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0 : 구상섬전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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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삼체유니버스_시작 #구상섬전 #류츠신 #SF소설 #인생작각 #과학의로망


"과연 인간의 의지가, 이 거대한 우주의 법칙을 넘어설 수 있을까?"


요즘 넷플릭스 덕분에 다들 '삼체' 이야기에 푹 빠져있는데 나는 이 책 '삼체 0: 구상섬전'을 읽고 완전 과몰입했다. 😱 이 책은 삼체 문제 이전에 일어난 어쩌면 모든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 소년 천의 이야기다. 농구공 같은 '구상섬전'이 부모님을 앗아가고 그 순간부터 천의 인생은 이 불가사의한 현상의 비밀을 파헤치는 집착과 헌신으로 가득 찬다.


이 책을 관통하는 건, 바로 집착과 고독한 탐구의 감성이다. 천재 물리학자 딩이와 군인 린윈과의 만남을 통해 구상섬전이 밝혀내는 경이롭고도 섬뜩한 물리학적 사실들은 독자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광활한 우주 앞에서 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하고 동시에 얼마나 위대한 존재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머릿속에 엄청난 스케일의 과학적 상상력이 펼쳐지는데 이게 SF의 진정한 맛이구나! 싶었다.


🌙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나의 작은 구상섬전

이 책을 읽는 내내, 혼자 살았던 지난날의 밤들이 떠올랐다. 특히 장마철, 천둥 번개가 유난히 치던 날.


혼자 사는 자취방, 불현듯 정전이 된 거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워지자 갑자기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서 촛불을 찾으려 허둥대는데 창문 밖에서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콰앙! 하는 천둥소리가 온몸을 울렸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에너지와 존재들이 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달까.


그 순간, 무서움보다 묘한 경외감이 들었다.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했던 전기라는 문명의 혜택이 사라지고 나니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의 나는 마치 구상섬전이라는 거대한 현상 앞에 선 소년 천 같았다.


결국 촛불을 켜고 그 작은 불빛 아래에서 끓여낸 라면을 먹었다. 어둠 속에서 오직 나만을 위해 타오르는 작은 불꽃과 따뜻한 국물이 그때의 나에게는 이 책 속의 과학자들이 찾아 헤맨 인류의 희망처럼 느껴졌다. 작은 것 하나가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삼체 0: 구상섬전'은 우리를 둘러싼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알 수 없는 경이로운 현상들이 숨 쉬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그 앞에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 따뜻하게 속삭인다.


우리 모두의 삶에도 갑자기 찾아온 어둠을 밝혀줄 나만의 '구상섬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책스타그램 #독서의계절 #SF입문 #인생SF #류츠신은_천재 #당신의_구상섬전은_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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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클레이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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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우주적 고독 속에서 발견한, 내 삶의 구멍들 ✨


👽 에일리언 클레이 (Alien Clay) 🪐

와… 이 책, 진짜 나를 킬른 행성으로 워프시키는 줄 알았다. 🚀


표지만큼이나 신비롭고, 읽을수록 머릿속이 우주처럼 팽창하는 기분!

'에일리언 클레이'는 억압적인 지구 정부 만다트에게 반기를 든 생태학자 아턴이 수용소 행성 킬른에 추방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킬른에는 지구 생명체의 법칙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클레이라는 외계 물질로 이루어진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다.


주인공 아턴은 연구를 강요당하면서도, 이 외계의 진흙과 코끼리 아빠 같은 기이한 존재들을 탐구하며 외계 생명체, 인간의 권력, 그리고 혁명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생물학자와 탐사 팀원들 간의 갈등과 연대가 마치 내가 그 낯선 행성에서 숨 쉬고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 내 안의 '킬른'과 '클레이'

이 책을 읽다 문득 내 삶의 구석이 떠올랐다.


요즘 나는 어쩌다 보니 회사에서 튀는 의견을 내는 비주류' 된 것 같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는데 혼자 이게 맞나? 싶어 자꾸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킬른의 죄수 아턴처럼, 나만 이상한가?, 이 낯선 곳에서 나는 누구와 연대해야 할까? 하는 외로운 감정을 느낀다.


