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매버튼친구가 자신의 댓글이 책에 실렸다고 하길래 관심을 가진 책. 알고보니 ‘읽는 페미’라는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가 펴낸 책이었다. 무려 페미니즘 책을 추천해준다니 이런 계정을 나 몰래 잘만 즐기고 계셨겠다? 바로 서평단 신청 갈겼다.● 만듦새내가 좋아하는 작고 가벼운 책. 마주 보고 있는 얼굴 없는 여자 둘이 맘에 든다. 김도치, 서반다 작가 같기도 하고 이름 모를 친근한 여자들 같기도 해서 책과 참 잘 어울리는 표지라고 생각한다.● 부제주눅 든 나를 일으켜줄 오늘의 편지부제가 참 좋다. 작가 둘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응원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주눅 든 나”라는 표현이 흔한 듯 정확하다. 여자로 사는 일은 좀 더 주눅들게 되는 일이다. 내가 이쁘지 않다라는 사실로 주눅 들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쁘지 않은 여자는 없다, 게으른 여자만 있을 뿐.’이라는 말까지 믿게 만드니 말이다. 이미 주눅 든 사람을 땅에 아예 박아버린달까. 이 책이 주눅 든 누군가를 일으켜줄 편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부제를 이렇게 지었다면 얼마나 이쁜 마음인가. ● 내용1부, 2부, 3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 예상과는 달랐다. 1부부터 페미니즘에 성큼 가까운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1부는 작가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다. 다소 뜬금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1. 성인이 되어 2. 직장에서 만난 3. 나이가 다른 여자 둘의 우정 스토리야말로 자주 접할 수 없고 우리가 중요시하는 연대가 아닌가 싶어 부러웠다. 여자들이 꿈꾸는 우정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이구나.2부부터는 에세이답게 정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쏟아져나온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매일 체중계 위로 올라가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나와 목주름을 지우고 싶어서 괜히 하지도 않을 수술을 찾아보는 너. 이 두 문장만 해도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은 무엇을 알려주기 위해서보다는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하고 안심하는 동지를 만들기 위해 나온 책이구나. 의도가 참 따뜻한 책이다. 부록은 짧지만 놓칠 것이 없다. 무조건 메모, 메모
한 글자 사전: 한 글자로 가늠하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생의 감촉김소연 지음마음산책 펴냄● 구매버튼밀리의 서재에서 읽은 책.일단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마음사전>을 너무 즐겁게 읽어서 김소연 시인의 이 시리즈라면 의심 없이 읽어도 좋겠다. 생각했다.● 만듦새표지는 오히려 힘을 뺀 느낌이다. 사전의 형식을 차용한 책답게 다양한 사진이 여러 장 들어가 있다.● 뒤표지 카피글“<한 글자 사전이>이 <마음사전>의 열 살 터울 자매가 되어주길 바랐다.”는 표현이 책에 80% 이상을 말해주었다.이 두 책이 사람이라면 섬세하고 순수하게 말하는 여자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열 살 터울의 자매라는 말을 보고 김소연 시인은 나도 모르는 내 어림짐작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실제로 <마음사전>은 2008년 출간, <한 글자 사전>은 2018년 출간되었다. )● 내용고등학교 때 시 선생님이 <마음사전>을 읽게 하셨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효과적인 커리큘럼이었던 것 같다.언어에 예민하다는 게 뭔지,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쓰면 안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해준 책이었다. 그때 썼던 리뷰가 아직도 기억난다. ‘구겨진 단어를 잘 다림질한 느낌.’ 이 문장을 쓰고 좋은 책을 꽤 깔끔하게 표현한 것 같아서 뿌듯했던 기억이 선명하다.그때의 <마음사전>과 지금의 <한 글자 사전>은 조금씩 다르다. <한 글자 사전>은 더 시와 가깝고 감각적이다. (아마도 짧아서 그런 걸까?) 경험을 기반으로 찰떡같이 설명한다. 이를테면 “감”은 젊은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과일이라던가. 또는 비슷한 어떤 단어 사이에서 날카롭게 건져낸다. “곁”은 ‘옆’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나’와 ‘옆’, 그 사이의 영역이라던가.<마음사전>이 구겨진 단어를 다림질한 느낌이었다면 <한 글자 사전>은 한 글자이기 때문에 더 날카롭게 벼려진 단어를 볼 수 있다.
