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 현암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주는 느낌은 가벼울 수 있다. 일이 언제 나를 사랑했대? 일을 누가 사랑해? 일이랑 사랑하려고 일하나, 먹고 살아야 되니까 일하지 등 단순한 반문이 떠올려지기도 한 책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본다. 일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이렇게 질문해 보니 그간 우리가(아니, 내가) ‘이라는 개념 안에 어쩌면 넣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부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을 안고 책을 펼치면 드러나는 현실 속의 우리가 그간 인지하지도 못했던,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발제 중 예술가를 노동자로 인식했나?’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참여자 전원(나 포함)이 인식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 시대에 노동이 갖는 진정한 의미와, 편협한 부조리 속에 숨겨진 노동착취의 현장들을 두서없이 마주치게 되는 책이다. 여러 파트에 걸쳐 강조한다. 열정과 희생을 앞세워 정작 제공되어져야 할 복지, 평등, 생존권등이 어떻게 등한시 되고 있는지, 인종과 성별에 따른 노동의 가치를 (보이지 않는)계급속에 잘 버무려 티 안나게, 유리하게 고용주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다.

 

#독서모임 #독서모임지원 #도서지원 #책모임 #독서회 #일은당신을사랑하지않는다 #세라자페 #현암사 #사회학 #페미니즘 #노동 #불평등 #차별 #돌봄노동 #가사노동 #열정페이 #양산독서모임 #양산독서회 #웅상독서모임 #책벗뜰 #책사애 #양산 #서창 #오전열시책모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구덩이얘기를하자면 - #엠마아드보게 #이유진


11월 11일 #도서지원 #뭉끄서포터즈 #문학동네그림책


어릴 적 해운대 우2동 똥골동네에 살았었다. 지금은 부산 해운대지구의 이미지가 브랜드아파트(흔하지도 않는), 높고도 비싼집, 화려한 곳으로 생각되기 쉬운데 내가 서너살 때부터 초등입학때 까지 살았던 똥골동네는 말그대로 판자집의 형상을 떠올리면 된다. 좁다란 골목을 둘러 둘러 길을 따라가며 온 동네 아이들을 다 모아 줄줄이 기차처럼 이어져 온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아수라장으로 만들곤 했다.


똥골동네에는 당시 기억으로는 꽤 큰 나무공장이 있었다. 내 몸통의 몇배가 되는 둘레의 통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곧게 세워져 있었으며 깎다만 나무 판자들이 여기 저기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그곳은 말도 안되게 신나는 곳이었다. 우리 동네 아이들에겐 거의 환상의 놀이터였던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그 나무공장에 들어설 때면 눈물, 콧물이 절로 맺히는 강한 나무 냄새였다. 시큼하고도 너무 차가워 칼날처럼 매서운 그 나무냄새들이 가장 먼저 우릴 반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곳은 굉장히 위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만약, 지금 우리 딸아이가 그런곳에 가서 논다고 하면, 과연 내가 그래, 가서 놀으렴~ 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때 우리 동네 꼬꼬마들은 팬티한장만 걸치고 공장주변에 아무렇게나 세워진 리어카를 서로 밀어주고 끌고, 태우고 다니며 쓸데없이 함성을 지르고 미친 듯이 까르르거렸다. 다듬어지지 않아 송곳같은 가시가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는 나무 판자를 미끄럼이랍시고 타고 내려오다가 엉덩이가 핏물로 얼룩져 울면서 집으로 가는 아이(나라고는 말못하겠...)도 있었다. 

.

.

.

.

그림책 <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은 학교 체육관 옆 커다란 구덩이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림들이다. 구덩이 안에는 나무 그루터기들이 있고, 나무 뿌리에 크고 작은 바위까지, 또 한쪽 구석에는 노란 진흙이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말 그대로 환상의 장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싫어한다. 너무 위험해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하는 어른들은 축구나 그네타기로 아이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의미없는 메아리일 뿐. 

“우리는 그냥 구덩이만 있으면 된다고요.”


그러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나고 식당을 나서던 비베케가 자기 신발끈에 걸려 넘어져 코를 찧고 만다. 아이는 코피를 흘리고, 코에 솜뭉치를 넣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 아이 옆에서 선생님이 말한다. 이제부터 구덩이에서 노는 건 금지라고.(아니, 왜!! 구덩이에서 다친것도 아닌데 왜!!!)


