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기술 -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프로페셔널 법칙
데이비드 마이스터 외 지음, 정성묵 옮김, 김승종 감수 / 해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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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원제는 “Trusted advisor”입니다. 번역자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신뢰받는 조언가” 정도가 되겠네요. 이 책은 경영이나 IT 컨설턴트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적용 가능한 분야를 찾아보노라면 법률, 금융, 부동산 등 조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는 존재하는 모든 분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좀더 응용을 한다면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도 대상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그 경우에는 활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 될 듯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쌓이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한가요? 이 책을 쓴 3명의 저자들은 신뢰를 구성하는 요소로 믿음, 친근감 그리고, 자기중심성을 듭니다. 믿음은 다시 크레디빌리티(credibility)와 릴라이어빌리티(reliability)로 나뉘어 집니다. 유능한 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저자들도 각각의 요소들에 대해 정량화를 시도합니다.


(※ 하지만, 신뢰의 방정식이 조금 틀렸습니다. T=(C+R+I)/S가 되어야 합니다.)

  저자들이 제시한 신뢰 방정식에 따르면 신규 고객은 믿음, 친근감이 낮은 반면, 자기 중심성이 높기 때문에 신뢰 점수가 낮고, 기존 고객은 믿음, 친근감이 높고, 자기 중심성이 낮기 때문에 신뢰 점수가 높습니다. 정량화가 저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제공되고 있습니다만, 각 점수를 어떻게 매겨야 한다는 기준은 없습니다. “이러저러한 상황이니, 이 정도가 될 것이다.” 정도의 신뢰도인 셈입니다.
 

  상호간에 신뢰를 형성하는데는 '관여하기-경청하기-윤곽잡기-비전세우기-투신하기' 등 총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저자들이 얘기하는 신뢰 구축의 단계를 들여다보면, 일을 시작하는 이전 단계부터 일이 모두 끝나는 모든 단계를 '신뢰 구축'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잠재 고객과 일단 만나면 그 때부터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로 들어가는 간다고 봐야 하고, 일을 완벽히 마무리를 해야 신뢰 구축 역시 올바르게 형성이 됩니다. 따라서, 저자들에 의하면 신뢰 구축은 고객과 일하기에 다름아닙니다.

  저자들은 각 단계의 가치가 모두 평등하고 모두 중요하다가 말합니다만, 개인적으로 경청하기에 눈이 많이 갑니다. 저자는 경청하기를 ‘관여하기’를 위한 권한을 가지는 단계라고 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입니다. 조언을 받고 싶어하는 이가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의 입장에 공감하고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을 겁니다. 하물며 갑의 입장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실무에서는 이슈를 새롭게 규명하는 '윤곽잡기'와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비전세우기'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실무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는 '경청하기'에 따라 많이 좌지우지 될 겁니다.

  여기서 잠시 이 책을 실제 응용할 수 있는 IT 업계의 현실을 잠시 엿볼까합니다. '을'의 입장에서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후배의 글을 싣습니다. 이 글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현실은 이 책대로 하기에는 아직 덜 성숙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을'의 입장에서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후배의 글을 싣습니다. 

   
  작년에 테XXX전이랑 일하면서 돈 안 주고 일 시키려는 거 보면서 정말 막장 회사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 C&C랑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회사도 있구나 싶다. 한국의 SI 판에 대해서 정말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다고 할까? 8년 전 처음 SI를 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다음은 얼마 전 C&C의 PM이랑 싸우다가 내가 들은 말들이다.

* 이 인간이 위 아래도 모르고
*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구나
* 너 오늘 일 반드시 책임지게 만들겠다
* 학생들 장난하는 건 줄 아냐?

