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조선희 지음 / 샘터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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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조선희

#도서지원

오래전 드라마 ‘무자식이 상팔자’를 애청했다. 형제들이 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고, 3대가 어우러져 지지고 볶고 그러면서도 서로 애정을 주고받으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검색해보니 1%대 시청률로 시작해 9%까지 올라가고 10부가 더 추가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나름의 화제성이 있었던 드라마다. 참고로 각본이 김수현 작가님이시다.)

우리 네 자매(+각자의 남편)들도 명절에 모여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되면 으레 공동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건물을 한 채 통으로 지어 아래 위층으로 나눠 살며 저녁을 같이 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짐짓 머릿속으로 장면들을 떠올려봤다. 제 각각 떠올린 장면이 무엇이었으려나. 재미있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불편한 것들도 물론 많을 것 같았다. 굳이 의견을 내라면 나는 후자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 사는 정을 느끼며 나이 들어가는 건 꽤 복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여기 이 책 속 사람들이 그렇게 산다. 제주에 집을 짓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조율하며 색다른 구성체로 공동주거에 나섰다. 가벼운 농담처럼 건넨 한마디에 타이밍이 맞았다. 계약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미혼 거주자가 있어 추후의 주거 형태가 변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미리 염두) 집을 짓고, 공간을 설계하고, 함께 살아간다.

꿈같은 일이다. 애정으로 이어진 사람들과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일. 흔히 연애 프로그램에서 보던 일시적인 주거가 아닌 찐 삶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살아내는 공간을 나누는 일 말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게 가능할까? 라는 의문과 좋을 때야 좋지만 아닐 때는 어찌하려고? 시작부터 부정적인 측면이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은, 그것마저도 당연시 생각한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당연한 것이라 간과하지 않는다. 조금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조금 더 용기 있게 솔직해 진다.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좋지 않음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음으로 가게끔 놔두지 않는 정성이 그들 사이에는 공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가족이어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경계와 공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혈연이냐 아니냐로 관계의 편안함을 측정할 수는 없는 것. 오히려 ‘남’이라서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후의 삶을 떠올릴 때 책에서 이야기 하는 ‘조립식 가족’도 한번 떠올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열정이 또 다른 열정과 이어져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속에서 나이들어가는 일과 또 그 시간을 마주하는 일이 조금이나마 뜨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책사이애84 #조선희 #나이60생판남들과산다 #샘터 #책벗뜰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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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개
엘리자베스 매켄지 지음, 김진희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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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개 - 엘리자베스 매켄지

#도서지원

주인공 페니를 따라가는 여정은 책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마냥 ‘엉뚱’하지는 않았다. 가벼운 표지 디자인과는 다르게 소설 속 ‘북쪽의 개’와 앙증맞게 사진으로 들어간 강아지는 사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이야기 하는 소재로 등장했다. ‘총을 든 할머니’라는 문구도 ‘로드 트랩’이라는 단어와 조화를 이루어 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 질 것 같았지만 정작 소설 속 할머니의 ‘히바쿠샤’이야기는 뒤늦게 내 마음을 찌르르 꼬집었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의도치 않게 이어지는 무수한 상황 속에서 읊조리던 그녀의 독백들이 책을 다 읽은 후 뒤늦게 여운으로 감겨온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온전하게 드러내 보이지 못했던 그녀의 아픔들은 정작 그녀가 해결하려는 일들 속에서 시나브로 균열을 매우고,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이 조립시킨 퍼즐처럼 명징한 기억과 추억이 된다.

부모님의 실종, 조부모님들의 일탈과 혼란, 동생과의 사이에서 매듭을 지을 수 없었던 엉킴과 남편과 새 아빠에 대한 상처들까지 그녀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들이 삶의 모두를 집어 삼켰지만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꿋꿋했다. 그런 꿋꿋함은 맞서 대응하며 헤쳐 나가는 모습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과 상대에게 그녀가 가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연민과 사랑으로 조용히 포옹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단숨에 읽고도 마지막 문구가 끝나자 다시금 첫 페이지를 들춰보게 되는 이유는 그녀의 산타바바라행이 시작되는 장면을 바라보며 뒤늦게나마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내주고 싶기 때문이다.

언제고 나도 상실한 것들을 마주해야 하는 적당한 기회가 온다면 그녀 페니처럼 무작정 떠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혹시 또 모르니까. 오래되었다는 말로도 부족한 낡은 ‘북쪽의 개’를 나도 만날 수 있을지도. 뒷자리에서 먼지가 풀풀 이는 담요를 덥고 눈을 붙이면 사라졌던 언어들이 하나 둘 나의 몸속으로 스며들지도 모를 일이다.

#책사이애76 #영미소설 #장편소설 #북쪽의개 #비채 #신간 #소설추천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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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예술, 가짜 예술 - 우리를 조종하는 것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들
장 프랑수아 마르텔 지음, 김기상 옮김 / 서스테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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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예술 가짜 예술 - 장 프랑수아 마르텔

#도서지원
@sustain_books

얼마 전 모 지역에 있었던 피카소 작품 전시회에 대한 뉴스를 우연히 보았다. 전시 작품 대부분 모조작품이었다는 사실이 시민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해당 지자체 조사 결과 작품을 감수했다는 모처의 교수도, 실제 작품을 제공했다는 현지 국가의 관계자도 모두 모르는 일이라며 당혹스러워 했다고 한다. 뉴스를 접한 후 퍼뜩 드는 생각, 여태 살아오면서 내가 본 예술작품은 모두 진짜 예술이 맞을까? 그리고 진짜 예술은 뭘까?

