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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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여행객의 복장을 한 스물다섯의 젊은 여자가 볼리비아의 한 야생동물 보호소 앞에 서 있다. 그녀의 이름은 '로라', 삶에 대한 의미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한 달 동안 이곳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에 신청을 한 참이다.


 '파르케'라고 부르는 이 보호소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영국에서 누리던 호화스러운 생활과는 다르게 진흙이 도처에 널려있었고 매일 깨끗하게 샤워한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동물들 때문에 상처를 입기가 일쑤였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음식들은 쉽게 상해버렸다.


 단기 봉사자였던 로라에게 주어진 임무는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양이라고 불리는 동물이 고양잇과의 퓨마일 줄이야. 난생처음으로 맡게 된 퓨마 '와이라'와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와이라는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으르렁 거렸고 절대 옆을 내주지 않았다. 아무리 방사장 안에 있다고는 하나 야생성은 잃지 않았기에, 로라는 본능적인 두려움과 싸워야만 했다.


 처음엔 그저 봉사 기간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로라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파르케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토록 애를 먹였던 원숭이들과는 이제 한 침대에서 잠들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매번 자신을 무시하던 와이라와는 로프를 걸고 산책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로라는 인간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이 동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열대우림의 삶은 순탄치가 않았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찾아오며 산불이 일어난 것이다. 산불로 인해 타 죽어 버린 보호소 밖 야생동물들의 시체는 그들에게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준다. 갖가지 재해와 인재로 인해 자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면서도 끝까지 희생적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삶. 그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져 나간다.




 이 이야기는 실화 기반 소설이 아닌 '회고록'이다. 작가 로라가 십여 년에 걸쳐 경험한 야생동물 보호 자원봉사의 삶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구 곳곳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서 그들의 삶을 구석구석 파헤칠 기회는 없었기에 그 어떤 책보다 흥미로웠다.


 안정적이고 안락한 삶을 뒷전으로 한 채 벌레와 바이러스들이 드글거리는 정글로 뛰어든 사람들. 자신의 이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악랄한 인간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와는 다른 존재를 위해 이만큼이나 희생정신을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와이라에게 팔뚝을 내어주면서까지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로라의 모습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정말 경계선이 없는 사랑만이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마지막 부분에서 와이라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종을 뛰어넘는 사랑과 이해가 맺은 결실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가닿는 따뜻한 마음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새에서부터 원숭이, 퓨마, 재규어에 이르기까지 각종 동물들이 보호를 받으며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희귀한 동물을 자신의 소유로 삼아 재력을 과시하고 관심을 받으려는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었다. 또한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이뤄지는 자연 파괴 활동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듯 모두가 환영하는 산업의 발전 뒤에는 자연의 희생이 조용히 감춰져 있다. 더 이상 자연과 공생하려 하지 않고 철저히 이용하려는 이기적인 욕심이 지금도 수많은 동물들을 죽이고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일본에서 일어난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 어떤 처리도 없이 바다에 흘려보내겠다는 방식은 정말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예정대로 실행됐고 이제는 그 결정이 불러올 결과를 참담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비슷한 상황이어서인지, 책 속에 나오는 보호소 근처에서 무리하게 벌목을 하고 개간을 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마치 자연과 나는 별개의 존재라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 그 어떤 때보다 그들이 밉고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사랑을 조금 더 키울 수만 있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조금 더 인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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