책 속 외계 생명체 클레이는 지구의 생물학을 초월한 새로운 진화 법칙을 보여준다. 고통과 파괴 속에서도 끊임없이 서로 연결하고 심지어 파괴된 후에 더 강해지며 재구성된다.


🌟 그래서, 내 삶에 닿은 소박한 깨달음

처음엔 아턴처럼 이 억압적인 현실을 완벽하게 부수고 싶었다. 내 주변의 모든 갈등과 모순을 정리하고 빈틈없이 단단한 나 자신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구멍 난 채로도 살아간다.


킬른의 외계 생명체들이 온갖 고통과 파괴, 심지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조합으로 다시 태어나듯, 내 삶의 작은 실패나 외로움, 남들과 다른 생각 때문에 생긴 틈들이 사실은 나를 더 유연하게, 때로는 더 강하게 만드는 연결 고리가 될 수도 있겠다.


완벽하게 다 막고 이기려 애쓰기보다, 그냥 조금 허술하고 구멍이 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 구멍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과 바람, 그리고 뜻밖의 연대가 나를 또 다른 형태로 진화시킬 수 있으니까.


#에일리언클레이 #AlienClay #에이드리언차이콥스키 #SF소설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인생깨달음 #구멍나도괜찮아 #외롭지않아 #이과감성문과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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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인간론 - 쓸모의 끝, 의미의 시작
최준형 지음 / 날리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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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 스스로도 참 이상하다고 느낀다.

분명히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고, 바쁘게 살고, 성과를 내는데도 집에 들어오면 공허함이 먼저 맞이한다.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보다, 그럼 나는 뭘 위해 여기까지 온 거지?라는 질문이 자꾸만 따라붙는다.


이 책을 펼쳤을 때, 그 답이 쓸모 없음이라는 단어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저자는 인간이란 결국 노동으로만 규정되지 않는 존재라고 말한다.

한나 아렌트의 구분처럼 노동, 작업, 활동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가 너무 오래 노동이라는 굴레에만 자신을 가두어 왔다는 것.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남은 것은 인간 존재 자체의 의미라는 것.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맴돌았다.


사실 나는 한동안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발버둥쳤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성과를 내고, 유용한 도구처럼 움직이며 스스로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한 껍질을 단번에 벗겨낸다.

인간은 도구가 아니며 생산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복잡하고 경이로운 존재라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속 어딘가에서 갑자기 한숨 같은 해방감이 터져 나왔다.


책장을 덮으며 떠올린 건,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한 스콜레(schole)였다.

단순히 노는 시간이 아니라, 억압에서 벗어나 인간다움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

우리가 잊고 살았던 그 자유의 순간이 지금 여기, 무용함 속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묘하게 희망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내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새로운 언어를 주었다.

그리고 그 언어가 내 일상의 균열 속으로 스며들어, 오히려 더 단단한 위로가 되었다.

무용한 인간, 쓸모없는 존재… 듣기엔 차갑지만, 그 속에야말로 뜨거운 자유가 숨어 있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굳이 뭔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구름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구름이 꼭 라면 끓일 때 올라오는 김처럼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 ☁️🍜


#무용한인간론 #책스타그램 #쓸모없음의쓸모 #존재의의미 #엉뚱한위로 #오늘의라면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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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계획 - 맛 좀 아는 먹브로의 무계획 유랑기
MBN <전현무계획> 제작팀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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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훅 끼쳐오는 낯익은 화면의 냄새가 인상적이다. MBN 예능 '전현무계획'의 그 생생한 순간을 활자로 고스란히 옮겨낸 듯, 그들의 유쾌한 여정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다. 방송을 가볍게 즐겨보던 시청자였던 내게 이 책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더 깊고 묵직한 울림을 안겨주었다. 방송에서는 웃음과 리액션으로 빠르게 장면이 전환되지만 책 속에는 여행지의 공기, 계절의 변화,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가 촘촘하게 담겨 있다. 이는 단순한 먹방이 아닌, 삶의 정수를 포착한 한 편의 로드 먹큐멘터리로서의 가치를 입증한다.


