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생활을 나답게 어린이 교양 매듭 6
이승민 지음, 우지현 그림, 사자양 기획 / 다른매듭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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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생활을 나답게 - 이승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2학기가 막 시작될 즘 아이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했다. 용량 부족을 이유로 나의 핸드폰을 바꿔야 하는 시점이었고, 용량을 제외하면 특별히 이상이 없었고 주더라도 충분한 교육을 전제해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가르치자는 포부도 있었던 지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도 충분한 기간을 두어 찬찬히 가르쳐 보리라 다짐하며 아이에게 나의 구핸드폰을 쥐여 주었다.

만 2년, 아이는 (아직까지는) 나의 방식에 잘 따라주고 있다. 핸드폰을 쥐여 주었어도 아이의 독서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릴스나 쇼츠를 정신없이 들여다보지 않으며, 와이파이 무료 존에서도 유튜브를 열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열더라도 검색을 용도로 사용할 뿐 영상 콘텐츠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보지 않는다. 아이의 핸드폰 사용에 문제 될 것은 없다.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마냥 맡겨둘 수도, 해결하지 못한다 해서 그냥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자식 문제인 것을. 이따금 아이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디지털’에 관련된 대화가 수시로 언급되는 생활권의 우리에게는 이런 종류의 책 한 권이 유의미한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늘 내가 읽었다. 미디어 사용, 리터러시 문제, 디지털 교육 등 지도하는 방법과 그것에 접근하는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내가 읽고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방식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아이가 직접 읽고 나에게 물어오는 질문을 토대로 디지털 생활에 대한 의미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비단 법적으로 저촉되는 문제만을 다루지 않았다. 그것에 인지 감수성을 키우고,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될 수 있는 무수한 상황들을 거듭 이야기 나누었다. 나의 통제가 감시가 아닌 관리와 도움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도왔고, 아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디어의 폐해를 한 걸음 떨어진 채 대응 방식들을 물어왔다. 비단 나의 아이만 비켜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온라인 세계의 광범위한 범주를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아이에게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 또한 무리가 있었다.

단비 같은 책 한 권으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웃긴 사진이라는 이유로 친구들과 누군가의 얼굴 사진을 주고받는 일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 도박이라는 거대한 문제가 사실은 굉장히 사소한 놀이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 메신저로 연결된 사이버 친구나 연인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들까지. 아이의 단어로 물어오는 질문에 고민을 거듭하며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일들은 가볍지 않았고, 나 또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서론에서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계속해서 붙인 이유는 대부분, 이런 나의 지도관과 아이의 핸드폰 사용을 보는 주변 분들이 늘 붙이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지아가 아직 어려서 그래, 좀 더 커봐 조절 안 될걸? 엄마가 관리하는 것도 그때뿐이야, 다 큰애 핸드폰 쥐락펴락하는 것도 좋지는 않아. 그 많은 말속에 숨은 의미를 나는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매 순간 아이와의 대립에서 고민하고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만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지아를 내가 알 수 없고,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화성으로 보낼 수 없다. 설령 그곳이 더욱이 살기 좋은 곳이라 해도 나는 지아를 화성으로 보낼 생각이 없다. (조너선 하이트 ‘불안 세대’ 프롤로그 내용) 해서, 나는 다 큰 지아가 되어도 ‘아직까지는’ 아이의 곁에서 끊임없이 바라봐 줄 생각이다.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 연습하면서. 추천한다.

#디지털생활을나답게 #이승민 #다른매듭 #미디어교육 #교육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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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는 아이들 - 스마트폰, 게임, 숏폼, SNS 중독 시대, 아이의 자기 조절력을 키우는 부모의 기술
선자연 지음 / 북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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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는 아이들 - 선자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완벽한 합의보다 조율하는 과정,
아이와 함께 지켜갈 약속을 정할 때 아이가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을 유지하고, 지킬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자율성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권을 가질 때라야 내적 동기가 생기고, 약속을 지킬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갑니다. 225p

아이들을 화성으로 보내겠냐는 질문으로 시작된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는 미디어 사용에 따른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유의미하게 다뤄 당시 많은 사람에게 경종을 울린 책이다. 2008년 처음 등장한 스마트폰, 그 후 16년이 지나 출간된 책에는 그간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애써 외면했던 숱한 미디어 문제들이 빼곡하게 담아 놓았다.

당시 그 책으로 여러 번의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현실에서 양육자들이 갖고 있는 부담 또는 걱정, 불안과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원론적인 계획 또는 규칙 설정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묻게 되었다. 정말, 최선을 다한 것 맞습니까?

