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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것인가 준비할 것인가 - 돈 걱정없는 노후를 위한 7단계 준비
백승호 지음 / 새로운제안 / 2025년 9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1. 왜 이 책을 집어 들었나: 가슴을 찌르는 현실의 통찰
이 책을 처음 집어 든 건 단순한 재테크 정보 때문이 아니었다. 오래전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너 대학 보낼 때 허리띠 졸라맨 거 알지?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고, 그 무게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던 순간, 책 속에서 발견한 문장 하나가 나를 깨워줬다. 자녀를 위한 투자가 자녀를 가난하게 만든다. 이 구절은 충격적이었다. 자녀에게 최고의 것을 해주는 것이 부모의 미덕이라 여겨왔던 사회적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과도한 교육비지출 문제를 꼬집는 것을 넘어,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자신의 노후를 희생하는 비자발적인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서글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단순히 재무적인 관점에서 노후를 준비하라고 충고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다. 만약 지금 나의 소비 습관과 투자 방식이 미래의 나를 궁핍하게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과연 사랑일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내 손에 들렸다. 노후 준비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뿐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삶의 우선순위와 태도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 노후 준비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다이어트와 같은 결단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노후 준비가 다이어트와 매우 흡사하다는 비유다. 우리는 대개 다이어트 방법을 몰라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지 못해 실패한다. 내일부터, 언젠가는 이라는 막연한 마음과 결단력 부족이 습관의 변화를 가로막는다. 이 비유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나 역시 늘 언젠가 해야지라는 막연한 마음으로만 미뤄왔던 수많은 계획처럼, 노후 준비 역시 미루고 또 미뤄온 숙제였다.
책은 노후 준비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오늘 내가 하는 작은 선택들의 총합임을 강조한다.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핑계 대신, 생각을 바꾸지 못해 시작조차 안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이 부분은 뼈아픈 자기 성찰의 시간이었다. 재정 상태가 아니라 마음가짐과 의지의 문제였음을 인정하게 되면서 비로소 지속 가능한 노후 준비 습관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뗄 용기를 얻었다. 노후를 위한 진정한 준비는 결국 오늘부터 시작하는 단호한 결단에서 출발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3. 가장 인상 깊었던 비유: 투자 습관을 정면으로 찌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던 부분은 투자를 음식 조리에 비유한 구절이었다. 주식은 셀프 요리, 펀드는 외식, ETF는 밀키트라는 기발하면서도 정확한 비유는 나의 그릇된 투자 습관을 정면으로 찔렀다. 나는 늘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며, 간을 맞추는 것처럼 개별 종목을 분석하고 매매하는 셀프 요리(주식) 방식을 고수하다가 번번이 실패했다. 복잡한 경제 지표를 분석하고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매번 타이밍을 잡으려 애썼지만 결국 손실만 경험했다.
솔직히 말해, 복잡한 요리보다는 손질된 재료와 정확한 레시피가 담긴 밀키트(ETF)가 나의 투자 성향과 생활 패턴에 훨씬 더 적합했다. ETF(상장지수펀드)는 개별 종목 분석의 수고로움을 덜고 분산 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바쁜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투자 방식이다. 이 비유는 내가 투자에 쏟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나의 상황에 맞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투자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성공적인 노후 준비의 핵심임을 깨닫게 해준,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명쾌한 통찰이었다.
4. 내 삶을 비춘 장면: 허비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다짐
책을 읽는 내내, 과거의 내 모습과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30대 초반, 처음으로 적금을 들었을 때 은행 직원이 이걸로 노후 대비는 안 됩니다라며 웃던 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당시에는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상했지만 지금 이 책을 읽고 복리 계산표를 대조해보니 그 말이 100% 맞는 말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저축만으로는 결코 풍족한 노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을 그때는 외면했다.
책 속에서 제시된 복리의 마법과 시간의 힘을 계산표로 직접 확인했을 때, 그동안 무지(無知)와 망설임으로 허비했던 젊은 날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노후 준비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시간이며, 일찍 시작할수록 복리의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좌절 대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희망과 함께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미래의 나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재정 계획을 세우는 동기가 되었다.
5. 감성의 여운: 돈의 기술을 넘어, 결국 삶의 태도를 묻다
재테크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따뜻하면서도 깊은 감성의 여운이 남았다. 문득 아버지와 걸었던 동네 뒷산 길의 풍경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무심히 건네셨던 나이 들면 진짜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건강과 작은 여유야라는 말씀이 이제야 마음 깊이 와닿았다. 이 책은 단순히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돈의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묻고 있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도구라는 본질을 일깨워준다. 진정한 노후 준비는 재산을 불리는 것을 넘어, 경제적인 안정 위에서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결국 노후는 준비하는 자만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즐길 것인가 준비할 것인가'는 노후 준비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멘토의 역할을 해준다. 오늘 내가 선택하는 작은 습관과 생각의 변화가 미래의 나를 살린다는 사실을, 이 책은 강렬하고 실질적인 메시지로 일깨워주었다. 노후를 위한 준비는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가장 확실한 사랑의 투자라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이제 막연함을 떨치고 현실적인 실행에 옮기려 한다. 이 책은 모든 세대가 읽고 자신의 재정적 미래와 삶의 태도를 점검해봐야 할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