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이데올로기>

한겨레출판 펴냄
조돈문 지음

구매버튼

대놓고 사회의 불평등을 다루는 책 좋다.
지적허영심에 불을 붙임

만듦새

실질적으로 346페이지의 책.
특별히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판형부터 큼직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공부하는듯한 책은 커야 속이 시원하게 읽힌다.

표지는 꽤 도발적이다 숟가락이 피라미드에 꺾여 뚝뚝 흘러내린다.

다소 어려울까 싶은 주제여서 멈칫하다가도 표지가 구미를 싹 사로잡는다

리뷰

호로록 넘어가는 입문 대중서를 생각했다면 좀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긴장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목차마다 간단히 포스트잇으로 내용 정리를 했더니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았다.

나 이제 사회생활 좀 했고 뉴스 본지 1년 정도 됐다. 싶은 사람은 무난히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경제/사회적인 질문을 많이 얻을 수 있던 점이다.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중립적으로 설명하고 각각의 의견을 친절히 제시한다.

- 스웨덴 자본주의 vs 미국 자본주의 중 내가 지향하는 자본주의는?

- 나는 불평등과 불공정 중 어떤 것을 더 참지 못하는가

- 실력주의를 옹호하는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위와 같은 사회/경제 분야 토픽에서 나의 의견이 생긴다.

나 이제 회사 좀 다닌다.
나 이제 책 읽는 티 좀 내고 싶다면
추천한다. 이 책이 최고의 가성비를 내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해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그녀들의 고요한 선택

<식물, 상점>
강민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구매버튼

한겨레출판의 장르문학 시리즈. 굿


만듦새

‘턴‘ 시리즈는 작고 얇아서 좋다.
생기없이 초록튀튀한 표지에 빨간색 박이 정말 잘 어울린다.
빨간색 면지, 빨간색 박 모두 신의 한 수처럼 느껴진다.


리뷰

스무살이 되기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어두운 골목을 지나고 있었고 남자 둘은 나를 마주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무서웠고 하지만 별 일 없을 거야 없을 거야 되뇌이며 가까워졌다. 남자들이 날 보는 게 착각일 거라고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그들을 지나치고 30센티도 안되는 거리에서 한 남자가 말했다.

˝아 안 예쁘잖아 병*아˝

그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 얘기를 굳이 적는 이유는 이 소설이 그때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스러운 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봐주고 고요하게 죽이는 소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서 가장 장르소설답고 속이 시원하다.

고요한 복수가 간절할 때 추천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입속 지느러미>
조예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구매버튼

조예은 작가


만듦새

작고 가볍지만 한눈에 보기에 파격적인 느낌.

보라색 박으로 힘이 빡! 들어간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 가로가 아닌 세로로 적혀있다.

그리고 제목과 작가 이름을 가로지르는 포장지 실같은 포인트

여러모로 파격적이고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오히려 표지의 주인공인 인어는 조금 힘을 덜어낸 듯 여유로워보인다.


리뷰

장대비가 내리는 날 밤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다.

주인공 ‘선형’은 평범한 인물이고, 인어 ‘피니’는 분명 판타지적인 존재지만 어쩐지 자꾸 ‘선형’에게 눈길이 가는 소설이다.

표지 속의 인어가 유독 여유롭고 힘이 빠져보인다고 느꼈는데 이 느낌은 작품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만약 인어에게 조명이 향했다면 이 소설은 이 정도의 흡입력과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을 것 같다.

선형의 삼촌에 대한 이야기와 피니에 대한 궁금증이 일 법도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으로 흘러간다.

선형이 감각하는 책 속의 세상이 참 선명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흔한듯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인어 ‘피니’는 동물로서 순수함을 가진 캐릭터다. 동물이니까 당연히 먹고 듣기 좋게 지저귄다. 선형은 그런 피니에게 미친듯이 빠져든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비린내가 진동하고, 습기가 가득한 선형의 세상에서 피니는 유일한 쉴곳이다. 읽다보면 오히려 인어 ‘피니’가 사람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과 함께 받은 터닝북은 작품에 더 빠져들게 만들었다.

터닝북은 지금 주목해야 할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책자로 더 알고 싶었던 작가의 산문, 리뷰, 인터뷰들이 실려있다고 한다.

