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입니까? - 학교폭력 변호사의 법률 에세이
박은선 지음 / 오래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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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입니까? - 박은선

이 책을 읽기로 선택한 이유가 ‘학교폭력인지감수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었다. 나는 얼마큼 학교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나, 책을 통해 가늠해보고 싶었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한다.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괴롭히는 경우는 잘 없는데 잔인하게 괴롭히는 전교1등 여자 아이, 새로 전학 온 남자 아이가 돋보이자 가차 없이 괴롭히는데 그 아이를 누가 가해자라 쉬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다가 같은 결로 누군가를 괴롭혀야 했던 아이, 그 폭력을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또 다른 폭력에 여전히 노출된 아이를 우린 어떤 잣대로 봐야할 것인지, 자살 소동을 벌여가며 동급생 아이들의 폭력을 낱낱이 기록한 일기장 내용이 알고 보니 피해자 아이의 망상과 억측, 극한의 피해의식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힌 아이를 마냥 그 아이의 잘못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이 모두 아이를 손가락질해도 부모 한 사람만은 포기하지 않아야 하니까, 아이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부모가 네 옆에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변호사 앞에서 무릎을 꿇는 부모를 온전히 법과 상식 안에서만 내칠 수 있을까?

책이 일관되게 이야기 하는 것은 피해자냐 가해자냐를 가른 폭력의 이해와 대처가 아닌, 학교 폭력의 거시적 인지와 청소년의 정서와 환경의 맥락이다. 학교폭력은 여느 폭력과는 조금 다른 색을 띠는데 그 지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에 책이 주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다. 학교 폭력 또한 아이들이 사회를 배우는 공간으로서 온건하게 치유, 환기 될 수 있도록 신경 써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의 말들이 부모의 자존심이나 권력 속으로 묻히거나 사라지면 안 된다. 사회로부터 안전한 보호를 받아야 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워 나가야 하며, 학교폭력이 처리 ·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를 향한 신뢰를 형성하고,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온전히 인식해야만 한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 )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책사이애89 #학교폭력입니까 #법률에세이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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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 죽음의 삼각형 - 최상위권 따라잡는, 대치동 스터디코드 입시 바이블
서보현 지음 / 체인지업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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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 죽음의 삼각형 - 서보현

#도서지원

죽음의 삼각형이라, 누군가에겐 어렵지 않은 표현일지 모르지만 나는 처음 만난 문구이다. 94년 도입된 수능은 2008년 등급제 출현으로 단순한 학력의 평가를 너머 내신과 논술까지 다방면으로 아이들을 쥐어짠다. 여기서 이 3가지 통과의례를 ‘죽음의 삼각형’이라 칭하니 여기서부터 흥미도가 쭉쭉 올라갔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준비해야 하는 입시에서 한번 더 삼각형이 뒤바뀐다. 내신, 수능, 생기부!

왜 이렇게 바뀌는 거야? 당장 코앞에서 입시를 맞닥뜨리는 학부모들에겐 불만이 터진다. 실제로 바뀌는 입시 요강을 낱낱이 파헤쳐 준다. 혹자에게는 지금이 더 초죽음이지 않나? 안 그래도 버거운 입시가 더욱 더 지옥같이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94년에도, 2008년에도, 다가올 28년에도 바뀌지 않는 대학의 입장을 힘주어 설명한다.

‘도망가지 않을 학생, 성과를 낼 학생!’

방법은 대동소이하게 바뀔지언정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조언한다. 바로 실력. 실전 아닌 실력을 처음부터 단단하게 쌓아올려 둔 후 전략적으로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말하는 저자의 필력과 입시 정보내용들이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책의 후반부터는 실제적인 학기별 전략들이 세세하게 나와 있다.

