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새벽이 샘터어린이문고 78
허혜란 지음, 안혜란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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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좋은 엄마는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대요.”16

세상에 그냥 태어나는 아기가 있을까요? 또 쉽게, 편하게, 당연하게 태어나는 아기는요? 대부분의 산모는 아이를 잉태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삶이 나뉘는것 같아요. 그 전화 후로.

아이를 ‘가진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가진다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손이나 몸따위에 있게 하다와 자기 것으로 하다이지요. 아이를 가진다는 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거든요. 나의 손이나 몸 따위에 있는 아기를 우리는 ‘가졌다’라고 표현합니다. 가진 아기는 응당 자기것이(만나게) 될 수 있을까요?(여기서의 자기것은 일종의 소유의 개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기를 가질 수는 있지만 만날 수는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여기 <헬로, 새벽이> 속 새벽이도 가질 순 있었지만 만날 순 없었을 뻔한 아기였어요. 책을 처음 펼쳤을 때만해도 짐작할 수 없었어요. 다 읽고 난 지금의 이 감정을 말이예요. 저는 책 속 한 문장인 서두의 저 문장을 읽을 당시엔 그냥 넘긴 문장이었는데요. 다 읽고 난 지금은 저 문장 속 ‘좋은 엄마’라는 문구만 봐도 눈자위가 당겨옵니다.

저 또한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었지만 실로 어마어마하고도 엄청난 일입니다. 여자니까 자연스럽게 태아를 잉태할 수 있고, 여자니까 기본적인 모성애를 탑재할 것이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오는 공포와 고통은 여자이기에 짊어져야 할 당연한 과업이라 받아들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몸소 그 일들을 겪어내며 느낀 건, 엄마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자라 해서 모두가 엄마가 될 수 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아무나가 아닌,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미치도록 감격스럽습니다. 더군다나 좋은 엄마이기는 하늘의 별따기. 그럼에도 저 스스로를 좋은 엄마라 인정해 줄 수 있는 건 책 속 새벽이의 엄마처럼 끝까지 아이를 믿어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 대한 믿음은 결국 아이를 살렸고, 한 생명을 세상에 내놓은 여자는, 엄마는 모두 좋은 엄마의 자격의 얻을 수 있습니다.

가벼운 책이라 생각지 마세요.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벅차오르는 명확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성교육과 함께 아이들에게 필수로 읽혔으면 좋을 책이예요. 제 주변 사람들에게는 모두 권할 생각입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대들의 뱃 속에서 쓰여진 하나의 역사이고 우주입니다. 그대들의 뱃 속에서 끝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그 생명들도 그대들의 삶에서는 하나의 빛으로 하나의 숨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그대들의 뜨겁고도 무거운 책임감에 지치지 않을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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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물량공세 - 스탠퍼드대 디스쿨의 조직 창의성 증폭의 과학
제러미 어틀리.페리 클레이반 지음, 이지연 옮김 / 리더스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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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라는 말의 정의부터 제대로 내리고 시작해야 한다. 오하이오주의 어느 중학생이 내린 정의다. “창의성이란 머리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있지만 더 많은걸 해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창의성이란 ‘그런대로 괜찮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음에도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16

정해져 있는 정답을 좇거나 맞춤맞은 해결책 한 두가지에 만족하고 거기서 종료된다면 무수한 아이디어들은 빛을 보지 못한다. 아이디어가 왜 중요할까에 의문을 가지고 책을 들여다보았다. 책은 경제학을 기반으로 수많은 기업과 비즈니스, 상업적으로 접근한 해설과 설명으로 아이디어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이야기 하지만 나는 나에게 의미 있는 지점들로 이어붙여 책을 정리해보려 한다.

아이디어라는 것이 결코 ‘생각’만 가지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재료들을(다양하고 많은 양의) 충분히 수집하고 떠올려야지만 하나의 ‘물길’이 열리는 것. 창의성이란 태어날 때부터 탑재하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배울 수’있다 말하는 저자의 문구에서 어떻게 하면 빛나는 혹은 쓸모있는 아이디어들이 건져질것인지 궁금증을 안고 읽어나갔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아이디어는 질이 아니라 양으로 승부해야 한다 말하는 저자는 ‘아이디어플로’라는 용어로 ‘개인이나 집단이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아이디어 플로의 수가 결국은 모든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

