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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평점 :
'올리비아'는 꿈에 그리던 잘생긴 남편과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없이 다정하고 착한 남편 '딘'은 언제나 그녀를 만족스럽게 해주었고 기쁨으로 충만하게 만들어 주었다. 딘은 프라이빗 제트기 조종사였기에 비행하는 일이 잦았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도 딘은 유명인사의 전용기를 조종해달라는 부탁을 맡게 되었다. 가족과의 모임도 마다하고 일을 하러 나간 딘이 탐탁지 않았지만 되도록 빨리 돌아온다는 그의 말을 올리비아는 철석같이 믿고 기다렸다.
딘의 상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딘이 일을 나간 그다음 날이었다. 그를 통해 올리비아는 딘의 비행기가 실종이 되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비행기와 조종사가 감쪽같이 사라져 파편마저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올리비아는 딘이 반드시 살아있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경찰들과 언론들은 그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녀의 주변 친구들도 이제는 딘을 잊고 새 삶을 살아가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설상가상으로 올리비아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는 정말로 딘이 올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현실에 직면해야 하는 때였던 것이다.
과연 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말 비행기와 함께 추락해 버린 걸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은 올리비아를 오랫동안 괴롭히기 시작한다.
완벽한 실종은 불안과 동시에 희망을 준다. 언젠가는 그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게 하기 때문이다. 그를 잊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살아있다고 믿기도 힘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주인공 올리비아. 자살이었다면 죽기 전에 무언가를 남겼거나 낌새를 보였을 텐데 딘에게서는 전혀 그런 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딘은 전직 심리상담가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면 사고가 확실할 테지만 비행기의 잔재나 파편을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이한 사건이다.
초반부터 강렬하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건으로 시작하는 《이토록 완벽한 실종》은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면서 아무도 몰랐던 딘의 과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빈말로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콤플렉스를 짊어졌던 딘은 고모의 도움으로 학위를 따고 심리상담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그 후 한 환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그 환자 '멜라니 브라운'과의 만남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처음엔 낭만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자신의 숨통을 옥죄어 오는 그녀를 감당하지 못하는 딘의 모습은 정말 아슬아슬했다. 직업적인 윤리와 본능적인 사랑의 줄다리기에서 그가 선택한 길은 한없이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내렸던 결정을 후회한 적이 있다. 고작 카페에서 음료를 잘못 고르는 일만으로도 후회하기 마련인데, 그 범위를 넘어서서 내 선택이 인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거나 미래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딘은 자기 손으로 자신의 삶을 괴로움의 구덩이로 몰아넣었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인물들 간의 심리 묘사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모순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딘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며 덩달아 안절부절못하기도 했고, 멜라니와의 관계가 극으로 치달을 때는 마음 깊숙한 곳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홀로 남겨진 올리비아가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일을 헤쳐나가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을 때는 더없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올리비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때는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성장소설로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에게 의존했던 여성이 자신과 딸의 미래를 위해 용기 있게 한 걸음 내딛는 장면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흔들리지 않고 행복한 가정을 지켜낸 올리비아의 모습 또한 멋졌다. 사실 충격적인 결말이나 반전을 기대하며 끝까지 읽게 되긴 했지만 그것을 넘어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될 만큼 흡입력 있고 뒷장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