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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겐 정말 커다란 의자야
차은정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3월
평점 :
살아가면서 겪는 수 많은 일들 중 우리가 겪게 되는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상실 후 우리의 모습을 커다란 의자를 짊어진 소녀 티티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거울 속 티티의 모습 속엔 보이지 않지만 거울 반대편 티티의 등엔 티티보다 더 커다란 초록섹 체크무늬의 의자가 턱하니 걸쳐져 있다.
이렇게 작은 아이에게 이 의자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어떠한 의미라 해도 이 의자는 너무 버거워 보이는데? 이 버거운 의자를 티티는 왜 의식하지도 못한 채 하루 온종일 힘겹게, 저 하늘을 향해 피어난 라일락 꽃도 볼 수 없을 만큼 힘들게 짊어지고 다니는 걸까?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진하게 남은 생각은, 바로 버스였다. 버스 기사의 그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부여되었다. 누구나 지나쳤을 그 커다란 의자를 버스기사는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 아이에게 먼저 손 내밀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 이야기를 건넨 것, 아이가 힘겹게 지고 가는 그 의자가 어떤 의미인지 그 버스 기사는 알았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 주는 의미가 컸다.
상실을 겪은 사람에게 내가 해주어야 할 몫과 내어주어야 할 자리를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이가 지고 있던 의자는 이제는 세상에서 없어진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의자였다. 더 이상 할머니는 곁에 없지만 할머니와의 추억을 온 몸으로 짓누르고 다녔을 아이의 두 눈빛이 더더욱 쓰라리게 다가오는 장면이었다.
꼭 죽음만이 아니어도 우리는 생을 살아가면서 잃게 되는 것들이 많다. 잃어버린 건 정작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인데 우리가 짋어지고 다니는 건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허상을 티티처럼 스스로 벗어 던져낼 수 있으면 좋겠다. 더이상 힘겹게 짊어지고 다니지 않아도, 그 버스를 타면 언제든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버스 같은 존재를 만들어 놓아야지. 그 버스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