특히 계획 없는 게 계획이라는 이들의 여정 방식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늘 여행을 갈 때면 빽빽한 계획표를 짜놓고 오히려 그 일정에 쫓겨 쉬는 순간에도 마음이 불편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방식은 그 반대였다. 발길 닿는 대로, 현지인들의 솔직한 추천을 받는 대로 움직이며 그곳의 진짜 맛과 사연을 접하는 태도에서 묘한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꼈다. 이는 우리의 삶 또한 완벽하게 설계하기보다, 때로는 우연과 인연에 몸을 맡기고 흐름대로 즐기는 유연함이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허름한 국밥집의 정성, 길 위의 밥상에 스미다


책을 읽는 동안 오래전 기억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혼자 살던 시절, 집 근처 시장 골목에서 우연히 들어갔던 허름한 국밥집이었다. 단출한 메뉴판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이거 오늘 잡은 고기라 맛있어라며 직접 챙겨주시던 따뜻한 손길과 진심 어린 정성이 지금껏 가슴에 남아 있다. 그날의 밥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진심을 받아내는 경험, 그리고 고단했던 나를 잠시 쉬게 해주는 따뜻한 위로이자 휴식 같은 순간이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현지 맛집들이 바로 그런 깊은 기억과 감정을 다시금 끄집어내 주었다. 화려함이나 SNS 성지 같은 유명세와는 거리가 멀지만, 진짜 삶의 맛과 사람 냄새가 응축된 곳들 말이다.


먹는다는 것, 결국은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


이 책은 단순히 맛있는 식당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지역의 역사, 고유한 풍경, 그리고 음식이 탄생하게 된 가슴 따뜻한 사연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그 과정을 통해 독자는 먹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생존을 넘어 우리의 삶과 깊숙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전라도 남도의 소박한 가족 밥상에서는 어머니의 온기를 떠올리고 울산 언양불고기를 읽을 때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야외에서 구워 먹던 추억의 시간이 겹쳐진다. 먹어야 살아간다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먹는다는 건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였다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음식을 매개로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나와 곁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책을 덮고 나니 괜스레 마음이 잔잔한 감동으로 차오른다. 길 위에서 만난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밥상 하나가 내 하루를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그 밥상을 함께 나누는 곁의 사람과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전현무계획'은 결국 음식이라는 가장 친숙한 창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성찰의 책이다. 가장 진솔한 만남은 테이블 위에서 시작되기에, 나는 오늘,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함께 진한 밥 한 끼 하자고 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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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것인가 준비할 것인가 - 돈 걱정없는 노후를 위한 7단계 준비
백승호 지음 / 새로운제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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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1. 왜 이 책을 집어 들었나: 가슴을 찌르는 현실의 통찰


이 책을 처음 집어 든 건 단순한 재테크 정보 때문이 아니었다. 오래전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너 대학 보낼 때 허리띠 졸라맨 거 알지?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고, 그 무게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던 순간, 책 속에서 발견한 문장 하나가 나를 깨워줬다. 자녀를 위한 투자가 자녀를 가난하게 만든다. 이 구절은 충격적이었다. 자녀에게 최고의 것을 해주는 것이 부모의 미덕이라 여겨왔던 사회적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과도한 교육비지출 문제를 꼬집는 것을 넘어,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자신의 노후를 희생하는 비자발적인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서글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단순히 재무적인 관점에서 노후를 준비하라고 충고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다. 만약 지금 나의 소비 습관과 투자 방식이 미래의 나를 궁핍하게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과연 사랑일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내 손에 들렸다. 노후 준비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뿐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삶의 우선순위와 태도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 노후 준비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다이어트와 같은 결단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노후 준비가 다이어트와 매우 흡사하다는 비유다. 우리는 대개 다이어트 방법을 몰라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지 못해 실패한다. 내일부터, 언젠가는 이라는 막연한 마음과 결단력 부족이 습관의 변화를 가로막는다. 이 비유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나 역시 늘 언젠가 해야지라는 막연한 마음으로만 미뤄왔던 수많은 계획처럼, 노후 준비 역시 미루고 또 미뤄온 숙제였다.


