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미술실 - 언어도 국적도 묻지 않는 우리들의 작은 교실
아이보리얀 신경아 지음 / 차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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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

국경 없는 미술실 - 아이보리얀 신경아

얼마 전, <자기 언어를 가진 아이는 길을 잃지 않습니다> 라는 책 속에서 ‘그림’을 언어 (문해력)와 연결지은 내용을 접했다. 문해력을 운운하면서 강의도 하고 또 아이들과 글을 읽고 쓰면서 문자 이전의 언어인 ‘그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걸 느꼈다.

무지한 건 아니었다. 다섯 살, 기관생활을 시작한 아이와 처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그림 일기’였으니 그것의 의미를 인지하지 못한 건 아니었으나, 활자에 익숙해 지고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요하는 학령기에 접어들자 자연스럽게 유의미성의 비중이 줄어든 것 뿐이다.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그림’ 그리고 ‘미술’이 언어의 시초나 대체가 아닌 온전하고도 어엿한 표현 도구라는 걸 진하게 각인시켜본다. 사실 이 책은 미술이라는 장르보다 ‘다문화’라는 주제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에 할애하는 에너지가 적어 말하는 입이 민망하고, 문외한이라고 하기엔 그간 읽어 온 책과 독서모임을 통해 나눴던 이야기들이로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는 바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가볍다고는 할 수 없다. 관심은 있으나 정작 가까이서 접하거나 더욱 더 촘촘하게 사유할 거리나 기회가 부족했다고 어쭙잖은 변명을 해본다.

안산이라는 다문화 인구 밀집지역 고등학교에 미술 교사로 근무하게 된 저자는 솔직하고도 뜨거웠던 그때의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은유 작가의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읽었기에 다문화 아이들의 실제적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정작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언어’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1.5세대, 2세대. 외국인으로 입국한 부모와 내국인으로 태어난 자녀, 내국인으로 생활하는 부모와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자녀들 사이에서 평범한 가족을 연출하기엔 뿌리 깊이 박힌 크고 작은 문제점을 모른척 할 수만은 없다.

아이들이, 교사와 학생이, 지역과 사회가 나눌 수 있는 건 비단 온정이기만 하건 아니다. 온정에 기대 서로를 이해하자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땅히 존중하며 응당 나눠야 할 인간과 인간 사이의 모든 것들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나눠야 하는, 나누면 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더 인간과 인류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처음으로 펀딩에 참여해 책을 받았고, 좋은 기회에 기분 좋은 참여를 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책이었다. 추천한다.

#책사이애37 #국경없는미술실 #펀딩 #안산 #다문화 #에세이 #책추천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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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대가 - 안전이 빼앗아 간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하여
체이스 자비스 지음, 최지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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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다는 말의 덫

#도서지원

안전의 대가 / 체이스 자비스

제주 여행 중이다. 1년에 두세 번은 아이와 둘이서 제주에 머문다. 9개월 만에 찾은 제주는 이제 막 봄이 시작되어 병아리 솜털 같은 햇살이 공기 중에 둥둥 떠나닌다.

언제부턴가, 제주를 여행지라고는 이야기하지만 실상 제주에서는 여행보다는 휴식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휴식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정말이지 노잼에 가까운 시간들로 제주에 머문다. 그렇다 보니 일정을 따로 계획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런 무계획이 계획인 제주의 시간을 나는 고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문장 몇 개만 넣으면 꽤 세세한 일정을 짜주는 챗 지피티도 있고, 공항에만 가도 여행지 팸플릿이 즐비하지만 어디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책을 읽다가 내일은 여길 갈까? 택시를 타고 지나가다가 이따가 밥은 저기서 먹을까? 어디선가 풍겨오는 바다 냄새에 창을 열고 코 속에 흠뻑 바다 냄새를 머금고는 핸들을 돌려 해안기로 들어서는 시간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온 후 사람들이 “재미있었어?”라고 물으면 잠시 말문이 막힌다. 단언코 그 시간이 ‘재미’ 있지는 않았으니까. 더 솔직히 말하면 반대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내 삶에서 이 노잼의 시간은 평소의 재미있는 일상을 더더욱 공고하고 또 촘촘하게 일으켜 세워준다.

책 이야기가 늦었다. 이 책은 ‘안전’이라는 선택과 계획을 앞세워 실패와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용기를 주는 책이다. ‘용기’라고 해서 뭐 대단한 실천이나 행동을 말하는 건 아니다. 돌이켜 보니 나의 삶도 회피와 방관에 가까웠지 실패를 정면으로 맞닥뜨려 본 경험이 크지 않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실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일었다. 그 생각을 머릿속으로 떠올리자 하고 싶은 일들이 주르르 줄을 선다. 계획하지 않음으로 더욱더 의미 있는 제주에서의 시간처럼. 6일간의 여행이 돈이 아까울 만큼 무용했다 할지라도 그것에서 배울 것을 찾을 수 있는 강단 있는 내가 되었으면.

