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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평점 :
목요일 딸아이 친구와 함께 모여 필사하는 시간이 있다. 화기애애하게 필사하며 아이는 무심히 툭 내뱉는다.
“엄마, oo이가 때렸어.”
마치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신에게는 별 일 아니라는 듯.
“oo이가 누구야? oo이가 널 왜 때린거야?”
학원에서 마주치는 그 아이는 평소에도 여러 아이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길 좋아하고 그게 이따금 때림이나 밀침등 폭력적인 모습을 띠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서 아이들이 말하는 ‘장난’이라는 말에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그때 까지만 해도 ‘장난’의 탈을 쓴 폭력 앞에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만 떠올리며 그 아이가 왜 내 아이를 때렸을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더랬다. 무슨 이유에서 그 아이가 때렸으며, 그 아이가 때릴만한 상황은 어떤 상황이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고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이 책 속에 여러 구절들이 우후죽순처럼 튀어 오르며 피해자가 된 아이의 마음에 집중해 볼 수 있었다. “그 친구의 행동을 선생님에게 알렸니? 그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말해보았니? 사과는 받았니?” 상황을 보지 않은 나는 맹목적으로 그 아이를 나쁜 아이로 몰아가고 싶지만은 않았기에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시간을 쓰는 사람들끼리는 작게든 크게든 트러블이 있을 수 있고, 그 트러블들을 폭력이 아닌 대화와 교감으로 잘 소통해야 하는 법이라고 좋게 설명하고 그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이렇듯, 어린 아이들에게도 만연해 있는 괴롭힘(패러다임)을 나는 이 책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를 통해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은 아이들 속에 팽배해 있는 괴롭힘 문화가 실상은 어른들에게서 내려온 것이라 이야기 하며 어른들이 어른(교사, 코치, 상사등)이라는 권력과 위치와 입지를 등에 지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정서적 혹은 신체적 학대를 심층 깊게 꼬집는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 타격은 누구라도 치료 받아야 마땅하고 응당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괴롭힘 패러다임(모든 범주의 괴롭힘-의도적이든 아니든)으로 인해 입은 타격, 즉 심리적 내상과 트라우마는 어느 누구도 쉽게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인정하지도 인지하지도 못한다. 그런 깊은 상처들을 저자는 뇌신경가소성(뇌과학)을 이용해 누구라도 극복할 수 있다 이야기한다. 뇌는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은 언제, 어디서라도 자신을 바꾸고 강화할 내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괴롭힘의 패러다임에서 가장 파괴적인 유산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p162는 것으로,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을 믿고 매일매일 새로운 뇌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어떠한 학대 속에 망가졌었던 뇌라도 회복할 수 있다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희망적이다.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학대속에서 자랐다.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주변 어른들에게서 무심결에, 학교 선생님의 무성의한 한마디에, 우연히 마주친 낯선 어른들의 사소한 눈빛 속에 알게 모르게 상처받고 얼룩진 마음들이 가슴 깊숙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숨겨진 모습들을 일순간 떠오르게 했고, 그때의 나에게 잠시나마 망각의 강물을 한 잔 건넬 수 있는 희망을 제시했다.
뇌과학의 어렵고 진부한 이야기보다는 저자 자신과, 저자의 자녀들, 저자가 가까이에서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솔직하게 옮겨 놓아 읽는 내내 몰입감이 아주 높았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다시 읽으라고 해도 두 번, 세 번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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