#죽음의삼각형 #서보현 #교육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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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
앨리슨 데이밍거 지음, 전경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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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앨리슨 데이밍거

아이와 곧잘 둘이서 여행을 떠난다. 거창할 것 없이 조촐한 짐을 꾸리고 이동 차편을 알아보고, 숙소나 여행지의 가볼 만한 곳을 찾아 캡처 해둔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자잘하게 챙길 것이 많아 번거로웠는데 어느 정도 커서 기관 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는 많은 짐이 필요하지 않아 훨씬 가뿐해졌다. 짧게는 1박, 길게는 4~5박에서 1주일까지. 여행을 즐겨 하지 않는 나에게 그 시간은 육아의 한 갈래로 치부하기에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그것도 홀로 아이를 데리고 몇 날 며칠씩 분기별로 다니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박이건 7박이건, 여행을 다녀오면 남편은 으레 묻곤 한다. “재미있었어?” 여행의 의미를 ‘재미’로만 수렴하는 처사가 못내 무성의해 실망스럽다. 몇 번 퉁박을 주기도 했다. “재미도 있었지만 딱 그만큼 힘들고 버거웠어.” 남편의 눈이 금세 말똥해진다. “힘든데 왜 가?” 좋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마 이론은 육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남편은 모른다. 아니, 많은 사람이 모른다.

남편에게 무엇이 힘들었는지를 이야기하려는데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것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몰라 잠시 주춤한다.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내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기 직전까지 집안의 쓰레기와 냉장고 속 식재료들의 컨디션을 살펴야 하고, 내가 없는 동안 생활해야 하는 남편의 편의를 염두에 둔다. 여행길에 오르면 아이의 안전에서부터 식사의 종류, 짐을 이동하는 방법에서 스케줄 관리까지. 그나마 비용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는 조금 덜하지만 그 부분까지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올레길을 걷고 있어도 아이가 얼마큼 더 이동할 수 있을지 살피고, 물이며 음료가 넉넉한지 수시로 체크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 일정 이후 방문할 식당과 이동 거릴 계산하느라 머릿속은 분주하다.

그런 과정을 수날에 걸쳐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면 끝이 나야 하지만 머릿속까지 쉴 수는 없다. 편안한 마음도 잠시, 일정을 체크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자잘한 부분들에 다시 또 머릿속이 움직인다. 이것이 ‘노동’이라는 생각을 여태 하지 못했다. 그저 생각이 많다고, 걱정이 많다고 스스로의 성향이라 치부하며 편한 게 편한 거니 대충 하자는 진심이라곤 1도 없는 무심한 말을 가져와 얼버무렸다. 정작 그런 인지 노동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을 가지고 말이다.

책은 부부 또는 파트너(이성, 동성)를 대상으로 가정 내 가사 노동의 정도와 분담 비율을 연구했다. 여성이 가사 노동의 비율이 높다는 전통설에 맞서 동성 부부의 가사 비율까지도 살뜰히 톺았다. 여기서 실제 육체적 가사만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인지적 노동에 대한 부분을 신랄하게 조명했고, 여전히 단순하게만 접근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을 조금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강조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간의 나의 가사 역할과 가중되는 심리적 부담감이 어떻게 파생되고 또 지속된 건지 객관적으로 톺아볼 수 있어 무척 도움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버거워 했던 지점은 빨래를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 가 아니라 빨래의 양과 상태를, 세탁 세제의 양과 비치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보다 더 원초적인 사실에 허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하루, 아니 기한을 정해 두고 정해진 일정에 빨래를 돌려줄 사람은 구성원 중 누구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세탁 세제가 떨어졌을 때 그것을 구비하거나 세탁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세제의 종류 또는 세탁기의 청소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 건 아마도 이 집에서 나뿐이리라.

여성의 노동, 특히나 가사에 따른 일련의 노동을 단순한 육체적 시간과 강도로만 따질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쉼 없이 여성의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복잡다단한 인지 노동에 어느 정도 여지를 주어야 한다. 여성이라서 타고난 돌봄디엔에이가 아니다. 그것을 미끼로 단 한순간도 쉴 수 없는 여성의 머릿속 시지프스를 이제는 더 이상 경시하면 안 된다. 바라건대 여성인 우리가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또 인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보다 더 명징하고 또 효율적인 작업 분배에 앞서 그간의 여성의 가사 노동이 얼마나 축소되고 있었는지를 먼저 상기하자. 이 책이 그런 변화의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추천한다.

