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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먹는 괴물
김현경 지음, 이종아 그림 / 꼬마이실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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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놀이터, 아이들 모두 각자만의 시간에 빠져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순간, 놀이터를 가득 채웠던 웃음소리들이 일순간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다. 웃음이 사라진 놀이터는 일순간 정적 속에 가라 앉고 그저 한가로이 누워 하늘만 바라봐도 즐거웠던 아이들은 더이상 즐겁지가 않았다.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기로 마음 먹고 마을 끝 회색 벽 앞에 다다른다. 컴컴한 끝이었던 회색벽은 이내 살아 움직였고 바로 아이들의 웃음을 먹어 치운 웃음괴물이었다. 용감한 연두가 소리친다. “당장 웃음을 뱉어!” 귓구멍만 쑤시는 괴물을 보고 초록이가 나선다. “곧 내 생일인데 웃음소리 없는 파티라니! 정말 끔찍하지 않아?” 옆에 있던 하늘이도 거든다. “웃음 소리 대신 맛있는 케익을 먹는 건 어때?”
몸집이 부풀대로 부풀려진 괴물이 밝은 세상을 어둡게 만들었고, 컴컴해진 하늘에 걱정이 된 다른 아이들 모두가 모였다. 울먹이는 아이들 곁에서 주황이가 말한다. “먹었으면 뱉어 내게 하면 되지!” 이내 괴물은 간지럼에 약하다는 걸 안 아이들이 하나같이 괴물의 몸에 매달려 간지럼을 태운다.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며 단 한 명의 아이도 빼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괴물에게 매달린다.
하나, 둘, 셋! 간질 간질
여기서 나는 그 괴물이 누굴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아이들의 웃음을 먹고 몸집을 부풀리는, 돌려달라는 아이들의 아우성에도 콧구멍만 후비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괴짜 괴물. 아이들이 없어야지만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무람없이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가르치기 이전에 그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시키는 어른들. 또 그저 아이들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인지하고 당장의 이득에만 매몰되어 아이들의 인격과 인권을 쉽게 생각하는 어른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을 그저 닫게 만듦으로써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해 내는 사람들.
나는 그 모든 사람들이 마치 여기 아이들의 웃음을 먹고 자라나는 웃음 먹는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 지점은 ‘한 명’의 아이도 빼지 않고 모두가 힘을 합쳐 간지럼을 태우는 장면이었다. 그 한 명이 마저 거들었을 때 괴물은 삼켰던 웃음을 뱉어낸다. 한 명의 아이가 뭐 대수냐 생각할지 모를 장면이지만 그 한 명의 아이를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콧구멍을 파느라 타이밍을 놓친 아이) 당연하다는 듯 참여 시킴으로서 우리 아이들 각각 하나 하나의 오롯한 힘을 그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무수한 이유로 자꾸만 나뉘어져 가는 아이들. 잘사는 아이, 가난한 아이, 학원을 다니는 아이, 안다니는 아이, 여행을 다니는 아이, 못 다니는 아이, 아파트에 사는 아이, 원룸에 사는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형제가 있는 아이, 없는 아이.... 어른들은 쉽게 아이들을 분류하고 나누지만 사실 모든 아이들은 하나 같다. 웃음 하나를 되찾기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아이들. 햇살 비친 마을이 온기로 그득 찬다. 더이상 웃음 먹는 괴물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곁엔 또 하나의 아이들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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