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은행 라임 어린이 문학 41
온잘리 Q. 라우프 지음, 엘리사 파가넬리 그림, 윤경선 옮김 / 라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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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2>#세상에서가장맛있는은행 - #온잘리Q라우프 #엘리사파가넬리 #윤경선

 

엄마의 슬픈 미소가 싫었다는 넬슨은 동생 애슐리의 배고프다는 말에 오늘도 하릴없이 찬장문을 여닫는다.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엄마는 늘 지친 얼굴로 집에 돌아오고 엄마가 마실 밀크티를 위해 마지막 남은 우유를 남기는 넬슨의 마음이 기특하고도 짠하다.

 

아버지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된 이후로 넬슨의 가족은 푸드뱅크를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푸드뱅크, 마트에서 사람들이 기부하는 물품들을 모아 매장을 열고 일정 기간 오픈하면 이용하는 동안은 돈을 받지 않고 다양한 물품을 얻어 갈 수 있다.

 

월말이 되어 엄마에게 더 이상 돈이 남아 있지 않으면 푸드뱅크에 가는 날만을 기다리게 된다는 넬슨의 세 가족은 그 날을 기다리며 일명 바꿔치기놀이를 하는데 그 놀이라는게,

한입조차 먹고 싶지 않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아주 맛있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바꿔 말하는 놀이라고 한다. 그 놀이를 하며, 그 음식을 먹으며 초코 머핀을 먹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는 넬슨의 가족들을 바라보며 지금 내 앞에 놓인 초코바와 따뜻한 얼그레이 차를 무심히 바라보게 된다.

 

오늘도 나는 풍족한 재료로 아이의 소풍 도시락을 만들어 주고 여남은 재료로 지인들과 나눠먹을 도시락을 따로 준비해 모임이 끝난 후 함께 즐겼으며 그 음식들을 마주함에 별다른 감흥이나 감사함을 따로 느끼지는 않았다. 느끼지 않은 나를 책망하는 것은 아니나 음식이라는 테마를 떠올렸을 때 늘 떠오른 대상이 언제나 였다는것에는 뭔가 모를 주눅이 든다.

 

이 책의 서평을 신청하며 남긴 댓글에 먹고 싶은 음식의 짧게 코멘트하고 뒤이어 결식아동이라는 문구 앞에서 음식을 떠올리니 절로 소박해진다는 문구를 남겼더랬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결식아동들을 바라보며 그간 모든 문제 앞에 언제나 그들이 아닌 나만 존재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뭔가 마음이 뒤숭숭했다.

 

코로나19가 닥쳐오고 두드러진 것 중 하나는 엄마들의 가정보육, 그 중에서도 끼니 때마다 밥을 해먹이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맘때는 엄마들의 노동의 강도와 보육 스트레스에만 날이 서 있었다.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가정으로 숨어들어간 소외된 아이들의 굶주림었다. 학교를 가면 그래도 급식을 먹을 수 있었던 아이들이었는데 그마저도 해결이 안되니 당장 하루 끼니가 걱정인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문제가 된 것이었다.

 

늘 한박자 늦게 깨닫게 되는 내가 못내 아쉽지만 책 속 호기롭고 용감한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걱정보다는 그 아이들의 단단함을 믿고 지지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동정의 대상이 아닌 지지의 눈빛으로 응원해주길, 희망바우처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 배제하기, 나눔의 본질 활용하기등 스스로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좀 더 생각하고 다지는 시간들을 가져봄이 지금은 더 필요할 것 같다.

 

#서평단 #도서협찬 #라임 #결식아동 #푸드뱅크 #양산어린이독서회 #책사애 #책벗뜰 #양산 #서창 #책스타그램 #초등저학년도서 #저학년 #초등도서 #책서평 #독후감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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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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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딸아이 친구와 함께 모여 필사하는 시간이 있다. 화기애애하게 필사하며 아이는 무심히 툭 내뱉는다.

엄마, oo이가 때렸어.”

마치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신에게는 별 일 아니라는 듯.

 

“oo이가 누구야? oo이가 널 왜 때린거야?”