그네와 축구따위는 아이들의 심심함을 달랠 수 없었다. 다시 또 찾은 구덩이, 그 둘레에서라도 놀기 시작하는 아이들이다. 구덩이 둘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구조대놀이, 모닥불놀이, 줄넘기 줄 멀리 던지기. 주변에서 놀이에 흠뻑 젖어든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활기차다.


다음 날, 위험을 이유로 구덩이를 아예 메워버리는 학교, 잠시 그 곳에서 망연자실한 채 주르르 서있는 아이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본다. 그 곳에는...

.

.

.

.

만들어진 환경이 주는 재미와 감흥은 길지도, 깊지도 않다. 유년의 내가 쌓인 나무들을 가지고 하루 온종일을 놀며 무한한 놀이의 꿈을 꾸었듯 아이들은 스스로가 원하는 있는 그대로의 환경에서는 무궁무진한 놀이를 만들어낸다. 다만 어른들이 그 기회를 주지 않을 뿐.


내 삶의 ‘구덩이’인 그 시절의 나의 나무들이 병풍처럼 펼쳐진 하루였다. 

우리 아이에게도 작지만 소중한 ‘나만의 구덩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고 기억을 더듬어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때 흐믓한 미소가 지어 질 그 소중한 ‘구덩이’말이다. 


#그림책 #그림책추천 #문학동네 #아우그스트상 #안데르센상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책사애 #책벗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그림책읽는엄마 #양산어린이독서회 #양산 #서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딱지얘기를하자면 - #엠마아드보게 #이유진

 

1110#도서지원 #문학동네그림책

 

엄마 얘가 피를 흘리고 있어!”

뭉끄(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책은 받자마자 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둔다. 며칠이 지났을까, 아이가 책이 놓인 창가 언저리를 왔다 갔다 하다 놀란 몸짓으로 다급히 나에게 소리쳤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모두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누워 있는 그 아이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누운 아이의 무릎에는 선명한 피가 흐르고, 아이의 얼굴엔 눈물 방울이 맺혀있다.

 

어머나! 무슨 일일까? 얜 왜 쓰러져 있는거지?”

덩달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이에게 되물었다.

엄마, 언능 보자, 빨리 펴봐.”

 

제일 먼저 나온 면지에 표지 속 아이를 안고 뛰어가는 어른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렇게나 휘감아 상처옆에서 나부끼는 헝겊, 두 방울 공중에서 떨어지고 있는 핏방울. 어른의 팔에 매달린채 눈물짓는 아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뭔진 몰라도 덩달아 긴장되고 걱정도 된다.

 

제대로 된 라켓이 없는 탁구대 옆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는 그 탁구대 주변을 빙빙 도는 일이었다. 순간, ! 넘어진 아이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달려온다.

피다.”

 

휴게실로 옮겨진 아이에게 커다란 밴드가 붙여진다. 아이의 하루는 온통 빨간빛으로 채색된다. 자신의 상처를 감당하는 게 아직은 어린 친구들이다. 딱지가 된 아이의 상처는 아이 조차도 마주하기가 겁이 난다. ‘증거처럼 말라 붙어 있는 딱지를, 엄청나게 큰 딱지를 아이들에게 자랑하듯 보여준다.

 

수영 시간, 멋지게 다이빙을 하고 난 후 수영장 물위를 바라보고는 눈물이 흐른다. 갈색의 딱지가 물위에서 아래로 가라 앉고 있다. 커다란 딱지가 떼어진 자리는 선홍빛 흉터자리가 생겼다. 아이는 그 흉터자국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좋네요.”

 

우리가 어떤 일을 맞닥뜨렸을 때 당장에 그 일은 아주 커다랗고, 거대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당시를 떠올려보면 별 것 아닌 일들 투성이다. , 그만한 일로 내가 그렇게 걱정하고 고민했단 말이야? 그게 그럴려고 그랬던 거구나! ,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지나고 나면 별 것아닌 일들의 연속이 우리의 삶을 별 것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시나브로 깨닫게 된다. 떨어지면 그만인 딱지 같은 일들과 상처일지 모른다. 새로 돋아난 선홍빛 살처럼 내 삶의 색깔을 바꾸어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삶들을 열어주기도 할 것이다. ‘부딪치고, 다치는경험들이 쌓여 또 다른 삶의 자세들을 배울 수 있다.