조예은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 공포, 환상, 크리처물을 자주 쓰시는데 어쩐지 그것들은 기괴하고 가엾다.

그 가여운 감정의 기원을 이 얇은 책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조예은 작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터닝북도 꼭 읽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심장 훈련>
이서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구매버튼

˝끝없이 질주하는 길들지 않은 불온하고 불길한 여자아이들에 등장한다˝ 

이 문장이면 되었다. 영업 완.

만듦새

조금 작은 판형이다.
421쪽으로 두꺼운 느낌.

몽롱한 표지의 색감이 유독 눈에 띈다.
글리치 처리한듯한 느낌도 색감과 잘 어울린다.

리뷰

다른 건 다 몽롱한데 고통만 선명한 소설.

김보경 문학평론가의 질주하는 불온하고 불길한 여자아이들이라는 표현이 정확했다. 구매버튼을 누른 문장이 허위매물이 아녀서 기뻤다.

읽으면서 반가웠다. 나 못 참겠다! 하고 외치는 작품은 또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부담스럽다기보단 공감하게 된다. 
딱히 저항정신이 투철하지 않은 나도 이 여자아이들의 괴로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흔하다면 흔하고 폭력적이라면 폭력적인 상황에서 나는 종종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몇번 그렇게 했다. 나를 박차고 나가게 만들었던 그 감정은 이 소설에서 고스란히  재연되어 나를 편치 않게 만들었다 .

이 소설 속의 여자들은 평행우주에서 약간씩 바뀐 한 사람 같기도 하다. 

내가 공감해버린 괴로움을 똑같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유독 한 명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이 느끼는 괴로움은 아닐 것 같다.

이 괴로움은 글속에 잘 포착되어 글은 전하기 함든 느낌을 준다.

가끔 스스로가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매버튼

한겨레출판의 서포터즈 자격으로 읽은 책.
사실 시인의 산문이라는 것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읽고나서 문보영 시인을 향한 미친 짝사랑 시작함


만듦새

손에 꼽을 정도로 이쁜 표지.

아기자기하며 여름의 아이오와는 이렇게 푹신해보이는 곳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서평

서평이 아니라 내가 왜 문보영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두서없는 고백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이 책은 문보영 시인이 아이오와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보낸 3개월을 소중하게 담은 에세이.

아이오와 글쓰기 프로그램(iwp)이란 30여 개국에서 온 작가들이 3개월간 한 호텔에 묵으며 리딩, 강연, 토른 등 여러 문학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첫 장을 읽으며 이런 국제적 글쓰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었다니 신기하다 정도의 인상이었는데 책을 덮을 때쯤에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는 그 흔한 해외여행 한번 안 다녀왔을 정도로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 영어를 하면 편하고 좋겠다. 정도로 생각하지만 정작 영어 회화를 따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반대로 문보영 시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딱 맞는 새로운 친구들을 잔뜩 사귄다.

독일로 훌쩍 떠난 일본인 친구, 일본으로 떠난 대만 친구 등 iwp에서 영어로 시를 쓰는 이중언어자가 되어 이중언어자 친구들과 끝없이 속닥거린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토론을 하고, 쇼핑을 하면서 느슨한 영어로 생긴 작은 빈 공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한다. 아름다운 오해가 끝없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그 빈 공간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자유롭다.

나와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궁금하고 대체적으로 즐거웠다. 그렇게 나의 세상도 넓어진다. 오랜만에 내가 넓어지는 책을 읽게 된 것 같아. 즐거웠다.

나만의 추측이지만 문보영 시인은 아이오와에서 무척 차분해졌던 것 같다. 시달리지 않는 시간을 선물 받으신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그 공백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까?

읽는 내내 문보영 시인이 하는 엉뚱한 생각들 때문에 너무 즐거웠다. 유머가 담긴 그 엉뚱함들이 시의 문장 같기도 어쩌다가 행복해진 날의 나의 일기 같기도 해서 내 일기장을 다시 읽듯 너무 즐겁게 읽었다.

최승자 시인도 iwp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책 중 여러 번 나온다. 그렇게나 오래된 프로그램이었다니, 최승자 시인의 <어떤 나무들은 - 최승자의 아이오와 일기>를 다음 책으로 읽을 계획이다.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길 바란다.

당장 영어 공부를 하게 될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