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해력 수업 : 초등 고학년편 - 읽고 쓰고 말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책 읽기의 비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해력 수업
최나야 외 지음 / 로그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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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다는 말에 관하여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해력 수업 / 최나야 외>

#도서지원

저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어요. 주된 직업으로 주부(아시죠? 직업 체크란에 ‘주부’가 있다는 사실, 엄연히 직업입니다)가 되겠고요. 도서관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독서회를 진행하고, 분기별로 부모교육 강의를 하는 강사, 온오프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수업에서는 선생님, 그리고 하나 더, 제 바람이긴 하지만 꾸준히 읽고 쓰는 서평으로 획득할 수 있는 서평가와, 독자는 없지만 꾸준히 쓰고 있는 글과 관련한 작가라는 직업이 있습지요.

보면서 느끼셨겠지만 제가 하는 일은 주부(도 사실 같은 결이지요)를 제외하고는 모두 ‘책’으로 이뤄지는 일들입니다. 소싯적부터 꿈꾼 일이었어요. ‘책으로 이뤄지는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좋아. 나는 책과 함께 하는 일을 찾을거야!’ 단순하게 작가나 사서가 아니라 모든 자리에서 책으로 만날 수 있는 무수한 일 중 하나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운이 좋아 그 꿈의 결에서 제가 가진 영향을 크고 작게 펼치고 있는데요. 최근 조금 더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 바로 부모님들 대상으로 하는 책생활 강의예요. 양질의 지도서 한 두권을 매달 꾸준히 읽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상 현장에서 뵙는 부모님들은 생각보다 더욱 더 힘들어 하고 계셨어요. 어디에서 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여기 저기 산발적으로 떠들어대는 독서의 중요성에 어느 순간 책과 강연을 덮어버리기도 하십니다. 왜 그렇냐고요. 어렵거든요. ‘책‘이나 ‘독서‘ 자체도 어렵지만 특히나 아이들과 책으로 뭔가를 한다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때 이런 책이 도움이 큽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어떻게 활용해서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빼곡한 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이라는 문구에서 절박했던 부모님들이 작게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이유를 막론하고, 그저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하셨다면 그것이 왜 어려웠는지, 또 어떻게 하면 쉬워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이라도 획득하실 수 있다면 이 책의 본질이 바래지 않는 일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겨울 방학을 앞둔 딸아이를 비롯, 방학동안 운영될 여러 챌린지 활동에 도움이 큰 책이 되겠습니다. 아이와 언제고 읽었던 책 <어린 왕자> 챕터를 이야기 나눠봤어요. 보아뱀이 삼킨 코끼리 장면을 이야기 하며 숨은 뜻을 찾아보라는 문구에 아이 눈알이 또르르 구릅니다. “엄마, 숨은 뜻이 어려워!.” 이 질문에 속으로 쾌재를 부릅니다. 이제야 진정 깊숙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겠구나. 책 내용의 뒷 부분을 읽어줍니다. “‘어른들은 내게 속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중요하지 않으니 보아뱀 그림은 그만두고 차라리 지리나 역사, 산수, 문법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충고했다. 어른들은 혼자서는 결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지아야, 아이는 보이는 걸 이야기 하는데 어른들은 왜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 하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로 묻고,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의 대답으로 만들어가는 엄마표 문해력, 아직은 해 볼만 합니다!

#세상에서가장쉬운문해력수업 #최나야 #편지애 #김도연 #마지예 #안윤지 #양연희 #로그온 #책읽기의비밀 #생각하는힘 #읽고쓰고말하고 #워크북 #문해력가이드 #초등고학년 #책추천 #책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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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호텔 스콜라 어린이문고 46
김혜정 지음, 서수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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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그득 들어선 곳

<보름달 호텔 / 김혜정>

#도서지원
#나는엄마다7기
@wisdomhouse_kids

여행을 즐겨 다니지는 않지만 이따금 아이와 여행을 계획할 때 으레 숙소를 가장 먼저 염두하게 됩니다. 여행의 컨셉이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숙소를 부러 탐색해 보기도 하고, 또 펜션이나 호텔, 모텔, 리조트 등 그때 그때에 따라 다양한 숙소를 이용하며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기도 하지요.