인생은 짧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잘 판단해 제대로 해보라는 말이 가진 잔인함을 마흔 중반이 되어 뼈 때리는 조언으로 재해석해 본다. 인생이 짧다 말한 이들이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곱씹어 보며, 길고 긴 나의 인생에서 한 번 더 실패하고, 한 번 더 좌절하고, 한 번 더 시도하는 삶으로 조금씩 방향 키를 돌려 보기로 한다.

어릴 적 내가, 그렇게나 원해 마지않았던 삶.
나는 조금 더 써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깨지고 해체되어 내 안의 모든 낱알의 껍질이 다 까질 때까지, 부서지고 으깨지며 계속해서 써야 할 것 같다. 올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추천한다. 다 읽은 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대의 마음에서 가장 오래 머문 ‘놀이’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opendoorbooks7

#책사이애34 #오픈도어북스 #안전의대가 #체이스자비스 #실패 #성공 #도전 #가능성 #선택 #모험 #책추천 #모닝루틴 #자기계발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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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단종애사 (端宗哀史) : 1457년 청령포, 단종을 지킨 남자 엄흥도 이야기, 무삭제 최신간 - 1954년 초판본 표지 디자인 더스토리 착한책 프로젝트
이광수 지음 / 더스토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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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열 손가락이 떴다 잠겼다

#도서지원

단종애사 / 이광수

지인 추천으로 올해 초 ‘사상계’라는 잡지를 정기구독하게 되었다. 1월 말 잡지가 도착해 별생각 없이 뒤적이다 한편의 글을 보게 되었다. 단종에 관한 이야기였다. 글은 단종의 아내인 정순왕후에 관한 이야기로, 어린 나이에 남편과 떨어져 유배지에서 평생을 보낸 어린 신부로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가 여생을 보낸 마을의 여인들이 하나같이 그녀를 살뜰히 품어 주었다는, 연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밑줄을 긋는데 글의 마지막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시체에 손을 대면 3대를 멸한다는 어명을 어기고 엄흥도라는 자가 왕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아주 짧은 글귀였다. 모를 일이다. 왜 그 이름에 눈이 콕 박혔는지. 곧바로 검색을 했고 연관 정보로 상영 중인 ‘왕과 사는 남자’가 연이어 화면에 떴다. 오호라, 영화로도 나와 있군! 반가운 마음에 상영 시간을 검색했고, 오후께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가 끝이 나고 상영관을 나서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소설로 읽어보고 싶다!였다. 영화는 자그마치 1500만 명이 관람하고, 한국 박스 오피스 사상 역대급 수익을 낸, 한국 영화를 통틀어 길이 남을 기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단종, 그리고 엄흥도를 가슴 깊이 남겼다.

이광수의 <단종애사>, 더 스토리에서 출간된 책으로 초판본 표지로 내용 또한 지금의 언어와 차이가 있어 쉽사리, 편히 읽히는 문체는 아니다. 그럼에도 술술 읽힐 수 있었던 건 영화로 말미암아 단종의 서사가 이미 마음속에 그득 들어찬 덕분이다. 책은 수양대군이 주인공이라 할 만큼 국정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영화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내용들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또 영화와는 반대로 단종이 유배를 간 이후의 이야기가 무척 짧게 들어있어 그것을 위해 읽으라 하면 다소 힘들 수도 있겠다. 단 한 줄로 등장하는 ‘엄흥도’ 또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올해 초, 영화와 책으로 만난 홍위와 흥도의 서사는 한동안 내 마음 안에서 강물처럼 굽이쳐 흐를 것 같다. 영화가 아니었다면 책으로 만날 생각을 못 했을 귀한 책, <단종애사>로 왕사남의 여운을 마저 이어가 보길 추천한다.

#책사이애 #단종애사 #이광수 #미르북컴퍼니 #더스토리 #초판본 #엄흥도 #단종 #왕사남 #조선왕조 #수양대군 #고전소설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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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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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좇는 건

부처스 크로싱 / 존 윌리엄스
(스포주의)

앤드루스가 하버드대를 그만두고 서부로 와 자연을 찾으러 왔다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나는 이 책을 성급하게 분류했다. 그가 찾으려는 것이, 닿으려는 곳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 그러니까 말마따나 이 천지를 이르는 단어로만 한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연’을 조금 더 원초적인, 본능적인,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정령처럼 해석했고 책을 읽어 나갔다.

이동진 평론가님이 언급한 4인조 사냥단의 내용은 사실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부분을 단순하게 앤드루스가 자연을 직시하게 된 체험이나 날 것 그대로의 분위기를 표현해 주는 요소로만 받아들였던 듯하다. 마치 수순처럼, 자, 보아라. 니가 만나려 했던 자연은 이런 것이다, 너의 순수한 동경은 사실 너무나도 하찮고 비루해 여기 이곳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꽤 그럴싸한 서부극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마음에 균열이 일었다. 어? 밀러가 왜? 찰리가 왜? 앤드루스는 왜!!! 온통 느낌표뿐인 문장들 속에서 하나의 장면을 만나게 되었고, 그 장면 이후에는 눈조차 깜빡일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뭔가, 잘못 짚었군.

