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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위대한 장 (700만 부 기념 개정증보판) - 장에서 시작하는 건강 혁명
줄리아 엔더스 지음, 질 엔더스 그림,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심장이고 둘째는 뇌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로 내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그저 음식을 소화시키는 기관인 줄로만 알았던 장에 대해 좀 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저자인 '줄리아 엔더스'는 독일의 의학자로, 다른 연구에 비해 얼마 정도 소극적이었던, 장의 역할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뛰어들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장이 우리의 건강과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토록 위대한 장》에서는 우리 몸에서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 그 가운데서 장기들의 역할 그리고 장내 미생물이 담당하는 일들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가 음식물을 삼키게 되면, 그것은 곧장 식도로 넘어가고 위에 도달해 소장과 대장으로 나아가게 된다. 각각의 장기들은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데, 예를 들어 위는 꿀렁거리며 음식물을 흔들기 시작하고, 작은 알갱이로 쪼개 소장으로 보낸다. 소장에는 미세한 융모들이 빽빽하게 나 있는데, 그 덕분에 음식은 소화시키기 쉬운 죽 같은 상태가 되어 대장으로 이동한다. 마지막 도착지인 대장에서는 음식물 찌꺼기를 잘 보관하고 있다가 몸 밖으로 밀어내는데,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소화의 메커니즘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식사를 마친 후 시간이 지나면 꼬르륵 소리가 나는지에 대한 답을 알게 되었다. 위가 비어서 위산이 빈 공간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아닐까 추측했던 것과는 다르게, 소장이 강한 파동을 일으켜 찌꺼기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소리였다! 우리 몸에 이렇게 부지런한 청소부가 있었다니 놀랍고도 신기했다.
사실, 놀라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장이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신경이 존재한다. 특히 '미주 신경'은 장에서 뇌로 가는 가장 중요하고 빠른 통로인데, 이 신경을 자극하는 빈도수에 따라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낀다. 나는 '미주 신경성 실신'을 자주 겪곤 하는데, 그 이유는 미주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 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여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니 흥미로웠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역시 우리의 몸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하고 있다. 흔히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이 미생물들은 종류에 따라서 나쁜 역할을 하기도,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크게 세 가지 종류로 구별이 되는데, 탄수화물 분해에 강하며 비오틴을 많이 생산하는 '박테로이데스', 단백질을 찾아내 황화합물을 만들어내고 티아민(비타민B1)을 가지고 있는 '프레보텔라', 그 존재에 대해 입장이 갈리고 있는 '루미노코쿠스'가 있다.
이러한 박테리아들은 장에서 서식하며 다양한 영양소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소화를 돕고 몸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한다. 박테리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이 지나치게 과로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이 작은 존재들이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경외심까지 느껴진다.
《이토록 위대한 장》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뱃속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만으로도 놀라기에 충분했다. 먹고 소화시키고 싸는 과정이 지극히 단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나의 생각을 180도 바꾸어준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 몸의 장기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