학원에서 마주치는 그 아이는 평소에도 여러 아이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길 좋아하고 그게 이따금 때림이나 밀침등 폭력적인 모습을 띠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서 아이들이 말하는 장난이라는 말에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그때 까지만 해도 장난의 탈을 쓴 폭력 앞에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만 떠올리며 그 아이가 왜 내 아이를 때렸을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더랬다. 무슨 이유에서 그 아이가 때렸으며, 그 아이가 때릴만한 상황은 어떤 상황이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고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이 책 속에 여러 구절들이 우후죽순처럼 튀어 오르며 피해자가 된 아이의 마음에 집중해 볼 수 있었다. “그 친구의 행동을 선생님에게 알렸니? 그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말해보았니? 사과는 받았니?” 상황을 보지 않은 나는 맹목적으로 그 아이를 나쁜 아이로 몰아가고 싶지만은 않았기에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시간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작게든 크게든 트러블이 있을 수 있고, 그 트러블들을 폭력이 아닌 대화와 교감으로 잘 소통해야 하는 법이라고 좋게 설명하고 그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이렇듯, 어린 아이들에게도 만연해 있는 괴롭힘(패러다임)을 나는 이 책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를 통해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은 아이들 속에 팽배해 있는 괴롭힘 문화가 실상은 어른들에게서 내려온 것이라 이야기 하며 어른들이 어른(교사, 코치, 상사등)이라는 권력과 위치와 입지를 등에 지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정서적 혹은 신체적 학대를 심층 깊게 꼬집는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 타격은 누구라도 치료 받아야 마땅하고 응당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괴롭힘 패러다임(모든 범주의 괴롭힘-의도적이든 아니든)으로 인해 입은 타격, 즉 심리적 내상과 트라우마는 어느 누구도 쉽게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인정하지도 인지하지도 못한다. 그런 깊은 상처들을 저자는 뇌신경가소성(뇌과학)을 이용해 누구라도 극복할 수 있다 이야기한다. 뇌는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은 언제, 어디서라도 자신을 바꾸고 강화할 내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괴롭힘의 패러다임에서 가장 파괴적인 유산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p162는 것으로,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을 믿고 매일매일 새로운 뇌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어떠한 학대 속에 망가졌었던 뇌라도 회복할 수 있다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희망적이다.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학대속에서 자랐다.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주변 어른들에게서 무심결에, 학교 선생님의 무성의한 한마디에, 우연히 마주친 낯선 어른들의 사소한 눈빛 속에 알게 모르게 상처받고 얼룩진 마음들이 가슴 깊숙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숨겨진 모습들을 일순간 떠오르게 했고, 그때의 나에게 잠시나마 망각의 강물을 한 잔 건넬 수 있는 희망을 제시했다.

 

뇌과학의 어렵고 진부한 이야기보다는 저자 자신과, 저자의 자녀들, 저자가 가까이에서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솔직하게 옮겨 놓아 읽는 내내 몰입감이 아주 높았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다시 읽으라고 해도 두 번, 세 번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서평단 #도서지원 #심심 #푸른숲 #심리학 #학교폭력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서평 #괴롭힘패러다림 #뇌과학 #정지호 #최연호 #신경과학 #상처치유 #괴롭힘 #학대 #책사애 #책벗뜰 #책읽는엄마 #양산독서모임 #양산독서회 #양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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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글쓰기 - 기억을 회고록으로, 아이디어를 에세이로, 삶을 문학으로 담는 법
빌 루어바흐 지음, 홍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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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가 시작되면서 시작한 모임이 하나 있다. [더쓰다]라는 글쓰기 모임이다. 작년 연말 지난 1년을 정리해보는 자리에서 우연히 내년 계획에 글을 좀 써보고 싶다는 한 참여자의 말에 불이 붙어 함께 시작해보자며 호기롭게 시작된 모임이다. 매주 돌아가며 글감을 정하고 주말 자정을 기점으로 한편의 글(픽션, 논픽션 상관없이)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월 첫 주 시작할 때만 해도 몰랐다. 내가 이 모임에서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내가 왜 글을 쓰고자 하는 건지, 내가 쓰는 글들은 어떤 글들인지... 4월이 되고서야 시나브로 느끼는 것이 20대에 절절했던 나(작가 지망생이었던)를 달래려는 심산이 발동된, 그때의 나를 쓰다듬는 시간이 나에겐 이 모임에 다가서는 마음가짐인듯하다.

 

이 모임에서 나는 매주 글을 쓰며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조심스레 열어본다. 그 시간들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이따금 그 시간 속에서 안위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 모임에서 함께 읽은 이 책 <내 삶의 글쓰기>는 우리 모임의 방향성과 어느 정도 맥이 맞닿아있다. (닿아있다 라는 표현도 이제는 다르게 다가오네요. *책 내용 참조)

 

회고록 및 자서전을 비롯, 에세이와 수필을 쓸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글쓰기 강사인 저자는 오랫동안 실제적인 강습생들을 상대하며 실전에서 필요한 (이론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닌) 여러 방법들은 실제 과제라는 파트를 삽입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은 바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기 이다. 책의 첫 부분 이 파트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안도했고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된 나에게 작은 희망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자신만의 첫문장 만들기로 시작된 글쓰기 과제, 책이 소개하는 과제를 착실히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책을 출간하기에 까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마술 같은 책이다.