여기 단어의 뜻처럼 눈부신 호텔 ‘태양 호텔’이 있습니다. 한때 투숙객이 많아 성황을 이루었던 호텔이 어느 순간 죽은 호텔이 되어 운영이 어렵게 되었지요. 호텔 운영을 상속 받은 소년은 걱정과 설렘을 안고 호텔로 향하지만 언젠가 묵었던 화려하고 즐거웠던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지요. 실망도 잠시, 왜 이렇게 운영이 어려워졌는지 여러모로 알아보던 중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유령이 출몰한다는 괴소문으로 이용객들의 발걸음이 돌려졌다는 걸 말이지요.

언젠가의 소중한 추억이 생생하게 남은 소년에게 이 호텔은 단순한 호텔은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누군가, 그때의 나처럼 즐거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호텔의 역할을 다한 것 아닐까? 호텔을 소재로 한 동화책이 많은 것도 알고보면 언젠가의 소년처럼 하루의 행복과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공간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소년은 아스러져가는 태양 호텔을 어떻게 살려냈을까요? 여기서 힌트! 제가 말씀 드린 호텔의 이름은 태양호텔인데, 책의 제목은 보름달이잖아요. 소년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며 호텔을 다시 재건하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호텔 속 숨은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했던 책! 추천드립니다.

#보름달호텔 #김혜정 #서수인 #위즈덤하우스키즈 #초등추천 #동화책 #어린이책 #스콜라어린이문고 #책추천 #나는엄마다7기 #서포터즈 #책벗뜰 #책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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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있는가요 - 정아은 추모소설집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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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시 좀, 찾아갈게요.

<엔딩은 있는가요 / 김하율 외>

#도서지원

추웠다. 그날은.

산책 겸, 운동 겸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산책로를 걷다가 그녀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걸음을 멈췄다. 잠시 숨을 고른다. 워낙 가짜 뉴스도 많으니까. 하지만 연예인이 아닌데? 가까운 벤치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맞춤 맞은 자리가 없다. 다시 발걸음을 뗐다. 여기저기 산발적인 토막뉴스만 있다. 죽었다고? 정말로? 눈앞에 보이는 차가운 벤치에 엉덩이를 덴다. 하.

나에게 그녀는,이라고 쓰고는 다시 또 멈췄다. 무엇으로 설명하나.

집과 책벗뜰에 수북한 책들을 하나하나 더듬는다. 분명 그녀의 책이 다 있을 텐데. 이제 와 기어이 찾아보겠다고 애쓰는 꼴이 조금 우습다. 그걸 찾아 무얼 하겠다고. 분명히 여러 권이었는데 한 권뿐이다. 하.

학교 사랑방에 모여 인문학 독서모임을 끝낸 직후 혹시 몰라 책장을 바라보니 보인다. 책이.
“어? 이거, 제가 다시 좀 찾아갈게요. 그때 육아서라서 읽을 일 없다고 다 드렸는데 이 책은 제가 꼭 간직해야 해서요.” 그렇게 먼지가 쌓인 책을 가슴팍에 안아든다.

사는 게 대체 뭔가요. 고통에서 삶을 빌려왔기에 이렇게 아픔을 빚처럼 갚아내는가요? 엔딩은 있는가요. - 서경덕 ‘엔딩은 있는가요’ 중에서

어느 한 시절 내 안에도 같은 물음이 일었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기나긴 터널 속에서 펼친 책이 바로 <엄마의 독서>였다. 그 책으로 내가 만들어낸 무수한 것들이 그녀의 추모 소설집 앞에서 툭툭, 무심히 펼쳐진다. 그래서 내가 이 소설들을 읽고 무슨 감상을 남기겠다고. 하.

다시 안아든 그 책을 책상 책꽂이에 꽂아둔다. 뜨겁게 빌려 와 고마운 줄도 모르고 펑펑 다 써버린 후 이 미안함을 빚처럼 갚기 위해 그녀의 글을 읽는다. 그녀를 떠올리며 쓴 사람들의 글을 읽는다. 하루치의 엔딩을 저만치 툭툭, 밀어내며.

