울 수만 있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조금 더 인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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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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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에서도 춥기로 소문난 '투루한스크'에 한 기묘한 마을이 세워진다. '홀로드나야'라고 불리는 이 곳은 보통의 마을과는 다르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똑같이 설계된 건물들이 데칼코마니를 그리듯 형성되어 있고, 그곳에서는 남자아이 250명과 여자아이 250명 만이 살고 있다. 이들을 감독하는 사람은 '리센코' 후작으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고 불렸고 이제 자신만의 과학적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이 마을을 건립했다.



 리센코가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획득 형질의 유전'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후천적인 능력은 다음 세대에도 유전이 된다는 가설이었다. 예를 들어, 극한의 추위에 노출된 채 살아온 부모에게서는 추위를 쉽게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노력을 해야 해. 노력을! 매 순간에 노력을! 끊임없이!

그래야 그 의지와 노력이 세포에 새겨지고, 그 특징이 알갱이로 응축되어 자식에게 전달되는 거야. 그게 바로 획득 형질의 유전이야.

그런 개인의 특징이 모이면 민족성이 돼. 한랭 내성도 추위를 이기려는 오랜 노력 끝에 결국 한 명 한 명에게 그 알갱이가 장착될 거고, 그게 대물림될 거야. 그렇게 한랭 내성은 러시아의 민족성이 될 거야! 되고야 말고!

《악의 유전학》 p.108




 그는 이 가설을 위해 어린아이들을 매일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입수 시키며 잔혹한 실험을 시작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잡혀 온 탓에 이곳에서의 기억밖에 없는 아이들은 순순히 그에 따랐고, 실험은 성공적으로 진척되는 것처럼 보였다.



 17살이 된 이후, 가장 추위를 오래 견딜 수 있는 아이들은 그곳에서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된다. 당연히 아이를 낳는 것도 강제적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갓난 아이들은 바구니에 담겨 얼음 연못 아래로 넣어졌고 무수히 많은 아기들이 저체온증으로 인해 죽어나갔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죽음을 슬퍼하던 리센코 후작이었지만 황제가 명한 실험 기간의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그의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향은 정점을 찍는다. 실험에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는 아이들은 무참히 살해하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아이들만을 선택해 계속해서 실험을 강행했다.



 그 열악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케케'는 살아남았고 마침내 홀로드나야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자신의 신랑이었던 '베소'와 재회해 계속해서 삶을 이어나간다.





 충격의 연속이었던 이야기였다. 나치의 유대인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주제로 한 홀로코스트 소설은 많이 읽어봤지만 소련에서도 암암리에 이루어졌던 비밀 실험이 있었을 줄이야.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실험이었기에 더욱 잔인하고 가혹하게 느껴졌다. 책의 제목에 나오는 '악'의 근원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정말 입이 딱 벌어졌다. 책에 등장하는 사내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리센코의 획득 형질의 유전 법칙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인간의 악만큼은 유전된다는 사실을 선명히 비추고 있었다. 리센코가 저지른 악행들과 사내가 이후에 벌인 여러 가지 사건들은 일말의 죄책감과 양심이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했던 것이다.



 사실 소련의 역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친절하게도 맨 뒷장에 역사 연보가 수록되어 있어 남겨진 이야기를 상세히 알 수 있었다. 허구의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이 섞인 이야기라 더욱 인상 깊었던 책. 인간 역사의 어두운 뒷면을 보게 되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세상에 더욱더 알려져야 할 사건들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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