반말 찍찍 해대면서 저런 말들을 내뱉었다. 나도 저런 말 들으면서 일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오픈도 다 했고 돈 받는 일만 남았지만 이런 말 들으면 나도 참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도 그럼 설치한 소스 다 빼고 우리 철수하겠다고, 소송 걸 테면 걸라고 했다. 결국 중재에 나선 건 중간에 낀 인력 업체. 사실 곤란한 건 중간에 낀 업체다. 우리야 **랑 직접 계약한 게 아니니까 **가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결국 중간 업체에 책임을 묻는 수 밖에 없으니 제일 피해를 보는 것은 중간에 낀 업체다. 결국 중간 업체의 이사까지 나서서 그 사람이랑 협상이 되었는지 그 쪽이 한 발 물러섰다.
(중략)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재수없게 ** C&C에서 이상한 인간을 만난 게 아니고 이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바닥의 회사들이 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갑의 입장이 되면 을은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위 아래 같은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돈 주고 부리는 건데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결과물보다 을이 자기 말을 듣느냐 아니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을이 자기 말을 안 듣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결과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는 생각할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건 중간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거기 담당자도 자기들이 우리한테는 갑이니까 우리가 자기들 시키는 걸 다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한달 전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싸웠다. 하지만 걔네들이 하라는대로 하면 프로젝트가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우리는 대부분 거부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중간 업체도 어차피 우리가 말을 안 듣는 상황에서 싸워봐야 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도 결과는 보여주니 우리 방식을 수용했다. 하지만 SK C&C의 PM은 결과가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가 자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행동한 것일 테고.

그나마도 ** C&C가 SI 대기업 중에 나은 편이라고 하니 SDS나 CNS는 어느 정도일까 싶기도 하다. 태근이가 이야기해준 CNS의 이야기도 정말 어이 없었고, SDS가 중소기업 여럿 망하게 만든 스토리도 이미 유명하다. 도대체 우리 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왜 이 모양일까?
 
   

  신뢰는 개인적입니다. 신뢰받는 조언자로서의 컨설턴트들은 자신과 접촉하는 담당자 간의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은 물론 심지어 그가 회사에서 처해있는 정치적인 입장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도 결과가 아닐런지요. 아무리 신뢰 관계가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실적이 나쁘면 모든 단계는 모래성일 뿐입니다. 반면 실력이 탁월한 컨설턴트라면 인격에 커다란 흠이 없는 한, 신뢰가 이미 절반은 형성된 겁니다. 어쩌면, 실력이 있는 ‘갑’ 같은 을이라면 굳이 신뢰를 쌓는데 들이는 노력을 자신의 역량을 쌓는 데 들이는 편이 더 생산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신뢰받는 조언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갑’같은 을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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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
하지현 지음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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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 일정이 있어 새벽부터 바빴습니다. 중요한 출장길이라 마음으로 무척 부담이 컸는데, 함께 한 책 한 권이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현재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에 대해 고찰한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주제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피의자의 갑작스런 자살로 인해 검찰은 졸지에 살인자로 몰렸고, 여당 또한 덩달아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야당은 이 사건을 기회로 삼아 상복을 차려 입고, 그 분의 유지를 받든다고 야단입니다. 한나라당과 힘을 모아 탄핵을 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요단강’과 같은 경계선을 분명히 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침통한 표정으로 여당을 성토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제3자 된 입장에서는 오히려 당혹스럽습니다. 그러한 야당의 모습에서 부모와 연을 끊고 집 나갔던 자식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 앞으로 나온 보험금을 얻기 위해 목놓아 우는 모습을 떠올렸다면 억지스러울까요? 가히 올해 칸 영화제에 출품한 ‘박쥐’의 송강호나 ‘마더’의 김혜자에 못지 않는 연기력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야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의한 심리적 압박에 따른 자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검찰은 야당의 ‘무리한 수사’란 말에 대해 ‘적법한 법 절차에 따른 합법적인 수사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편이 아닌 사람으로부터의 공격은 견딜 수 있지만, 동업하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은 견디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검찰의 수사 외에 동업자의 배신 또한 커다란 영향을 끼쳤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검찰의 수사에서 그가 피의자로 지목받자 진보 진영에서는 그와 선 긋기에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각자의 입장이 판이하여 서로에게 원인이 있다 아니다를 논하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이 책 저자에 따르면 조금 달리 생각할 면이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체험한 저자는 현대인의 자살의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은 자기애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아주 강렬한 공격성을 복수라는 방식으로 표출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복수를 상대방에 대한 폭력의 형식이 아니라 자기파괴적인 자해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중략)
“난 벌 받을 놈이야.”라는 죄책감이나 “이 생에서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어.”라는 절망감, “지금의 괴로움에는 자살만이 유일한 도피처이자 해결책이야”라고 여기는 종결방법으로서 자살을 생각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보다는 상처입은 사자의 자존심 때문이다. (중략)
타인을 조정하고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하는 자살 행동은 더욱 위험하고 자기애적 폭력일 뿐이다.”
 
