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 고급 양장케이스 초회한정판 (2disc)
이창동 감독, 전도연.송강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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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인 일로 서울 부산간을 자주 오르내리는데 항상 밀양을 지날 적마다 밀양강을 끼고 우뚝 서있는 영남루만을 바라보곤했지 밀양의 숨은 뜻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본 기억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숨어있는 햇빛"이라는 뜻이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고장인 듯도하다. 그런데 이곳 밀양을 무대로 만든 영화에 전세계 영화인들의 눈길이 쏠렸다니 과연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남편을 사별하고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오던중 자동차 고장으로 우연히 카센터 사장 종찬과 마주친 피아노를 공부했던 젊은 도시여자 신애. 이들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고 또 다시 아들이 유괴된 뒤 죽는 불행을 맞아 너무도 큰 충격에 자신을 컨트롤할 의지를 상실한 여자와 그 여자의 온갖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주위를 맴도는 남자.
거듭되는 불행에 어렵게 입문한 종교에 회의를 느끼는 차원을 넘어, 자신이 용서하기도 전에 먼저 범인 스스로 신으로부터 용서 받았다는 종교관에 강한 분노를 표출하다 못해 자제력을 상실하는 상황속에서 과연 그녀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런지...
<오아시스>이후 4년만에 관객에게 돌아온 이창동 감독,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는 하고 싶었고 보고 나선 두려웠다는 전도연, 우리 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이며 어떤 장르도 거침없이 성공시켜온 송강호, 이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는데 드디어 우리 영화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며 칸에서 여우 주연상의 빛나는 영광을 안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신애를 연기한 전도연은 촬영 도중 감정의 몰입에 한계를 느끼고 상당기간 동안 재충전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모든 정열을 쏟아부었다니 이 작품이 단순히 하나의 멜로물로서가 아닌 전 출연진과 스탭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루어 놓은 우리 영화의 새로운 장이 되었으면하고 바라는 사람이 비단 나 하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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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룩주룩 (2disc)
도이 노부히로 감독, 나가사와 마사미 외 출연 / 팬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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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적인 사회관습으로 볼 때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의붓남매 간의 사랑, 이 주제는 우리 문학작품과 드라마, 영화등 각종의 미디어를 통하여 여러 차례 다루어진 멜로물의 원천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로 시작되는 여류작가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는 사춘기를 겪는 우리 세대의 필독서였고 또 근자에 방영된 TV드라마 <가을동화>역시 주제는 의제된 남매 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어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끈질기게 반복되는 주제는 해결 방향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대상을 반영하며 항상 새롭고 상큼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레스토랑을 차리려는 꿈을 가지고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21세의 요타로, 그가 여덟 살난 꼬마였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의 재혼으로 그에겐 생각지도 못한 여동생이 생겼으니 그의 앞날에 큰 변수가 되는 존재가 될 줄이야.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오빠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여고생 카오루,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으니 오빠는 그녀가 너무 어려서 기억하지 못할거라 믿었지만 그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친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들은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친남매처럼 자라면서 서로가 가까와질 수 없는 사실을 늘 괴로워하며 자신들의 남모르는 사랑을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오키나와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푸른 하늘, 향기로운 바람, 색색의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풍광이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두 청춘 스타의 싱그러운 멋과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또한 일본인들의 동명 애창곡을 소재로 만든 이 영화의 제목 "나다 소우소우"는 울고나면 희망이 가득한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운을 샘솟게하는 신비의 주문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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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 틴케이스 스틸북 한정판 (2disc) [미니아트북 포함]
잭 스나이더 감독, 도미닉 웨스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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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원체 좋아하다 보니 가끔 주변에서 어떤 영화를 제일 좋아하느냐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곤 한다.나는 어떤 특정 장르의 영화를 특별히 선호하지는 않지만 굳이 하나의 장르를 선택하라고 하면 역사 서사물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그 장르가 작품성이나 사적 가치가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내 취향과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본 <300>은 내가 말하는 바로 그런 영화였다.
때는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가 100만 대군을 이끌고 그리스로 침공하던 그 무렵 스파르타를 중심으로하는 그리스 연합군은 천혜의 요새인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그들을 맞아 일전을 불사하려고 전의를 불태울 때 배반자의 밀고로 샛길이 뚫리면서 스파르타군 300명을 제외한 연합군은 전장에서 철수하고 레오니다스 스파르타 왕을 비롯한 결사대 300명만이 남아 최후의 한명이 남을 때까지 그곳을 사수했다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쓰여진 사실만이 이 전투를 증언할 뿐이다.
