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되돌릴 수 없는 미래 - 사라진 북극, 기상전문기자의 지구 최북단 취재기
신방실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8월
평점 :
인류의 미래는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분별한 개발과 화석 원료 사용, 자연 파괴 행위 때문에 북극의 기후가 급격하게 변했고 지구에 위기가 찾아왔다.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지금의 상황을 알고 싶어서 기상전문기자 '신방실'님이 쓴 북극 취재기 《되돌릴 수 없는 미래》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부터 4장까지는 신방실 기자가 북극으로 향하게 된 이유와 북극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5장에서는 기상전문기자로서의 삶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둥둥 떠 있는 얼음덩어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서 있는 북극곰의 모습은 이제 누구나 떠올리는 북극의 모습이 되었다. 갈 곳을 잃은 북극곰은 나날이 사라져만 가는 얼음 대신 벌겋게 드러난 흙 위를 걷는다. 주된 먹이이던 바다 표범과 물개가 사라지면서 이제 곰들은 순록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생태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신방실 기자는 북극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북극으로 취재를 다녀오는 열정까지 보여준다. 북극으로 가는 길은 생각처럼 순탄치 않았지만 <시사기획 : 창>의 한 회차를 맡게 된 그녀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회였다. 다사다난했던 비행 길을 무사히 마치고 다다른 북극은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늘 얼어있어야 하는 '영구동토층'은 이미 그 속살을 드러내며 녹아가고 있었고, 단단해야만 하는 지반은 물렁물렁해져 마치 매트리스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높은 기온으로 인해 빙하와 해빙들이 녹으면서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식물들이 많으면 이산화탄소를 중화시켜 주기 때문에 더 좋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능력의 효율성이 떨어져 큰 문젯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극에서 살거나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북극이 예전 같지 않다고 경고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빙하는 점점 녹아내리고 얼음 위에서 달릴 수 있는 개 썰매와 스노모빌조차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하며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북극의 모습이 변해가고 있다.
-------------------------------------------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산 정상을 향해 40~50m만 올라가면 빙하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200m는 가야 빙하를 볼 수 있어요. 불과 6년 만에 나타난 변화죠.
빙하의 크기가 빠르게 줄어드는 대신 그 아래에 있던 바위가 드러나고 풍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여름에는 강물이 점점 불어나요. 그 말은 빙하가 많이 녹고 있다는 뜻이죠.
《되돌릴 수 없는 미래》 p.76
-------------------------------------------
책에 실린 사진들과 함께 생생한 취재 현장을 접하니 지구에 닥친 위기가 몇 배로 실감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조만간 커다란 위험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우리는 지구의 비명에 둔감했고 결국 이제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와서 노력한다고 해도 이미 지구는 망가졌고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기상전문기자로서 그 누구보다 지구의 기후 위기를 생생하게 느끼고 있는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은 노력이 우리 시대의 끝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고 호소한다.
《되돌릴 수 없는 미래》를 통해 우리가 애써 모르는 척했거나 혹은 자세히 모르고 있었던 북극의 참상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빙하가 녹는 현상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이상 기후(더 일찍 찾아오는 장마, 더욱 추워지는 겨울 등)들이 이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또한 나에게는 약간 생소했던 '기상전문기자'의 삶과 막중한 책임감에 대해 다소나마 공감하고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비교적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나서 신방실 기자가 기획한 <고장 난 심장 : 북극의 경고>가 궁금해졌다. 책보다 훨씬 생생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북극의 모습이라니.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프로그램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