안전한 노선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응당 당연한 리스크를 감안하고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꺼내어 재료로 사용해야 하고, 정해져 있던 규칙들을 전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이야기들에서 어떤 일을 마주할 때 한계 안에서의 안정성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방법과 방면으로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수집해야 함을 인지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들이었는데 (기업적 측면에서 생산성과 노동력 상승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 적극적으로 나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방안들을 확보하는 것에서의 ‘아침 기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일이 많고 다소 감당하기 힘든 과제들 앞에서 마냥 울고만 있을 수 없어 택한 방법이 새벽기상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 그것도 굉장히 농축되고 딴딴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또 과제와 문제를 제대로 분리 해야한다. 과제는 당장은 하고 있지 않더라도 방법을 아는 일이고,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무언가라고 해서 진짜 문제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응하니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에 마음을 씨앗을 뿌리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웅답하라 서평단 미션,
나만의 아이디어 발상법!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쓰여있듯이 ‘우리의 뇌는 무언가를 완전히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경우는 없다. 뇌는 언제나 경험을 재료로 사용한다‘는데 딱 이 지점이 나의 아이디어 발상에 맞아 떨어진다. 과제가 아닌 문제의 경우 이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고 또 도전해보는 경우들이 많다. 해결 할 수 있는 점들을 하나씩 써보면서 가장 손쉽게 또 편안하게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실천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메시지는 ’많은 양‘이다. 가능한 것만을 떠올리며 감수할 리스크를 고려해 안전빵인 것들만 내세울 게 아니라 어찌되도 좋으니 일단을 꺼내고 또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작업들에 의의를 두기로 한다. 이 공식은 앞으로 내가 준비할 독모에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주저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많이 꺼내어 놓기. 오히려 그런 과감함 속에서 실상 진주같은 질문들이 건져올려 질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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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날 수 있을까
이지은 지음, 박은미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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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온갖 나라의 말이 들려온다.’

엉덩이를 걷어채이며 부스스 일어나는 아이의 뒷편 창문으로 여러사람의 관광객이 보입니다. 아이가 사는 곳은 어디일까요?

고기잡이배 선원으로 부모의 빚을 탕감키 위해 노역을 하던 소년들은 바다 아래 거대한 그물이 엉키면 이내 바다로 내던져 졌다고 합니다. 스무 명의 소년들이 처음 배를 탔지만 다시 육지에 도착했을 때는 여덟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스스로 헤엄쳐 그물을 벗어난 아이들은 그렇게 생과 사를 한낱 그물로 결정해야 하는 시간들을 지나온 것이죠.

도망칠 수 밖에 없었지만, 도망이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놀이터나 공터에서 하는 술래 잡기가 아니잖아요. 겨우 목숨을 건져 도망쳐 온 곳이 자이살메르라는 도시였지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삼촌이라는 아저씨. 처음엔 친절하지요. 다들 그렇지요. 다들… “공짜로 널 먹이고 재워 줄 수는 없어.”라고 말하는 아저씨의 눈빛이 너무 섬뜩해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어요.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자이살메르로 여행을 갔을 때 사막에서 본 아이를 보고 이 글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신발일 수 없는 그 무엇을 신고, 찢어진 옷을 입은 아이의 목덜미… 낙타를 타고도 마음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는 저자의 말에 제 마음에서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투투둑 떨어졌습니다.

고기잡이배에서 함께 도망쳐 나온 친구 티티는 매일같이 매를 맞아가며 식당에서 일을 하는데요. 조그만 손으로 걸레를 잡고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 걸레질을 합니다. 티티는 말합니다. 자기는 이 바닥이 더럽지 않은데 여길 오는 관광객들은 자꾸만 더러워 한다고요. 저는 이 말이 이 책을 털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표현이었어요. 더럽지 않은데 더럽게 보는 것. 우리가 제 3세계 사람들이나 이주 노동자를 대할 때의 마음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티티는 더이상 식당에서 매를 맞으며 살 수 없다고 다시 또 목숨을 건 도망을 칩니다. 전날 빅키를 찾아와 특이한 모양의 돌멩이를 하나 주고 갑니다. 드러낼 수는 없지만 누구나 주머니속 작은 돌멩이들을 하나씩 넣고 다니잖아요. 이 친구에게 그 돌멩이가 그저 아픈 기억이 아닌 작지만 따뜻한 그 무엇으로 주머니속에 들어가 있으면 했어요.

혹시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부모에게서 버려졌든,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모두 꽃입니다. 이 문장을 쓰기가 참 힘드네요. 그림을 그린 박은미작가님은 마지막에 말씀하셨어요.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우린, 어떤 어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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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으로 즐기는 엄마표 놀이 수학 - 우리 아이 수학 흥미 제대로 돋우는 보드게임 큐레이션 31
조은수 지음 / 문예춘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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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으로 즐기는 엄마표 놀이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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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뭘까? 숫자나 공식으로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답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통해 수학적 사고를 기르고 그 사고체계를 바탕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수학이다. 단순한 교과 과정이나 과목이 아니라 인생의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속해 있어야 할 하나의 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졸업하면 끝!인 교과목이 아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수학을 한다는데 죽기 직전 까지도 해야 하는게 수학이 아닐까 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다루는 핵심 주세 중 하나는 같은 것과 다른 것을 분류하는 활동’18 이라는 저자의 말에 갓난 아기가 엄마와 아빠를 분류하는 것에서부터 이 세상은 수학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실에 수학이라는 학문이 어려운 것이 아닌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좋으련만, 우리가 생각하는 수학은 전문가들이나 수학자들이 하는 말들에서 크게, 아주 크게 벗어나 있다. 나 또한 6살 때 아이에게 간단한 연산 문제집을 사주면서 수학을 공부케 했으니 이제와 그 시간들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에 정성을 쏟는다.