법으로 제어하지 않는 이상 가정 내에서는 손쓸 도리가 없다는 양육자들의 의견에 이런저런 가설을 내세워 수정할 방안들을 연신 설파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꽈 다문 입술은 ‘그건 네 사정’이라는 무언의 거부가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 <멈추지 못하는 아이들>을 읽으며 2년 전 그 시간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미디어를 차단하고 통제하는 것, 나아가 콘텐츠의 종류나 노출의 수위 또는 타임 제한만으로 아이들의 전두엽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에 거두절미 손을 든다. 미디어에 집착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두고 보지 못하는 양육자는 기기만 없으면 아이가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건강한 유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본질은 미디어 자체가 아니다.

미디어 중독의 전반적인 개념을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다. 어디까지가 중독이냐 아니냐를 떠나 중독으로 발현되는 아이의 특성과 그 아래 안개처럼 깔린 양육자와의 문제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나 양육자의 마인드셋이었다. 완성형이 아닌 아이들의 뇌는 그게 무엇이든 말하는 대로 딱딱 지킬 수도, 맞출 수도 없다. 당장 아이의 다짐이나 계획은 응당 진실 된 것이니 설령 지켜지지 않더라도 결과가 아닌 과정을 들여다보고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중독 교육과 상담을 하는 본인도 자녀와 미디어에 따른 고초를 겪는다고. 그러니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맞춰 나가보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라 조언한다. 통제가 아닌 관리, 금지가 아닌 조율, 실패가 아닌 방향으로 다시금 아이와의 전쟁을 준비해 보길 바란다. 추천한다.

#책사이애103 #멈추지못하는아이들 #선자연 #부모기술 #미디어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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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달리아 나미앙 지음, 조민영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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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 달리아 나미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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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당한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감각을 되찾자고 제안한다. 특권의 부당함을 보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사회는 결국 그 특권에 굴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9p

나는 꽤 오래전부터 책을 줄곧 읽어왔다. 어떤 계기가 있어 급작스레 독자의 삶으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 쭉 이어온 일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그때에 더 많은 책을 읽었던 것도 같다. 그럼에도 책이 나의 삶을 어느 궤도로 올려 주었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 이제야 비로소 나의 삶이 책과 함께 연결되고 지속되고 그리고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꽤 명징하게 받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읽어내지도 못했을 것이며, 설령 읽었다 해도 저자가 이야기 하는 ‘부당함’과 ‘분노’를 온전히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나에게 가볍지 않았다는 걸 먼저 이야기 하고 싶다.

책은, 예상하는 것이 맞다. 그냥 리치가 아닌 슈퍼 리치들이 날로 많아지고 그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의 부조리는 허울 좋은 발전과 변혁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어떻게 부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그 먹이 사슬 속에서 불가피하게 생사를 오가는 세계 무수한 빈자들과 약자들을 조명한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콩고는 부호들의 탈약이 사악한 지도자와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둔갑되어 극빈국으로 전락했다. 지금도 여전히 무수한 콩고민들이 고무 재배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두 손목이 잘려나간다. 멸종위기 동물만을 요리해 상위 1%들만 즐기는 파티가 있으며, 일론 머스크는 우주인들이 전기차를 타는 상상을 하며 실제 전기차 한 대를 우주 상공으로 날려 보냈다고 한다. 두바이의 초호화 고층 센터들은 자본주의의 가장 추악한 민낯을 화려함 속에 감춘 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2050년 까지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인간의 생존이 불투명할지도 모를 아랍에미리트의 1인 탄소발자국은 세계 최고를 앞다툰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기후변화로 인한 불편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네팔에서의 곡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는 듯해 뉴스 화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흔한 자연재해로 이해하고 쯧쯧 혀를 차기에는 먼나라의 일 같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지만 책을 읽으며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나는 지극히 건강한 방식으로 분노하고 지켜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계사를 경제와 부, 자본주의 시선으로 뚫고, 파헤친 저자의 건강한 분노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감사한 책이다. 추천한다.

#책사이애101 #슈퍼리치가세상을구한다는헛소리그런데우리는왜그들을숭배하는가 #달리아나미앙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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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확장판) - 유발 하라리부터 대니얼 카너먼까지 세계 지성 148인과의 가장 지적인 대화
비카스 샤 지음, 임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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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 비카스 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사실 나는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전문 작가도 아니다. 다만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15p

본업은 기업가라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의 이력이 독특했다. 음, 솔직히 말하면 이런 종류의 책(?)은 어떤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쓰는 것인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프롤로그의 내용을 통해 저자가 책을 만들게 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생각 경제학’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남다른 진정성으로 굴지의 명사들을 순차적으로 섭외하고, 인터뷰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공공에게 생각의 관점을 공유하면서 책 속 내용처럼 무궁한 ‘생각’들을 쌓을 수 있었다.