 

내 상처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그 상처로 말미암아 한 뼘 성장한 나를 꼭 만날 수 있다.

 

엄마, 봐봐 나도 딱지 있어!”

어디 보자, ? 떨어지고 없네?”

 

상처가 났을 때는 너무 무섭고, 큰 일이 벌어진 것 같고, 아픔이 계속 될 것 같지만

거 봐,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 그리고 우리는 배울 수 있지?

상처가 생기는 과정에서, 우리가 예상하거나 준비하거나 행복한 마음으로 그 일들을 맞을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고, 희안하리만치 좋았던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야. 우리 이제는 알 수 있게 되었지?

 

#뭉끄 #문학동네 #그림책 #그림책추천 #책사애 #책벗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그램 #북그램 #2022스뇌볼렌상수상작 #수상그림책 #서포터즈 #양산어린이독서회 #양산 #서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그림책을 ??하라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케리 스미스 지음, 김여진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그림책을??하라 - #캐리스미스 #김여진

 



117#도서지원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좋은 독서환경을 조성해주는 방법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기를,

어디서든 쉽게 책을 만지고, 또 들춰보고, 자유롭게 펴볼 수 있도록 책을 여기 저기에 널브러뜨리라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늘어놓는 것이상으로 이 말들을 해석해주길.

 

제 딸은 생후 3~4개월 때부터 책을 가지고 놀았어요. 제가 육아 초반에 강한 FM엄마 스타일이었는데 저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거든요. (아이가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는 거의 안사줬던 것 같아요, 제가 안 사주니 어른들이 자꾸 사주시더라고요. 지금 8살이나 됐는데도 시부모님들은 아이가 놀러가면 꼭 장난감을 사주세요) 집에 장난감은 없는데 책이 좀 있었어요. 당시 기탄에서 나온 하드북 전집이랑 프뢰벨 전집 몇 권을 얻어놓은게 있어서 아이가 노는 거실, 소파앞에 주르르 늘어 놓았어요. 아이는 곧잘 책을 가지고 놀았어요. 넘기는것도 잘 안되서 그냥 들고 던지기도 하고 츄릅 츄릅 빨아 먹기도 하고.

 

6~7개월 때부터는 페이지를 넘겨서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말그대로 종이만 넘길 뿐 다른 의미는 없었지만 저에게는 꽤 의미있는 행위였어요. 책장 앞에 앉혀 놓으면 책장 안 책들을 모조리 꺼내서 책 속에 파묻혀 있기도 했고, 넣고 빼고를 반복하면서 책을 잘 가지고 놀았어요. 세 돌이 될 때까지도 촉감책들을 무척이나 애정했고요.(헝겁, 비닐류)

 

돌이 지나면서는 책으로 노는 활동이 현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아이가 책과 함께 하는 사진들은 정말 많이 찍어놨었는데, 유리창에 붙이는 책꽂이가 있어서 거실 베란다 통유리에 수십권의 책을 꽂아두고는 아이와 함께 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는 수시로 책을 꺼내 들었고, 그 책들을 이용해 많은 놀이를 했지요. 온 방안에 빽빽하게 펼쳐놓고는 징검다리 뛰듯 책 위를 뛰어 다녔고(이때 책이 참 많이도 찢어졌지요), 큰책들을 세워 판자처럼 이용해 뽀로로 친구들의 집을 만들어 놓기도 했어요. 간식을 먹을 때는 꼭 책장 앞에 상을 펴놓고 먹게 했어요.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들을 바라보며 간식을 먹었고, 지금도 뭔가를 먹을 때면 꼭 책을 집어드는 버릇이 있어요.

