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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 탄생 80주년 기념판
안네 프랑크 지음, 이건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4월
평점 :
그래서 안네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안네의 일기 / 안네 프랑크 지음, 이건영 옮김>
책의 중반쯤, 고요하게 읽던 책을 덮고는 나에게 묻는다. “엄마, 그래서 안네는 어떻게 돼? 들켜?” 안네를 그저 책 한 권으로 만난 아이는 마치, 책의 엔딩을 묻는 듯(그래, 책의 엔딩 딱 거기까지) 이어질 줄거리의 궁금증으로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그 순간, 기습과도 같은 눈물이 눈두덩을 적신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 이 책이 그저 하나의 ‘이야기’ 그러니까 그냥 동화책이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뜨거움이 얼굴 전체로 훅, 끼쳐온다.
그러면 나는 말할 수 있을 텐데. 동화책의 결말이야 뭔들, 그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 우리가 의미 있는 거지, 그 끝이야 내가 조금 바꾼다 한들. “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딱 한 번만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안네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대.” 뜨겁게 느껴지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며 천천히 식는 동안 마음속으로 아이에게 대답했다.
“안네는 죽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듯이, 그럼 이 책은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졌는지 몹시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한 번 더 되묻는다. “응? 죽었다고? 어떻게?” 다시 또 뜨거움이 눈자위를 데운다. 어떻게? 어떻게 죽었냐고? 이렇게, 저렇게 죽었다고 하면, 그 죽음은 이해가 될까? 설명이 될까? 가스실에서 죽었는지, 굶주려 죽었는지, 병에 걸려 죽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시체를 발견하지 못해 그것마저도 알 수 없는 그 죽음을 ‘어떻게’ 죽었다고 설명하면 그 죽음이 설명이 되나?
이제 갓 열한 살이 된 아이와 한 달 동안 함께 읽은 책이다. 온책읽기라 해서 한 권의 책을 조금 더 진하게 읽었다. 매주 미션을 완수하며 안네뿐 아니라 나치와 히틀러, 2차 세계대전과 전쟁까지 두루 톺으며 단순한 내용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관련 정보뿐 아니라 ‘일기’라는 글이 얼마나 의미 있는 글이며, 글 속에 담긴 안네라는 인물이 얼마나 입체적인 존재인지, 역사의 비극에 무참히 희생당한 존재들을 떠올려보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기억해야 하는 것들까지. 두루두루 이야기 나눴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걸 예상해 책을 선정해 읽었지만 결국 온책읽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나에게 이 책은 전무후무, 깊이 읽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안네를 비롯 은신처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죽음을 읽으며 다시 한번 더 이 책을 읽을 수 있기를 고대했다. 그때는 전쟁이나 나치가 아닌 안네라는 당돌하고도 특별했던 소녀의 이야기에 더욱이 귀를 기울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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