 

당신이 쓴 글을 단 한 명의 독자와 나누는 대화라고 생각해보자. p147

몽테뉴는 자신의 글을 에쎄essais’라고 불렀다. 이 말은 프랑스 동사인 ‘essayer’ 시도해보다라는 뜻에서 나왔다. p152

무슨 이야기를 하든 초고에서는 정확하고 진솔하게, 하나도 남김없이 종이 위에 쏟아붓자. p196

당신의 글에 대해 그 중에서도 최근 끝마친 글에 대해 셀프 인터뷰를 하고 이를 기록해보자. p297

그저 당신이 쓰려는 글의 의도와 주제를 부담없이 그리고 즐겁게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p304

우리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단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기 때문이다. p353

모든 문단이 절박해야 한다. p377

 

그럼 계속 써라라는 문구를 끝으로 책은 끝난다. 매주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어느 정도의 목적성과 방향성을 안겨준 책이다. 글을 쓸 때 필요한 자질(도서관을 주기적으로 방문할 것, 조사(글감)를 게을리 하지 말 것, 글의 운동성과 리듬, 구성에 의미 부여할 것, 사실적이고 구체화 시킬 것, 다른 이가 아닌 내가 나에게 먼저 글을 써서 보일 것등)들을 많이 배웠다. 곧 있을 독서모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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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겐 정말 커다란 의자야
차은정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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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겪는 수 많은 일들 중 우리가 겪게 되는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상실 후 우리의 모습을 커다란 의자를 짊어진 소녀 티티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거울 속 티티의 모습 속엔 보이지 않지만 거울 반대편 티티의 등엔 티티보다 더 커다란 초록섹 체크무늬의 의자가 턱하니 걸쳐져 있다.

 

이렇게 작은 아이에게 이 의자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어떠한 의미라 해도 이 의자는 너무 버거워 보이는데? 이 버거운 의자를 티티는 왜 의식하지도 못한 채 하루 온종일 힘겹게, 저 하늘을 향해 피어난 라일락 꽃도 볼 수 없을 만큼 힘들게 짊어지고 다니는 걸까?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진하게 남은 생각은, 바로 버스였다. 버스 기사의 그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부여되었다. 누구나 지나쳤을 그 커다란 의자를 버스기사는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 아이에게 먼저 손 내밀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 이야기를 건넨 것, 아이가 힘겹게 지고 가는 그 의자가 어떤 의미인지 그 버스 기사는 알았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 주는 의미가 컸다.

 

상실을 겪은 사람에게 내가 해주어야 할 몫과 내어주어야 할 자리를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이가 지고 있던 의자는 이제는 세상에서 없어진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의자였다. 더 이상 할머니는 곁에 없지만 할머니와의 추억을 온 몸으로 짓누르고 다녔을 아이의 두 눈빛이 더더욱 쓰라리게 다가오는 장면이었다.

 

꼭 죽음만이 아니어도 우리는 생을 살아가면서 잃게 되는 것들이 많다. 잃어버린 건 정작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인데 우리가 짋어지고 다니는 건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허상을 티티처럼 스스로 벗어 던져낼 수 있으면 좋겠다. 더이상 힘겹게 짊어지고 다니지 않아도, 그 버스를 타면 언제든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버스 같은 존재를 만들어 놓아야지. 그 버스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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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까지, 다섯 블록
가브리엘라 미르사 지음, 알리시아 발라단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현암주니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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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마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주는 울림이 온전히 가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마흔 셋의 나에게도 이 책은 생을 통과하는 하나의 문처럼, 그 문 중앙에 달린 손잡이처럼 내 삶을 붙들어 잡게 만든다.

 

사만다는 가방을 네 번째로 챙기면서 또 확인한다. 슬리퍼를 바르게 신었는지. 왼발과 오른발에 잘 맞게 신은 신발을 보고는 손뼉을 친다. ! ! !

 

수없이 반복되었을 아이의 행동에 엄마는 단박에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왜 그러니? 벌써 준비가 다 된거야? 괜찮니? 가기 싫으면 오늘은 안가도 돼. 다른 날 가면 되지

 

가기 싫어요. 가기 싫어요. 가기 싫어요.”

그래, 우리 딸, 괜찮아. 다 괜찮아.”

 

자신만의 세상에 들어선 아이를 마주하는 부모는 보통의 부모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멈출 수도 없고, 그 오토바이를 탄 사람의 헬멧을 벗길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아이의 세상에서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한발짝 떨어져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는 있다.

 

아이를 감싸 안아주는 부모의 마음이 유별나지 않아서, 과하지 않아서 또 그런 믿음이 너무나도 커다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묵직했다.

 

아이가 가려는 곳은 어디일까? 이 아이는 왜 그곳에 가려는 걸까?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는걸까? 아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이가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작은 배려 속에 아이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고 한 블록, 한 블록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슬리퍼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양손에 고리를 끼우는 장면에서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야무치게 걸어냈을 그 손가락을 떠올리며 나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또 이 생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나의 남편과 또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결국, 아이는 그 곳에 가 닿았고 그 곳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아빠의 모습에서 내가 생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명징하게 떠올랐다. 이렇게 작은 아이에게서 내가 위로 받았다. 이렇게 큰 부모님들에게서 내가 배웠다. 한 권의 그림책 속에서 나는 또 삶을 배우고 크게 느꼈다.

 

나에게 남은 블록 몇 블록일까? 앞만 보며 나아가진 않겠지만 설령 앞만 보고 나아가더라도 그 길 가운데서 기다려 줄 수 있는 좋은 운전자들을 만날 수 있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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