 

그렇게 책을 가지고 놀면서아이는 책과 친해진 것 같아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아이가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들여다보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그렇다해도 괜찮았어요. 책을 들여다보는 것에 의미를 두었기에) 아니더라고요. 아이는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지금도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도 페이지가 넘어가면 수 초 동안은 그림들을 쭉 훑어봐요. 그림들을 쭉 훑어보고서야 귀퉁이에 적힌 글들을 천천히 읽어요. 아이에게 책은 읽는도구가 아닌 들여다 보는또는 가지고 노는도구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 <이 그림책을 ??하라>를 읽고 나니 마음속에 파스텔 빛깔의 커다란 솜사탕이 들어 앉은 것처럼 봉봉거려요. 모든 아이들이 그림책을 대하는 마음에 이보다 더 따뜻한 조언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책들에겐 비밀스러운 소원이 있어.

움직이고 싶고,

춤추고 싶고,

모험하고 싶고,

온갖 방법으로 누군가가 읽어 주길 바란다고.

세상의 모든 책들은 이런 생각을 해.

 

책은 네가 읽을 때마다 다른 책이 돼.

너도(바보 같은 너, 기분 좋은 너, 슬픈 너, 말 없는 너) 매번 달라지니까.

 

많이 사랑받은 책은 무척 너덜거릴거야.

이 책은 어때보여?

낡은 책을 강아지 귀라고 부르기도 하는 거 알아?

많이 읽어서 나달나달해진 책 귀퉁이를 뜻하는 거래.

넌 책을 어떻게 사랑해 주었니?

 

어떠세요? 책이 책이 아닌 더 끈끈한 무언가로 다가오지 않나요? 아이에게 강아지 귀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을 강아지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이 책은 저에게 어린이용 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이예요.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는 분이시라면, 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이 그림책을 넌지시 식탁위에 올려 놓기로 해요. 책은 읽어야하는 것이 아닌, ‘사랑해주어야 할 무언가라는 걸 아이들에게 넌, , 시 알려주자고요.



 

#그림책추천 #그림책 #초등저학년그림책 #4-6세그림책 #그림책으로크는아이들 #우리학교출판사 #책사애 #책벗뜰 #양산어린이독서회 #양산 #서창 #그림책읽는엄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그냥 나입니다
윤아해 지음, 정인하 그림 / 노란돼지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그냥나입니다 - #윤아해 #정인하



 

111#도서지원 #노란돼지

 

아주 오래전, 책을 읽다가 여류작가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한 날이 있었다. 책은, 남성 작가들에게는 남류작가라 칭하지 않는데 꼭 여성작가에게만 여류라는 수식어를 붙인다고 토로했고, 그 외에도 미망인이랄지, 여교사랄지(남중(학교)라 하지 않는데 여중(학교)라 칭하는 것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법하다)... 불필요한 의미로 호칭되는 몇 개의 단어들을 인지하게 되었다.

 

 

인지하고 난 후에는 많은 것들이 달라 보였다. 평등과 차별의 의미를 깊게 파들어가지 않아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일상어들 속에서는 거품처럼 봉긋 솟아있는 불필요한 표현들은 걷어내야지. 그런 마음들은 아이를 낳고 난 후 눈덩이처럼 커졌다.

 

 

아이가 3살땐가, 친하게 지내는 남자 아이네 집에서 놀다가 같이 목욕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는 남자 아이의 음경을 보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울먹이며 이야기 했다.

나는 왜 그게 없는거야! 엉엉~”

 

 

주먹을 불끈 쥐고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먹으면서부터는 줄기차게 이야기했다. “출산을 제외하고는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들에는 전연 차이가 없단다.”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들에 관해 이 책 <나는 그냥 나입니다>로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왜 여자만 다르게 부르는 걸까요?에서 단순히 그쳤다면 크게 아쉬웠을 것이다. 책은 아니에요. 남자들도 다르게 부르는 걸요.’라며 무용수와 유치원교사, 승무원, 주부까지 자가 붙는 호칭까지 두루 담아 아이들의 시각을 넓혀주고 있었다.

 

 

어느 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에 진심을 담아 일하는 수 많은 여성과 남성들을 응원하며, 미래의 나의 아이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엇가에 가로 막히는 일 없이 지금보다는 한뼘, 아니 열뼘 쯤 더 높아진 의식과 세상 속에서 살아가길 희망해본다.

 

 

#그림책추천 #초등그림책 #저학년그림책 #그림책 #평등 #책사애 #책벗뜰 #양산어린이독서회 #양산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서평 #북리뷰 #그림책읽는엄마 #양산 #서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