‘흥미롭고 교육적인 재능 기부 모음집’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책은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 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까지 굵직한 사회적 통념들을 다루면서 실제 주제와 관련해 그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지식인들의 코멘트를 소개한다.



√ “자신과 가족,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잘 살아낸 인생이다.” 45p
√ 그렇기에 작가들도 세계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고대 로마의 극작가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페르는 “나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나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95p
√ 저는 “실패했다”라고 말하는 대신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96p
√ 기업가가 되겠다면 먼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무언가를 창조하겠다는 열망을 품으세요. 285p
√ 인종 간의 차이가 있다는 발상은 항상 상대를 착취하려는 자들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인종 차별이란 개념은 없다. 인종 차별 행위가 있을 뿐이다.” 315p



각 파트별로 의미 있게 본 문구들을 옮겼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나에 대한 정체성 탐구와 미래사회에 일어날 일들에 관한 입장, 기업이 현대사회에 기여하고 또 쟁취해야 하는 것들의 전방위적 마인드십과 여전히 만연한 인종 간 차별, 혐오와 다시 시작된 국가 간 유형 갈등 등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influential_book
#책사이애100 #생각을바꾸는생각들 #비카스샤 #지성인의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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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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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탁민 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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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접근이 있다. 하나는 그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것의 반대편을 정의하는 것이다. 403p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이라는 부제에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창업이니, 마케팅이니 성공이니 하는 단어들은 당장의 나에게 필요한 용어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언가(어딘가, 언제인가) ‘이끌어’ 나가는 입장이라면 ‘리더’라는 단어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끌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전 어느 독서모임에서 ‘자기 경영’이라는 키워드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나라는 기업을 스스로 경영한다는 주제였다. 기억하기로 그 모임에서 처음으로 ‘책벗뜰’이라는 공간을 구상했고(실제 이름도 그날 정했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생의 주기를 대대적으로 구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움이 되었다.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고방식이었고, ‘경영’이라는 것이 꼭 이윤을 목적으로 한 비즈니스가 아니어도 어디서나 필요한 마인드라는 걸 어렴풋하게 배울 수 있었다. 이 책 ‘명료함’ 또한 기업의 오너나 프로젝트의 리더가 아니라 해도 지금 나의 삶에서 명료해져야 하는 것들을 간추려 낼 수 있어 도움 되었다.

열역학의 제2법칙, 엔트로피의 증가 법칙은 ‘에너지가 있는 모든 물질은 자연 상태에서 무질서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원리다. (57p) 말 그대로 우주의 질서가 무질서, 즉 혼란스러운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 해서 누군가 혹은 무언가 ‘개입’하지 않으면 질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건 바로 ‘기준’, 그 기준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리더라 해서 소규모의 그룹을 실제 운영하기도 하고, 또 패널로 자잘한 모임 여럿에 몸을 담고 있다. 리더의 색채에 따라 모임의 결이나 온도가 묘하게 다르고, 리더보다는 패널 한두 사람의 에너지가 좋아 꾸준히 참여하게 되는 모임도 있다. 그때, 리더의 자질 또는 역량은 비단 ‘저스트 느낌’으로만 판가름되지는 않는다. 리더가 가진 가치와 추구하는 방향이 정확하게 드러날 때 패널로서의 참여 의지 또한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정확한 가치와 구체적 지향성을 수시로 언급하며 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목적에 더욱더 명료한 기준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공유 공간, 지역 사랑방으로서의 자리매김에 책벗뜰이 실패한 요인이 무엇인지, 좀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리더인 나조차 책벗뜰의 정체성이 모호했고, 단순한 온정에 기대어 큰 노력 없이도 알아서 나아갈 거라 무지하고 또 안일했다. 이유를 톺자면 한 둘이 아니겠지만 명징한 이유는 바로 나의 안일함이었다.

책벗뜰을 정의하려면 여전히 머뭇거려지지만 ‘그것의 반대’를 정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것의 반대, 즉 책벗뜰은 ‘나 혼자 즐겁자고 만든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원래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질서가 사라지고, 어질러진 공간의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한동안 방황했다. (아니,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이제야 뒤늦게 우주의 섭리를 거슬러 나의 애정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해 누구보다 나 스스로에게 둘도 없을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어가 보기로 마음먹어본다.

#책사이애98 #명료함 #탁민오 #리더십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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