구매버튼그랜드스탠딩이라는 개념이 낯설었고 낯선 개념에 대해 폭넓게 다루는 책인 점이 매력적이었다. 오랜만에 잘 만났구나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서평단을 신청했다.받은 책이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한 리뷰와 운으로 당첨되었다.여담이지만 나는 이제 그만 정정당당하고 싶다.도서 인플루언서라는 큰 꿈을 가지고 산다.이 책의 카피글은 꽤나 강렬하다.‘도덕적 허세는 어떻게 올바름을 오용하는가‘‘도덕적 ‘관종’은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가?‘도덕 관종이라는 말만큼 이 책을 궁금하게 하는 단어가 있을까만듦새표지가 굉장히 특이하고 이뻐서 포스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것도 여름에 열리는 힙한 축제일 것 같았다. 전체 유광코팅이 표지색감과 어쩌나 잘 어울리는지.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이런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장 좋았던 점은 332쪽으로 그닥 얇은 책도 아닌데 무척 가벼웠다.무슨 종이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약간 가정통신문같은 종이재질이었다.가벼운 책은 지하철에서 읽기 좋아서 특별히 아낀다.내용예시를 들 필요가 없는 책1장까지는 도덕적 그랜드스탠딩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애매하다고 생각했지만뒤로 갈수록 점점 이 이야기의 사례가 머릿 속을 떠다닌다. 실제로 책에서도 그렇게 말한다.‘당신이 인터넷 유저라면 틀림없이 보았을 것‘특히나 3장에서 설명하는 그랜드스탠딩의 실제 모습은 너무 봐서 신물이 나는 것들이었다.보태기┃치닫기┃날조하기┃강렬한 감정들┃무시 다섯 가지 키워드였는데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위로차 만난 친구와 밥을 먹으러 갔지만 자신의 얼굴에 물을 쏟은 점원에게 소리를 질렀다.이 장면은 운이 나쁘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왔고 진상 손님의 대명사가 된다.사람들은 그냥 좀 화나고 말 일이지 왜 소리를 질러? -> 소리를 지르다니 진짜 교양없다 -> 저 점원은 얼마나 속상할까? 수치스러웠을거야 -> 저 점원이 저 남자를 고소해야만 해 -> 저 가게는 큰 체인점인데 왜 저 남자를 고소하지 않지? 저런 놈은 힘들어 봐야 해 -> 저런 놈때문에 이 사회가 힘들어져 -> 죽일 놈 -> 그 사람은 개인 sns 테러 및 살해 협박, 온갖 조롱에 시달리게 된다.그 사람이 소리지르고 5분 뒤 점원에게 사과를 하던 말던 사람들은왜 소리를 질러? 성질머리 희안하네? 에서 끝낼 수 있던 이야기를 살해 협박까지 끌고가고 만다. 이는 너무 흔하고 또 왜인지 궁금했지만 궁금한지도 몰랐던 이야기라서 눈을 뗄 수 없었다.책 전체에서 종종 나오는 그랜드스탠딩의 무시와 날조는 특히나 재밌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나아는 이렇게 도덕적 감수성이 뛰어난데 너네는 이걸 보고도 웃니? 끔찍해라˝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예시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커피를 들고 걸어가다가 군인이 경례를 하지 그 상태로 경례를 했고 이는 미군에 대한 모욕을 번졌다.군인이라면 커피를 든 채로 경레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안다 -> 저 군인은 분명 오바마가 자신을 무시해서 상처 받았을 거야 저 군인의 상처를 보지 못하다니 너네가 사람이니?이런식의 흐름은 정말 어딘가에서 봤으면서도 재밌다.이런걸 설명할 수 있다니 이런걸 설명할 수 있는 이론과 개념이 있었다니 흥미진진했다.이런 그랜드스탠딩의 특징들이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도 이해가 가는 바였다.반복되는 욕설에 염증을 느끼는 것과 함께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들이 양극화를 만든다는 것이다.그랜드스탠딩은 정치권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무기이며 이는 양극화를 만들고 양극화된 서로를 보며 저런 멍청이들보다는 내가 낫지, 우리가 낫지라며 스스로 편견에 빠져든다는 것.*오랜만에 피곤함을 이기고 읽고 싶은 책을 만난 것 같아 너무 기분좋았다.추리소설만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다. 이런 사회를 분석하는 책도 정말 흥미진진하다.sns를 사용하는 누군가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었다.
구매버튼이 책을 당연히 읽은 줄 알았는데 안 읽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어쩌다가 그런 착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시집도 펼쳐보고 “...안 읽었잖아...?” 하고 놀란 책 중 하나였다. 만듦새문학동네 시인선은 색감과 뒤표지 보는 맛이 일품. 다 읽은 뒤 뒤표지를 지긋이 보며 내용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본다. 이제 수류산방은 <나무 신화>라는 책으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낸 출판사가 되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나무 신화>를 보고 진짜 아름답다. 신령스러우면서도 촌스럽지 않고 귀여워...키치해...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문가의 섬세한 눈과 손길은 다르다. 시와 잘 어울린다.내용이 시집은 대체적으로 혼란스럽고, 끝없이 빠져들고, 공상하는 분위기와 내용이다. 미로와 귀, 죽음 등 혼란을 형성화한 오브제들이 나오지만, 그것들을 드러내는 태도는 이미 정리가 끝난지 한참되어 차갑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산발한 머리로 차분히 앉은 느낌이다.피나 고통이 뚝뚝 떨어지는 시는 강렬하지만 계속 읽기에는 괴로운데 이 시들은 고요히 돌아버려 계속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아픔도, 외로움도 담겨 있지만, 거리를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 어휘와 표현이 아주 넓고 자유롭다. 이런 점이 시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는 별로 어필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나는 참 좋아한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시집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내가 특히나 좋았던 시 불과 아세로라심야산책잠은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해는 중천인데 씻지도 않고대관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