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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인간론 - 쓸모의 끝, 의미의 시작
최준형 지음 / 날리지 / 2025년 10월
평점 :
요즘 나 스스로도 참 이상하다고 느낀다.
분명히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고, 바쁘게 살고, 성과를 내는데도 집에 들어오면 공허함이 먼저 맞이한다.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보다, 그럼 나는 뭘 위해 여기까지 온 거지?라는 질문이 자꾸만 따라붙는다.
이 책을 펼쳤을 때, 그 답이 쓸모 없음이라는 단어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저자는 인간이란 결국 노동으로만 규정되지 않는 존재라고 말한다.
한나 아렌트의 구분처럼 노동, 작업, 활동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가 너무 오래 노동이라는 굴레에만 자신을 가두어 왔다는 것.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남은 것은 인간 존재 자체의 의미라는 것.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맴돌았다.
사실 나는 한동안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발버둥쳤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성과를 내고, 유용한 도구처럼 움직이며 스스로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한 껍질을 단번에 벗겨낸다.
인간은 도구가 아니며 생산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복잡하고 경이로운 존재라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속 어딘가에서 갑자기 한숨 같은 해방감이 터져 나왔다.
책장을 덮으며 떠올린 건,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한 스콜레(schole)였다.
단순히 노는 시간이 아니라, 억압에서 벗어나 인간다움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
우리가 잊고 살았던 그 자유의 순간이 지금 여기, 무용함 속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묘하게 희망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내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새로운 언어를 주었다.
그리고 그 언어가 내 일상의 균열 속으로 스며들어, 오히려 더 단단한 위로가 되었다.
무용한 인간, 쓸모없는 존재… 듣기엔 차갑지만, 그 속에야말로 뜨거운 자유가 숨어 있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굳이 뭔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구름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구름이 꼭 라면 끓일 때 올라오는 김처럼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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