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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경영을 묻다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정택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 그룹의 회장입니다. 사람 이름과 회사 이름이 생소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나모리 가즈오는 ‘씨 없는 수박’을 만드신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고, 교세라 그룹은 박지성이 J리그에서 몸 담았던 ‘교토 퍼플 상가’의 후원 회사라고 하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올 성 싶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그룹),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와 함께 `일본 3대 경영인'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들 세 사람을 '일본 3대 경영의 신'이라고도 부릅니다. 1997년 그는 돌연 교세라 그룹의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한때 탁발승이 됩니다.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신념을 그대로 실천한 셈이죠. 마침 오늘(2009/05/30, 토요일) 삼성 그룹 에버랜드 CB 발행 관련하여 저가로 CB를 발행하였다는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6:5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 결과를 떠나 삼성 그룹 회장님의 신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저자는 젊은 경영인들에게 자신의 경영 철학과 경험을 전수하기 위하여 ‘세이와주쿠’라는 경영아카데미를 설립합니다. 한국계 일본인으로서 유명한 기업가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세이와주쿠’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세이와투쿠’에서 만난 젊은 경영인들이 겪고 있는 회사 경영 상의 고민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각 장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핵심 사항만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젊은 경영인들이 느끼는 애로사항들은 조직, 직원, 간부사원, 경영 자세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자가 추구하는 경영 이념은 ‘
전 직원의 정신적 물질적 행복을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와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공헌하자.’입니다. 그의 해법에는 이러한 그의 경영 이념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한 경영인이 “직원들이 어느 정도 가정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경영마인드를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해주세요.’라고 할 때 사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가정을 희생하면서까지 일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다른 경영인은 ‘사장인 자신이 내방객들과 각종 모임으로 인해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인데, 직원들은 좀처럼 성과를 못내고 있다’고 불평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장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현장에서 정통하여 원가 누수 요인들을 찾고, 개선 방안을 위해 직원들을 엄하게 질책하고, 추궁할 것을 주문합니다. 어떤 이는 이에 대해 ‘굳이 최고 경영자가 꼭 제일선에 나서야 하나?’라고 질문합니다. 저자는 “솔선수범이 직원의 공감을 부른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모든 해결책의 백미는 ‘인격 수양’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더가 스스로를 갈고 닦아 인격을 높이고 존경받게 되면 직원들은 리더가 제시하는 목표를 향해 자연히 노력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가 여부가 회사의 발전을 결정짓는다.”
‘회사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이라는 명제를 당연시하는 많은 경영학자들과 리더들이 직원들을 성과급과 해고를 이용하여 경쟁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외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의 신념이 틀렸을까요? 하지만, 그의 기업은 이러한 금융위기 속에서도 끄떡없고, 그는 오히려 탐욕스러운 미국식 CEO문화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경영자가 훌륭한 인격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인격의 중요성에 대해 음미하며 글을 맺을까 합니다.
“
일본어로 ‘이익을 얻는다’()는 한자를 나누면 ‘신자(信者)가 됩니다. 즉 신자를 만들어야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으로부터도 지역사회로부터도 존경을 받아 그들이 신자가 될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존경받기 위해서는 인간성과 인격이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야만 합니다. 그래서 경영자는 인간성을 갈고 닦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