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미술관 - 그림이 불러낸 삶의 고백,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임지영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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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도 미술관이 있다면 어떤 그림(작품)을 걸어 두려나. 저자들의 인생 미술관을 둘러 보고 온 나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미 절반을 지나 버린 내 삶에도 찬란한 장면과 굴곡진 장면들을 피하지도 부끄러워 하지도 않으며 온전한 나를 마주하고 싶어진다. 누군가의 인생을 경청하는 시간은 어떤 삶도 같지 아니하고, 생의 모든 순간은 저마다의 빛으로 그것에 충실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배워본다. 지금의 나 또한 실패와 부끄러움, 벅찬 감동과 위태로움, 허무함과 충만함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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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사전
이제야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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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만나는 책

낭만 사전 / 이제야

#도서지원

작년 <시가 되는 순간들>로 나의 마음속에 작은 집을 지었던 이제야 작가님의 신간이다. 출판사 서평단 모집 홍보 글에 거두절미 신청을 해 두고는 꼭 선정되길 바랐다. 이유는 단순했다. 말이 고팠다. 나는 요즘, 말이 고프다.

얼마 전 김애란 작가님이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했다. 한강 작가님과 같이 김애란 작가님 또한 말을 할 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목소리와 억양, 숨소리까지도 말, 그러니까 단어 아래에 조심스럽게 펼쳐 놓는 느낌이었다. 보드라운 융단을 언어 아래 깔아놓고 자분자분 조심스레 나아가는 느낌. 그 느낌은 두 작가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겸손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단어 하나에 이렇게 힘과 맘과 정을 기울여서야 어디 사람 살겠나! 싶다가도 시인이기에, 작가이기에 말이 전달할 수 있는 여진까지 감당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세계를, 언어를, 사람을 담고 있는 그릇과 그 속에 든 강을 지켜보며, 이들 덕분에 내가 여태 잘 버텨냈구나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이제야 작가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사전’ 콘셉트의 44개 단어로 마지막까지 나의 몸 여기저기에 샘 같은 단물을 뿌려 주었다. 아름다운 줄 모르고 아름다워했던 눈빛을, 고마운 줄 모르고 고마워했던 창문을, 쓰는 줄 모르고 썼던 무수한 나의 글을, 글이 담은 나의 계절을 뒤늦게 마나 그것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다.

우리가 누군가의 밑줄로 계절을 보내듯 우리가 누군가의 밑줄이 되어 오지 않을 계절을 잠시 마련해 줄 수 있기를. 82p

그녀의 밑줄로 얼마간의 나는 말이 부를 것이다. 한껏 부른 마음으로 또 다른 밑줄을, 하얀 백지를 그리고 내 마음속 좁다란 산책길을 힘들이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하다.

#낭만사전 #이제야 #이제야산문집 #단어 #다산북스 #말의힘 #융단같은말 #겸손 #에세이 #시인 #책추천 #선물하기좋은책 #책사이애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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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울어져 걷지 창비청소년시선 53
김물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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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전하는 안부

나는 기울어져 걷지 / 김물

#도서지원
#창비교육서포터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그 사실만으로 대단히 색다른 책이라는 단서가 붙었어요. 아이들 대상인 동시와 성인(생각해 보면 시를 읽는 대상이 성인이라는 단서는 또 어디에서 왔나 모르겠네요)이 즐겨 읽는 시(우리가 생각하는 시가 좀 난해하긴 합니다만)는 쉽사리 떠오르는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는 그럼, 어떤 시들이지? 그 호기심 하나에 책을 펼쳤는데 옴마야. 말도 안 되게 좋은 구절들이었어요.

순간 번뜩이더라고요. 그래, 이거야! 청소년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들 하지만 제가 아는 청소년들은 꽤 책을 가까이하거든요. 그중 시를 읽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읽기에는 가벼운데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아 시를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내적 낭만이 차오릅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이 그다지 수고스럽지 않은데 노래 가사처럼 (사실 노래 가사와 시가 다른 장르는 아닌 듯합니다) 가볍게 읽고 음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시를 많이 읽혀야겠다, 하는 마음이 몽글몽글 차오르더라고요. 특히나 이 책 <나는 기울어져 걷지> 시집은 시가 가져야 할 낭만의 치사량을 넘어선 시들이었어요. 모든 시를 필사하고 싶을 만큼 좋은 시들을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갑고 또 좋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창비 시선집 시리즈를 모두 다 찾아 읽고 싶어요. 아이와 함께 필사도 하고, 한 번씩 인스타 스토리로 그날 저의 마음을 여기 이 시들로 이야기해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모두 한곳을 향해 간다
더 평평한 곳을 찾아
그 위에 서면
제 자리를 찾은 듯 믿으며
지금도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내가 있다
기울어지지만
떨어지지 않는 중심을 찾는

78p, 「중심」 중에서

하루 한 줄의 문구로 온전한 위로를 받기로 한다. 추천한다.

