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버튼이 책을 당연히 읽은 줄 알았는데 안 읽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어쩌다가 그런 착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시집도 펼쳐보고 “...안 읽었잖아...?” 하고 놀란 책 중 하나였다. 만듦새문학동네 시인선은 색감과 뒤표지 보는 맛이 일품. 다 읽은 뒤 뒤표지를 지긋이 보며 내용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본다. 이제 수류산방은 <나무 신화>라는 책으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낸 출판사가 되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나무 신화>를 보고 진짜 아름답다. 신령스러우면서도 촌스럽지 않고 귀여워...키치해...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문가의 섬세한 눈과 손길은 다르다. 시와 잘 어울린다.내용이 시집은 대체적으로 혼란스럽고, 끝없이 빠져들고, 공상하는 분위기와 내용이다. 미로와 귀, 죽음 등 혼란을 형성화한 오브제들이 나오지만, 그것들을 드러내는 태도는 이미 정리가 끝난지 한참되어 차갑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산발한 머리로 차분히 앉은 느낌이다.피나 고통이 뚝뚝 떨어지는 시는 강렬하지만 계속 읽기에는 괴로운데 이 시들은 고요히 돌아버려 계속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아픔도, 외로움도 담겨 있지만, 거리를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 어휘와 표현이 아주 넓고 자유롭다. 이런 점이 시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는 별로 어필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나는 참 좋아한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시집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내가 특히나 좋았던 시 불과 아세로라심야산책잠은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해는 중천인데 씻지도 않고대관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