#책사이애87 #머릿속노동은누가하는가 #가사노동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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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 올-타임 1
전경린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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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웃음과 눈물의 낙원 - 전경린

#도서지원

나는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외할머니집 문고리를 붙잡고 산고를 통과한 엄마는 이내 정신을 놓았다고 한다. 셋째였던 나마저도 딸이었다. 아빠는 실망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고, 엄마와 나를 두고 부산으로 가버렸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 8개월이 지나서야 부산으로 내려왔고, 그때 나의 이름을 호적에 올렸다.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이었다. 돌림자 ‘현’자에 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한자의 조합이나 의미 따위는 아무렴. 옥편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한자로 해달라고 동사무소 직원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뱃속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많은 생명이 꺼졌다. 내가 4번째 안에 들어간 덕분에 기어이 세상으로 나왔다. 6번째였거나, 10번째였다면 나 또한 그들처럼 먼지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엄마에게 고마워했던가? 태어나고 죽는 건 하늘의 뜻이다. 그것을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무엇으로 표현하는 것이 영 마뜩찮지만 어떻게 표현해도 나는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천륜이다.
하늘이 정해주는 변할 수 없는 인연.

책 속 새별이는 여섯 살이다. 어른들의 일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무섭고 섧은 순간마다 나타나서 기다렸다는 듯 등을 내어주는 봉연이 할매의 시큼한 땀 냄새가 좋다. 걍팍한 엄마도, 짖꿎은 오빠도 주변 사람들 모두 친절하지 않지만 배내옷같이, 초유같이 보얀 색의 감꽃이 눈처럼 떨어지면 꽃을 입에 넣고는 잠시 낙원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끊어질지 몰라 늘 애닯은 천륜이, 끊긴채로 살아가도 못내 아쉽지 않을 끈들이 그럼에도 의미를 갖는 건 한 시절 속에서 흩날리던 감꽃처럼 제 아무리 어리고 작은 아이에게도 쿰쿰하지만 더없이 따뜻하고 넓었던 등에 내주었던 기억, 그 감촉 그리고 향기 덕분이다.

언젠가의 내가 나의 유년을 낙원이라 이야기 한다면 그건 똥골동네 아이들과 낡디 낡았던 리어카 덕분이다. 그 시절의 나의 낙원을 떠올리게 해 준 소설이다. 추천한다.

@gimmyoung

#책사이애84 #천개의웃음과눈물의낙원 #전경린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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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조선희 지음 / 샘터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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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조선희

#도서지원

오래전 드라마 ‘무자식이 상팔자’를 애청했다. 형제들이 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고, 3대가 어우러져 지지고 볶고 그러면서도 서로 애정을 주고받으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검색해보니 1%대 시청률로 시작해 9%까지 올라가고 10부가 더 추가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나름의 화제성이 있었던 드라마다. 참고로 각본이 김수현 작가님이시다.)

우리 네 자매(+각자의 남편)들도 명절에 모여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되면 으레 공동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건물을 한 채 통으로 지어 아래 위층으로 나눠 살며 저녁을 같이 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짐짓 머릿속으로 장면들을 떠올려봤다. 제 각각 떠올린 장면이 무엇이었으려나. 재미있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불편한 것들도 물론 많을 것 같았다. 굳이 의견을 내라면 나는 후자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 사는 정을 느끼며 나이 들어가는 건 꽤 복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여기 이 책 속 사람들이 그렇게 산다. 제주에 집을 짓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조율하며 색다른 구성체로 공동주거에 나섰다. 가벼운 농담처럼 건넨 한마디에 타이밍이 맞았다. 계약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미혼 거주자가 있어 추후의 주거 형태가 변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미리 염두) 집을 짓고, 공간을 설계하고, 함께 살아간다.

꿈같은 일이다. 애정으로 이어진 사람들과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일. 흔히 연애 프로그램에서 보던 일시적인 주거가 아닌 찐 삶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살아내는 공간을 나누는 일 말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게 가능할까? 라는 의문과 좋을 때야 좋지만 아닐 때는 어찌하려고? 시작부터 부정적인 측면이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은, 그것마저도 당연시 생각한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당연한 것이라 간과하지 않는다. 조금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조금 더 용기 있게 솔직해 진다.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좋지 않음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음으로 가게끔 놔두지 않는 정성이 그들 사이에는 공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가족이어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경계와 공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혈연이냐 아니냐로 관계의 편안함을 측정할 수는 없는 것. 오히려 ‘남’이라서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후의 삶을 떠올릴 때 책에서 이야기 하는 ‘조립식 가족’도 한번 떠올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열정이 또 다른 열정과 이어져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속에서 나이들어가는 일과 또 그 시간을 마주하는 일이 조금이나마 뜨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책사이애84 #조선희 #나이60생판남들과산다 #샘터 #책벗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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