앤드루스가 프랜신을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부터는 이 소설은 그럴싸한 서부극이 아닌 한 권의 두꺼운 철학서처럼 육중하게 마음을 내리눌렀다. 이 지점은 앞서 읽은 소설 「스토너」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찾아낼 무언가가 있다고 늘 생각하지. 글쎄, 그런 건 없어.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이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306p

책을 덮은 직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동안 나는 무엇을 이리도 좇아왔나?였다. (이것마저 스토너와 비슷하지 않은가! 스토너 리뷰에도 결이 비슷한 문구를 남겼다. ‘나는 무얼 바란 거지?)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순진했던 사회 초년생에서 원치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젊음은 어느 정도 바랜 중년이 되어, 조금씩 고장 나는 몸을 달래가며 하루치의 삶을 감사해 하며 사는 나는, 이 평생 무엇을 좇으며 살아왔나? 어쩌면 행복이라는 건, 성공이라는 건, 안전이나 평화, 만족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는데 왜 있다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왔을까?

모든 가죽이 잿더미가 되고, 마을을 등지고 돌아서는 그는 이 마을도 곧 사라질 거라 이야기한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마지막이라면 우리의 삶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곧 사라질 마을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책벗뜰잇책 #메이트독서단 #3월도서 #부처스크로싱 #존윌리엄스 #책사이애33 #장편소설 #스토너 #책추천 #이동진 #잇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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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켄 코프먼 지음, 조주희 옮김 / 일레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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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을 넘어 앎으로

#도서지원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 켄 코프먼

어떤 대상을 좋아하게 되면 그저, 좋아하는 것으로 끝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여태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고 그것이 어떤 문제나 불편함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알아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도, 알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여전히 알 수 없고 앞으로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지 못한 채 그저, 좋아하는 것으로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 일쑤였다.

달이 좋아 마냥 하늘을 올려다만 보았다. 심취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표현할 단어를 골라내어 짤막하나마 한 구절 글만 쓸 줄 알았지 저 달이 어찌 저리 아름다운지, 왜 날마다 모양이 바뀌는지, 저 달은 어떤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나는 왜 달을 좋아하는지 따위는 쉽사리 떠올리지 못했다. 과학적 사고가 부재한, 뼈 속까지 문인인 나로서는 그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에 가까웠다.

재작년 보랏빛 책을 만나기 전에는 말이다.

그렇다. 보랏빛 책은 당시 화제에 올랐던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태어나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어떤 심해의 저 밑바닥을 툭 건드려준 느낌이었다. 이후 조금씩 하나의 대상과 가까워지려는 나름대로의 애씀이 독서에서도 장을 넓혀갔다. 작년 <빛을 먹는 존재들>로 식물의 고귀함(이라 해석해 본다)을 배웠다면 이 책 <모든 새를 보았다는 믿은 남자>를 통해 그간 봐온 조류들에게 한 번 더 눈길과 마음 길을 내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책은 ‘존 제임스 오듀본’이라는 미국의 대표 조류학자의 업적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류학 뿐 아니라 식물학 동물학 모두 마찬가지 겠지만 처음 종을 발견하고 연구한 업적은 후대에도 길이 남을 가문의 영광이다. 특히 조류는 당시 대륙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또 그렇다 해도 조류의 모습을 남길 방법이 다양하지 않았기에 오듀본처럼 탁월한 세밀 화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탐험 거리였다. 실제 보지도 않은 새를 그럴싸하게 그려내어 종을 새로이 분류하고, 자신만의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리고, 압도적 예술 작품 같은 그림을 통해 대중이나 평단에서 자신만의 고고한 입지를 굳혀갔다.

이제 와 그의 업적들은 재고 되기에 충분하지만 그때만 해도 이미 만들어진 가설을 해부하거나 와해시킨다는 건 불필요한 일들이었다. 그것에 저자는 오랜 시간 그를 연구하며 낱낱이 오듀본의 오류를 정정하고 있다. 한 인물이 남긴 업적의 오류를 정정하는 일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띠나 잠시 고민해 본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속성과 본성이 하나의 세계, 그것도 광활한 자연의 일부를 임의로 재편집하고 명명함으로 해서 그 세계가 어떻게 산산이 부서져 가는지를, 또 무심하기 이를 데 없이 뒤바뀌어 버리는지를 450여 페이지를 읽는 동안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좋음을 넘어 앎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의 나에게 어쩌면 내가 누구인지를 찾는 일보다 조금 더 유의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추천한다.

#책사이애32 #모든새를보았다고믿은남자 #켄코프먼 #과학서 #조류학 #존제임스오듀본 #생태학 #책벗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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