(서평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읽고 쓸 수 있는 말은 여기 이 소설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각 단편 말미에 나란하게 엮인 ‘작가의 말’들이 저에게 더 파고 들었고, 그 마음이 이어져 이 책이 책이 아닌 마음으로 저에게 답삭 안겼습니다. 제목조차도 아름다운 책. 너무나도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엔딩은있는가요 #정아은 #마름모 #추모소설집 #김하율 #김현진 #소향 #장강명 #정명섭 #조영주 #주원규 #차무진 #최유안 #공유된애도 #책벗뜰 #책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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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려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9
고상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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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조금만 기다려 / 고상미>

#도서지원
#나는엄마다7기
@wisdomhouse_kids

널 그리워한다고, 그때 꼭 껴안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차가운 겨울뿐 아니라 모든 날 모든 계절 속에서 너를 걱정한다고, 내 사랑이 아직도 이만큼이나 남았다고, 그러니 아주 잠깐만이라도 내 앞에 나타나 줄 수 없겠느냐고.

그 모든 말들을 다 그러모아 눈덩이로 꼭꼭 뭉칩니다. 금세 사라질 눈이고 추윈데 그걸 또 핑계 삼아 너를 추억하러 나섭니다. 널 꼭 닮은 누군가 지나갑니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너는 아니지만 너를 떠올릴 수 있어 잠시,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이 자꾸만 뭉쳐옵니다. 펄펄 날리던 네가 눈사람이 되어 우뚝 서 있습니다. 그런 너의 주변을 빙빙 돌고, 구르고, 묻히고. 그렇게 너를 만지고 너와 놉니다. 아, 차가워.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니 엄마가 보입니다. 엄마의 품에 안겨 잠시 몸을 녹입니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입니다. 네가 보고 싶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리움을 녹입니다. 엄마의 품에서 너를 녹입니다.

따스한 봄이 오면 너를 보내주러 갈 겁니다. 환한 봄볕에 너를 띄우고, 일렁이는 물살에 너를 태워 보내보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때까지는 좀 더 많은 핑계를 가져와 너를 기억하고 또 그리워하렵니다.

#조금만기다려 #고상미 #그림책 #죽음 #상실 #그림책추천 #레이에게 #책벗뜰 #책사애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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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을유세계문학전집 145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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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도서지원
@eulyoo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직 가까운 사람을 보내본 경험이 없다. 기껏해야 할아버지인데 그 죽음을 온전한 죽음으로 받아들였다기 보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만 소화시켰기에 상실 본연의 감정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내가 맞는 죽음이야 별 수 없지만 (내 죽음인데 나와는 상관없을) 나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입장과 반응, 태도가 궁금해졌다. 죽어가는 아내를 고향 땅에 묻기 위해 험난한 길을 떠나는 가족의 모습에서 응당 떠올릴 법한 회환이랄지, 고통이랄지, 비극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다. 푼돈과도 같은 돈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가족들의 아둔함에 정작 중요한 죽음, 장례, 이별 등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것 또한 불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 소설이 주는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 이 소설만의 특색 있는 난해한 구성에 오롯이 이입하기는 힘들었지만 어쩌면 이 또한 이 소설이 주는 완벽하리만치 딱 맞아떨어지는 부조리의 정당성과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킨 것에서 소설이 주는 힘이 무엇보다 강렬하게 남았다는 사실.

그럼에도 아내의 유언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고마워해야 하는지, 이 말도 안 되는 일에 목숨을 걸며 동행하는 가족들의 면면을 온정으로 바라봐 줘야 하는지, 결국 가족도 죽음도 완벽한 타인과 타자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글을 읽는 나 조차도 그들과 같이 정처없이, 부질 없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떠올려본다. 내가 남긴 유언을. 나의 장례식에서는 울지 말 것, 이상한 음식 올리지 말고 갓 내린 향긋한 뜨거운 커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넬 것. 마지막으로, 나의 딸 지아에게 모두가 말해 주기를! “지아야,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야.” 그 사랑을 전달하는 그대들의 입장과 방법을 상상해 본다. 후, 쉽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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