@changbiedu_book

#나는기울어져걷지 #김물 #시선집 #청소년시선집 #창비 #시집 #책사이애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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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밍아웃
김날 지음 / 오늘산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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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봄은 지금의 벚꽃을 피울 뿐

이밍아웃 / 김날

이혼은 끝도, 마지막도, 정리도, 흠도, 욕도, 동정도 뭣도 아닌 그저 우리 삶에서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계절같은 것이다. 그 계절을 지나온 저자는 다음 계절을, 이미 벚꽃잎이 날리우는 봄을 맞았다. 벚꽃이 지고 피는 데에 이유가 없듯 그의 삶이 사랑과 헤어짐으로 점철되는 일에는 어떠한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저, 지금의 이 봄바람을, 벚꽃을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기를. 지금의 봄이 끝나기 전까지.

지난 시기를 돌아보는 그의 지금은 그 시기와 분명 다를 것이다. 이혼을 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하나의 시기일 뿐, 그것이 영원한 그의 시기일수도, 시간일수도 없다. 누군갈 다시 만났다 해서 끝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이혼을 겪은 이후 마음이 봉합 또는 정리 되었다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시기’를 지나온 것 뿐. 정상과 비정상, 후회나 반성 따위를 왈가왈부 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지난 시기를 돌아보는 그의 지금은 그 시기와 분명 다를 것이다. 이혼을 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하나의 시기일 뿐, 그것이 영원한 그의 시기일수도, 시간일수도 없다. 누군갈 다시 만났다 해서 끝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이혼을 겪은 이후 마음이 봉합 또는 정리 되었다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시기’를 지나온 것 뿐. 정상과 비정상, 후회나 반성 따위를 왈가왈부 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이밍아웃 #오늘산책 #김날 #에세이 #기록 #연애 #사랑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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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미술실 - 언어도 국적도 묻지 않는 우리들의 작은 교실
아이보리얀 신경아 지음 / 차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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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

국경 없는 미술실 - 아이보리얀 신경아

얼마 전, <자기 언어를 가진 아이는 길을 잃지 않습니다> 라는 책 속에서 ‘그림’을 언어 (문해력)와 연결지은 내용을 접했다. 문해력을 운운하면서 강의도 하고 또 아이들과 글을 읽고 쓰면서 문자 이전의 언어인 ‘그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걸 느꼈다.

무지한 건 아니었다. 다섯 살, 기관생활을 시작한 아이와 처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그림 일기’였으니 그것의 의미를 인지하지 못한 건 아니었으나, 활자에 익숙해 지고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요하는 학령기에 접어들자 자연스럽게 유의미성의 비중이 줄어든 것 뿐이다.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그림’ 그리고 ‘미술’이 언어의 시초나 대체가 아닌 온전하고도 어엿한 표현 도구라는 걸 진하게 각인시켜본다. 사실 이 책은 미술이라는 장르보다 ‘다문화’라는 주제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에 할애하는 에너지가 적어 말하는 입이 민망하고, 문외한이라고 하기엔 그간 읽어 온 책과 독서모임을 통해 나눴던 이야기들이로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는 바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가볍다고는 할 수 없다. 관심은 있으나 정작 가까이서 접하거나 더욱 더 촘촘하게 사유할 거리나 기회가 부족했다고 어쭙잖은 변명을 해본다.

안산이라는 다문화 인구 밀집지역 고등학교에 미술 교사로 근무하게 된 저자는 솔직하고도 뜨거웠던 그때의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은유 작가의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읽었기에 다문화 아이들의 실제적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정작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언어’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1.5세대, 2세대. 외국인으로 입국한 부모와 내국인으로 태어난 자녀, 내국인으로 생활하는 부모와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자녀들 사이에서 평범한 가족을 연출하기엔 뿌리 깊이 박힌 크고 작은 문제점을 모른척 할 수만은 없다.

아이들이, 교사와 학생이, 지역과 사회가 나눌 수 있는 건 비단 온정이기만 하건 아니다. 온정에 기대 서로를 이해하자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땅히 존중하며 응당 나눠야 할 인간과 인간 사이의 모든 것들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나눠야 하는, 나누면 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더 인간과 인류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처음으로 펀딩에 참여해 책을 받았고, 좋은 기회에 기분 좋은 참여를 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책이었다. 추천한다.

#책사이애37 #국경없는미술실 #펀딩 #안산 #다문화 #에세이 #책추천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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