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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장미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도,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나 혼자뿐이더라.”
조금 쓸쓸한 말처럼 들리는데, 이 문장에서 위로를 받았다.
살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많다. 가족이 있으니까,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니까, 괜히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다 보면 정작 나는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자꾸 뒤로 밀린다.
나도 무언가를 결정할 때 내 마음부터 들여다보기보다는 이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따져볼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몇 번이나 뜨끔했다.
57년생 엄마 장미경이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히려 아주 현실적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법, 돈 이야기, 부부 사이의 서운함, 나이 들어 혼자 사는 문제, 가족과의 관계처럼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은 건 나 자신을 먼저 챙기고 사랑해야 해라는 엄마의 당부였다.
이 말 자체는 새롭지 않다. 서점에 가도, SNS를 봐도 비슷한 이야기를 쉽게 만난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들렸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챙기며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일하고, 남편에게 서운해하고, 때로는 자신의 몫을 뒤로 미뤄왔던 사람이 일흔이 되어서야 색소폰을 불고 자기 삶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이 딸에게 너는 엄마보다 훨씬 일찍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나답게 살기는 거창하지 않다.
통장에 나를 지켜줄 돈이 조금은 있어야 하고, 내 몸을 돌보면서 나를 함부로 대하는 관계에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남의 눈치를 조금 덜 보고 해보는 것. 결국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내가 내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이야기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내가 선택하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결국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다. 책 제목처럼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이 내 인생의 든든한 빽이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가족을 챙기는 것만큼 내 마음을 챙기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는 인생보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다시 처음의 문장을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도,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나 혼자뿐이더라.”
이 말이 외롭다는 뜻으로 들리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할 사람이 나라면, 지금부터라도 그 사람을 조금 더 잘 챙겨줘야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래서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자꾸 뒤로 미뤄두었던 사람에게 이제 네 인생도 좀 챙겨. 아직 안 늦었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말이 필요했던 사람이라면, 따뜻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