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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평점 :
축구 2부 리그에서 뛸 정도로 전도유망한 선수였던 '욘 올슨'은 지금은 동네 마트에서 일하며 별 볼 일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무리한 축구 경기로 인해 그의 무릎은 결코 회복될 수 없는 큰 손상을 입었고 그날 이후로 축구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계인들이 지구에 접촉해 온다. 그들의 목적은 지구 정복 같은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외계인들은 지구인들과 축구 시합을 하고 싶어 했다. 지구인 11명과 외계인 11명으로 함께 축구 경기를 해서 지구인들이 이긴다면 한 명씩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오기까지 한다. 그 때문에 전 세계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고, 실제로 외계인들에게서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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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는 개인과 집단의 조화, 협조와 투쟁, 미의 추구, 극한적인 환경에서 발휘하는 완벽한 신체 조절, 관찰과 판단, 기억과 예견, 그 모든 것들이 들어 있어요.
즉 인류가 지구라는 환경에서 자신의 신체적 한계, 정신적 한계, 사회적 한계를 시험한 기록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p.3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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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무릎이 다쳐 축구는 꿈도 못 꾸는 상황에 놓여있는 욘은 이것을 기회로 삼아 축구 교실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돈을 버는 것이었다. 다행히 축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모여들었고 욘은 정성을 다해 그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점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되살아난다.
욘에게는 낚시를 삶의 낙으로 여기는 독특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리오'였다. 모르는 게 없는 박학다식한 친구이자 재능이 많은 리오는 어느 날 무릎이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욘에게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그의 마사지를 받고 난 후 욘의 무릎은 언제 다쳤었냐는 듯이 멀쩡해진다. 기묘한 일이었지만 일단은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욘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과연 욘은 외계인들과의 축구에서 이길 수 있을까?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축구를 주제로 한 소설이다. 그러나 책을 읽기 전부터 한 가지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다. 역동적인 스포츠인 축구를 어떻게 소설로 녹여서 쓸 수 있을까? 축구 경기 시청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점이 가장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엔, 그 어떤 소설보다 축구를 생생히 묘사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 교실이 배경인 만큼 축구에 대한 욘의 지도와 조언이 많이 나오는데 그 설명을 듣고 있자면 눈앞에서 현란하게 기술을 펼치는 축구 선수들의 모습이 저절로 상상이 되었다. 축구에 대한 규칙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축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문적인 축구 기술이나 정보보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의 사연이었다. 욘의 축구 교실에 등록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끌어안고 있는 고민이나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욘을 만나 축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하고, 자신이 갇혀있던 틀을 깨고 나오며 조금 더 성장해나가기도 한다. 그것은 주인공인 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없을 거라고 단정 짓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축구를 다시금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이 가슴 찡했다.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뛰어난 스킬이 아니라 다 같이 협동하는 자세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으며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욘의 축구 교실 회원들이 마지막으로 외계인들과 경기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게 되었다. 그동안 배워왔던 것들을 착실하게 따르며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보며 나 역시도 지레 겁을 먹고 못한다고 단정 지었던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했다. 그저 재미있는 축구 경기 그 이상을 보여준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