 

이 책 <엄마표 놀이 수학>은 바로 보드게임으로 즐기는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책을 받아들고 사실 크게 놀랐다. 우리집 보드게임들이 거의 다 책 속에 있었다. 그 보드게임을 하면서도 게임을 수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만큼 내가 수학에 문외한인 것이다. 책을 통해 수학을 단순한 학습지나 문제집 따위로 배워나가는 것이 아닌 보다 실리적으로 또 흥미롭고도 자연스럽게 수를 익히고, 수학적 사고의 틀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저 보드게임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그 게임을 통해 끌어낼 수 있는 수학적 관점들을 굉장히 친절하게 소개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형과 재미이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를 위해 보드게임이 필요한 이유다. 정해진 방법에서 좀 더 추론적인, 논리적인 사고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들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아직 수학을 종이로 접하기 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여러 가지의 보드게임들을 수학적 사고형성의 한 방편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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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의 책장 -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
데버라 펠더 지음, 박희원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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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독서는 ‘얌전한 투쟁’이라는 해제 속 문구에서 그간 내가 읽어온 주류의 책들이 떠오른다. 이십대 초반부터 생계독서를 시작했던 내가 읽은 책들은 대부분 여성저자들의 소설작품들이었다. 단편 소설이 주는 특유의 감질맛 때문에 대부분 장편 소설을 읽었고, 그때 읽었던 수많은 한국 소설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사고하고 공감하는 내가 된 것만 같다.

책 <여자만의 책장>은 자그마치 1000년(지금이 2024년이죠) 전에 출간된 소설 <겐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 세기에 걸친 여성사를 다룬 작품들을 아울러 소개하는 책이다. 단순히 ‘소개’만 하는 책이면 내가 읽고 싶은 책들만 추려 발췌해 읽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전체적으로 흥미를 돋우는 지점은 바로 책의 내용이 주는 시대적 ‘여성상’과 ‘페미니즘’이다.

<안나 카레니나>를 예로, 1870년 톨스토이는 혼란스러워하는 상류사회 기혼 여성을 등장시켜 ‘죄인이 아닌 연민’의 대상으로 당시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 글을 쓰기로 한 시기, 우연히 안나 피로고바라는 여성이 애인에게 버림을 받고 절망해 화물기차에 몸을 던져 목숨을 잃는 사건이 실제 발생했고 그 일을 계기로 소설의 뼈대를 세웠다고 한다. 단순히 불륜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자극적이고 비극적인 요소들만 떠올리기 쉽지만 책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영적으로 성장하는 수단인 레빈의 사랑과 달리, 사랑 그 자체가 목적인 안나의 사랑은 결국 자신을 파멸시키는 독이 된다 128’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여성과 남성이 맞이하는 사랑의 끝은 전혀 다른 결말로 이어진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맞이한 안나의 사회적 고립과 개인적 번민은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톨스토이는 끔찍하고 육욕에 찬 악마처럼 그녀를 그리려 했으나 결국 전형성을 넘어서는 인물로 그려낸다. 관습에 저항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회규범을 깨트린 저항의 인물로 완성시킨다.

이렇게 작품 속 여성상의 시대적 의미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내용들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가는 진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 소개된 페이지는 모서리를 자그맣게 접어 언제고 읽어보리라 다짐해본다. 사실 저자가 머리글에서도 말했다시피 이 책은 여성사와 관련된 서양문학이 주를 이루는 책이라 우리 문학에서 다루는 여성들의 집합체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다. 그간 읽어온 백신애, 박경리, 박완서, 은희경, 전혜린, 김인숙, 최진영, 권여선, 조남주, 최은영, 한강등 한국 문학사 속 여성사와 여성문학을 톺아주는 책들이 궁금해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아직 없다면 신사책방 대표님! 적극 추천합니다!!!)

여성들이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글들에 한계(억압)가 있었던 시절, 여성들은 글을 통해 ‘일상을 소재로 정치화’시켰다. 정당하지 않은 것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대항하는 쓰기는 침묵을 강요당한 집단의 증언행위. 쓰기는 곧 여성의 역사를 복원한다.’ 2000년 한 언론에 소개된 작가 한강은 ‘주부 소설가’로 호명되었다고 한다. 씁쓸하지만 24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소설가 한강은 어떤 작가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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