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까지, 다섯 블록
가브리엘라 미르사 지음, 알리시아 발라단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현암주니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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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마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주는 울림이 온전히 가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마흔 셋의 나에게도 이 책은 생을 통과하는 하나의 문처럼, 그 문 중앙에 달린 손잡이처럼 내 삶을 붙들어 잡게 만든다.

 

사만다는 가방을 네 번째로 챙기면서 또 확인한다. 슬리퍼를 바르게 신었는지. 왼발과 오른발에 잘 맞게 신은 신발을 보고는 손뼉을 친다. ! ! !

 

수없이 반복되었을 아이의 행동에 엄마는 단박에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왜 그러니? 벌써 준비가 다 된거야? 괜찮니? 가기 싫으면 오늘은 안가도 돼. 다른 날 가면 되지

 

가기 싫어요. 가기 싫어요. 가기 싫어요.”

그래, 우리 딸, 괜찮아. 다 괜찮아.”

 

자신만의 세상에 들어선 아이를 마주하는 부모는 보통의 부모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멈출 수도 없고, 그 오토바이를 탄 사람의 헬멧을 벗길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아이의 세상에서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한발짝 떨어져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는 있다.

 

아이를 감싸 안아주는 부모의 마음이 유별나지 않아서, 과하지 않아서 또 그런 믿음이 너무나도 커다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묵직했다.

 

아이가 가려는 곳은 어디일까? 이 아이는 왜 그곳에 가려는 걸까?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는걸까? 아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이가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작은 배려 속에 아이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고 한 블록, 한 블록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슬리퍼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양손에 고리를 끼우는 장면에서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자신의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야무치게 걸어냈을 그 손가락을 떠올리며 나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또 이 생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나의 남편과 또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결국, 아이는 그 곳에 가 닿았고 그 곳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아빠의 모습에서 내가 생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명징하게 떠올랐다. 이렇게 작은 아이에게서 내가 위로 받았다. 이렇게 큰 부모님들에게서 내가 배웠다. 한 권의 그림책 속에서 나는 또 삶을 배우고 크게 느꼈다.

 

나에게 남은 블록 몇 블록일까? 앞만 보며 나아가진 않겠지만 설령 앞만 보고 나아가더라도 그 길 가운데서 기다려 줄 수 있는 좋은 운전자들을 만날 수 있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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