말이 100만 대군이지 그들이 쏘아대는 화살은 하늘을 검게 물들였다니 그 전투가 과연 어떠했을지는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지만 영화는 이것을 멋지게 재현해냈다. 그러나 진위는 차치하고라도 프랭크 밀러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300>은 전대미문의 시각적 쾌락을 선물한다. 그 안에는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흔히 강조되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도 없다. 다만 그렇게 싸우다가 죽어간 영혼들의 장렬한 죽음만이 실전을 방불케하는 생동감과 음향효과의 힘으로 정말로 처절하게 압도해올 뿐이다. 죽음이 훤히 보이는 전투를 코앞에 둔 스파르타 병사의 체념 섞인 각오를 한번 음미해 보자.
"페르시아 병사들이 쏜 화살이 태양을 가릴 것이라니 정말로 반가운 소식이구려.
그렇다면 우리는 그늘 속에서 싸울 수 있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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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SE (2disc 디지팩)
톰 튀크베어 감독, 벤 위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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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향기를 맡을 순 있지만, 자신의 고유한 체취를 가지지 못한 남자가 매혹적인 향기를 소유하기 위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13명 여인의 죽음을 통하여 탄생된 단 하나의 향수....그리고 그 향수가 불러온 상상 그 이상의 충격적인 결말.
18세기 프랑스, 악취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고아가 된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그래서 코로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난생 처음으로 파리의 중심가를 방문한 날, 그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린다.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한물간 향수제조사 발디니를 만나 향수 제조방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바르셀로나, 뮌헨, 프랑스 남동부 지역등을 오가며 촬영한 영화의 풍경과 수많은 당시의 의상이 보여주는 화려함은 볼 만하지만, 그 안에 담긴 장 바티스트의 속내는 끝내 이해 불가능하다. 사랑받지 못했던 불운한 인간이 향수를 만들어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영화는 ''향이 대단하다''는 말로 일관할 뿐이다.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15년 동안 끈질기게 설득시켜 제작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향수>는 마치 향수의 백화점을 방불케하는 내장을 뒤집을 것같은 메스꺼운 악취에서부터 영혼을 잠식할 만큼 아찔한 향기까지 온갖 냄새로 가득 채우며 전 세계를 충격과 논란에 빠뜨린 충격적인 결말을 스크린에 재현시킨다. 특히 향수에 취한 군중들을 리얼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하여 유럽 최고의 무용단 ''라 푸라 덴바우스''를 동원한 라스트 신은 향기가 이성을 마비시켜 광기로 치닫게하는 이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멋진 피날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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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데이비드 핀처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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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의 악몽은 우리에게 아직까지도 커다란 충격으로 남아있다.
범죄의 양상에는 수 많은 종류가 있고 그 수법 또한 다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몸서리쳐지는 사건은 아마도 잔혹한 연쇄 살인 수법이 아닐까.
우리에게 <세븐>의 기억은 아직도 끔찍하게 남아있고 그 작품을 연출한 데이빗 핀처가 <패닉 룸>이후 다시 선보이는 <조디악>은 4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무려 37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 살인범이 아직도 그 정체가 오리무중이라는 당시 수사상의 기록을 토대로 희대의 살인마 조디악이라는 별칭을 지닌 한 인간의 행적을 추적했다.
조디악이라는 어휘는 사전엔 12개의 별자리를 뜻하는 보통명사에 지나지않지만 조디악이라 불리우는 킬러의 악명은 아직까지도 미국 사회를 얼어붙게 만드는 가장 흉악한 연쇄 살인범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는 자신은 13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24명의 피해자가 더 있었음이 밝혀졌고 놀라운 사실은 피해자중 2명의 생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에 대한 확실한 증언이 없어 그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살인이 즐겁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짐승을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나는 천국에서 다시 태어나 그 곳에서 내가 죽인 자들을 노예로 부리고 살 것이다. 나는 또 누군가를 죽이겠다"

라고 신문사에 보낸 그의 암호문은 세상에 이토록 잔인하고 살인을 즐기는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이 가지않는 이야기다.
그는 혹시 지옥에서 환생한 악의 화신이 아닐까하는 원천적인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 인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범죄가 없을 수는 없는 일이고 그 수법과 종류가 점점 더 악랄해지고 다양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런 과거의 살인마들이 저지른 희대의 행각을 보면서 과연 무엇을 느끼고 또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글쎄, 사실이야 어떻든 우리는 무더운 더위 속에서 혈관이 서늘해짐을 느끼므로써 또 다른 의미의 피서를 할 수 있는 납량특집물로만 여기면 되는 것이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 말이다.
그렇지만 다 잡은 살인마를 확실한 증거가 없어 처벌도 못한 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다니 그래서 그런지 올 여름 더위가 오늘따라 더욱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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