이 책에서 말하는 ‘가짜예술’은 모조작품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예술이 정작 예술로서 인간에게 다가가고 있는지에 의문을 던진다. 해서 작품의 진위여부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아닌 예술의 아름다움을 예술 그 자체로 만끽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치밀한 사유로 설파한다.

책은 ‘집단 최면’이라는 문구를 가져와 미디어 또는 AI에 잠식된 현 세태를 걱정하는 한편, 예술의 가치와 그것으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지점까지, 단순한 예술 작품의 중요성만을 꼬집는 것이 아닌 ‘인간다움’에 무엇보다 필수적인 요소로 예술성을 논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아름다움’에 관한 정의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아름다움이라 일컫는 것들에서의 예술성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상식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진짜 예술과 그것에서 파동으로 전달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은 예술이 가진 힘이 실제적이고 필수불가결하다는 걸 직시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삶에 온전히 당겨오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예술은 경험에서 태어난다.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세상의 다단한 면들을 육체와 영혼 모두를 활용해 지극히 경험하는 일. 그것은 잘 짜인 AI의 결과물로는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생명력일 것이다.

모든 예술은 쓸모없다. 하지만 그 쓸모없음 덕분에 예술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272p

오늘 하루도 있는 힘껏 쓸모없는 일에 몸과 마음을 쓰기 바란다. 예술로써 한 인간이 변화를 경험한다면 나아가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다른 문화와 다른 예술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제 쓸모일 것이다.

#책사이애73 #진짜예술가짜예술 #장프랑수아마르텔 #미디어 #예술 #인간다움 #AI #서스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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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불안을 다루는 법 - 에피쿠로스에게 배우는 덜 두렵고 더 단단한 삶
김용하 지음 / 헤이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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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불안을 다루는 법 - 김용하

나 때도 ‘서른’은 격동의 나이였다. 김혜남 작가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전에 없는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최소 60만부에서 80만부로 보도된 상태(지피티 피셜)이다. 엄청난 판매고가 아닐 수 없다. 나 때는 ‘심리학’으로 서른의 불안을 어루만졌다면 지금은 ‘철학’이다.

몇 년 전부터 ‘쇼펜하우어’가 서점가를 휩쓸었다. 고통과 불안을 기본 값으로, 네가 왜 불행하면 안 되느냐고 되려 따져 묻는 괴짜 철학자의 잠언들이 많은 이들을 위로했다. 그 즈음 나 또한 스토아 철학에 매료되어 ‘죽음’과 ‘불안’을 매일 아침 떠올리며 명상록과 수상록을 연신 펼쳐 읽기도 했다.

이제는 에피쿠로스다. 에피쿠로이즘이라 해서 ‘쾌락주의’철학을 대표한다. 고통은 줄이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닌 ‘방향’을 조절하고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꼭 서른이 아니어도 지금 삶의 한 가운데에서 풍랑을 맞은 이들은 그가 말하는 ‘전환’을 한번 더 곱씹어 본다면 필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서른의불안을다루는법 #김용하 #헤이북스 #에피쿠로스 #쾌락주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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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고 지독한 동물들의 최후 - 추리 천재 탐정단의 초특급 추적 어드벤처
모이라 버터필드 지음, 멀 골 그림, 방경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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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고 지독한 동물들의 최후 - 모이라 버터필드 글 / 멀 골 그림

#도서지원
@wisdomhouse_kids

처음 페이지를 펼쳤을 때만 해도 몰랐다. 아이가 종종 중고서점에 가면 늘 집어오던 ‘추리’장르의 교양서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림이 많고 판형이 넓어 조금은 유치하려나? 섣불리 단정 짓기도 했다.

사건 파일 3정도 갔을 때 뭔가 띠용~ 정신이 들었다. 이건 (자연)과학책이잖아! 수과학은 동화책도 꺼려하던 아이에게 또 다른 기회로 읽힐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마냥 범인을 쫓는 일이 차선으로 밀려난다. 근거로 제시하는 동물들의 습성 (습성을 파악해 범인을 특정지어 나가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롭다. 전설의 도둑을 잡아야 하는 파트에서 라쿤의 손버릇과 도둑갈매기(남극이나 북극 주변 바닷새)의 해적짓, 소매치기 원숭이와 차량 절도를 일삼는 흑곰 까지 단순히 이어붙인 사건이 아니라 동물의 개별적이고도 고유한 습성을 토대로 여러 정보를 흘려준다.

은근하지만 분명하게 환경오염에 따른 동물들의 불가피한 범죄를 고발하기도 하는가 하면, 토사물같은 외형의 ‘점균류’나 썩은 음식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의 주범인 박테리아까지. 작은 세포까지도 열거하며 자연과 과학, 생태 환경까지 두루 아우른다.

재미없기가 힘들고, 지나치기가 어렵다. 아이는 잠자리 머리맡에 두고는 매일 밤 한두 쳡터식 읽었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웃긴 그림을 나에게 들이밀며 한참을 쫑알거리다 잠이 들었다. 선호하는 책은 문학이지만 이런 종류의 과학책은 아이의 입맛을 제대로 맞춰준다. 추천한다.

#뻔뻔하고지독한동물들의최후 #모이라버터필드 #멀골 #방경오 #위즈덤하우스 #과학 #환경 #생태 #추리 #명탐정 #초등책추천 #과학책추천 #책사이애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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