책은 노후 준비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오늘 내가 하는 작은 선택들의 총합임을 강조한다.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핑계 대신, 생각을 바꾸지 못해 시작조차 안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이 부분은 뼈아픈 자기 성찰의 시간이었다. 재정 상태가 아니라 마음가짐과 의지의 문제였음을 인정하게 되면서 비로소 지속 가능한 노후 준비 습관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뗄 용기를 얻었다. 노후를 위한 진정한 준비는 결국 오늘부터 시작하는 단호한 결단에서 출발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3. 가장 인상 깊었던 비유: 투자 습관을 정면으로 찌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던 부분은 투자를 음식 조리에 비유한 구절이었다. 주식은 셀프 요리, 펀드는 외식, ETF는 밀키트라는 기발하면서도 정확한 비유는 나의 그릇된 투자 습관을 정면으로 찔렀다. 나는 늘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며, 간을 맞추는 것처럼 개별 종목을 분석하고 매매하는 셀프 요리(주식) 방식을 고수하다가 번번이 실패했다. 복잡한 경제 지표를 분석하고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매번 타이밍을 잡으려 애썼지만 결국 손실만 경험했다.


솔직히 말해, 복잡한 요리보다는 손질된 재료와 정확한 레시피가 담긴 밀키트(ETF)가 나의 투자 성향과 생활 패턴에 훨씬 더 적합했다. ETF(상장지수펀드)는 개별 종목 분석의 수고로움을 덜고 분산 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바쁜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투자 방식이다. 이 비유는 내가 투자에 쏟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나의 상황에 맞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투자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성공적인 노후 준비의 핵심임을 깨닫게 해준,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명쾌한 통찰이었다.


4. 내 삶을 비춘 장면: 허비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다짐


책을 읽는 내내, 과거의 내 모습과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30대 초반, 처음으로 적금을 들었을 때 은행 직원이 이걸로 노후 대비는 안 됩니다라며 웃던 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당시에는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상했지만 지금 이 책을 읽고 복리 계산표를 대조해보니 그 말이 100% 맞는 말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저축만으로는 결코 풍족한 노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을 그때는 외면했다.


책 속에서 제시된 복리의 마법과 시간의 힘을 계산표로 직접 확인했을 때, 그동안 무지(無知)와 망설임으로 허비했던 젊은 날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노후 준비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시간이며, 일찍 시작할수록 복리의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좌절 대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희망과 함께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미래의 나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재정 계획을 세우는 동기가 되었다.


5. 감성의 여운: 돈의 기술을 넘어, 결국 삶의 태도를 묻다


재테크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따뜻하면서도 깊은 감성의 여운이 남았다. 문득 아버지와 걸었던 동네 뒷산 길의 풍경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무심히 건네셨던 나이 들면 진짜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건강과 작은 여유야라는 말씀이 이제야 마음 깊이 와닿았다. 이 책은 단순히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돈의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묻고 있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도구라는 본질을 일깨워준다. 진정한 노후 준비는 재산을 불리는 것을 넘어, 경제적인 안정 위에서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결국 노후는 준비하는 자만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즐길 것인가 준비할 것인가'는 노후 준비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멘토의 역할을 해준다. 오늘 내가 선택하는 작은 습관과 생각의 변화가 미래의 나를 살린다는 사실을, 이 책은 강렬하고 실질적인 메시지로 일깨워주었다. 노후를 위한 준비는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가장 확실한 사랑의 투자라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이제 막연함을 떨치고 현실적인 실행에 옮기려 한다. 이 책은 모든 세대가 읽고 자신의 재정적 미래와 삶의 태도를 점검해봐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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