   


  즉,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검찰의 수사에 의해 드러난 생계형 범죄 – 조기숙 전(前)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의 말 –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음에 따라, 자신을 공격하는 한나라당의 정치인과 자신을 버린 민주당의 정치인들 및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자기애적 폭력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가신 분에 대한 모욕이라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리뷰어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따른 절망감에 죽음을 택했다는 가정보다는 오히려 신빙성이 더 있어 보입니다.

  본 리뷰어는 이 책에서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자살’에 대한 주제에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만, 이 외에도 “문제메시지, 폭탄주, 다문화가정, 종교, 예스맨, 커피 전문점, 노인 세대, 성형수술, 조폭, 와인, 점, 고시, 24시점, 대리운전, 윤락, 노래방, 채무이행업체, 정(情), 기러기아빠, 혈연•학연•지연,” 등 이 책을 보는 사람들마다 깊이 생각하는 주제가 다를 정도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도시심리학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놓았다는 의미일 터이고, 한국인 중 일부 도시인에 대한 분석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서울, 경기도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이 땅의 과반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 대한 보고서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주제에 눈길이 가시는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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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경영을 묻다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정택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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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 그룹의 회장입니다. 사람 이름과 회사 이름이 생소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나모리 가즈오는 ‘씨 없는 수박’을 만드신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고, 교세라 그룹은 박지성이 J리그에서 몸 담았던 ‘교토 퍼플 상가’의 후원 회사라고 하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올 성 싶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그룹),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와 함께 `일본 3대 경영인'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들 세 사람을 '일본 3대 경영의 신'이라고도 부릅니다. 1997년 그는 돌연 교세라 그룹의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한때 탁발승이 됩니다.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신념을 그대로 실천한 셈이죠. 마침 오늘(2009/05/30, 토요일) 삼성 그룹 에버랜드 CB 발행 관련하여 저가로 CB를 발행하였다는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6:5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 결과를 떠나 삼성 그룹 회장님의 신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저자는 젊은 경영인들에게 자신의 경영 철학과 경험을 전수하기 위하여 ‘세이와주쿠’라는 경영아카데미를 설립합니다. 한국계 일본인으로서 유명한 기업가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세이와주쿠’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세이와투쿠’에서 만난 젊은 경영인들이 겪고 있는 회사 경영 상의 고민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각 장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핵심 사항만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젊은 경영인들이 느끼는 애로사항들은 조직, 직원, 간부사원, 경영 자세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자가 추구하는 경영 이념은 ‘전 직원의 정신적 물질적 행복을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와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공헌하자.’입니다. 그의 해법에는 이러한 그의 경영 이념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한 경영인이 “직원들이 어느 정도 가정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경영마인드를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해주세요.’라고 할 때 사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가정을 희생하면서까지 일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다른 경영인은 ‘사장인 자신이 내방객들과 각종 모임으로 인해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인데, 직원들은 좀처럼 성과를 못내고 있다’고 불평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장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현장에서 정통하여 원가 누수 요인들을 찾고, 개선 방안을 위해 직원들을 엄하게 질책하고, 추궁할 것을 주문합니다. 어떤 이는 이에 대해 ‘굳이 최고 경영자가 꼭 제일선에 나서야 하나?’라고 질문합니다. 저자는 “솔선수범이 직원의 공감을 부른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모든 해결책의 백미는 ‘인격 수양’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더가 스스로를 갈고 닦아 인격을 높이고 존경받게 되면 직원들은 리더가 제시하는 목표를 향해 자연히 노력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가 여부가 회사의 발전을 결정짓는다.”

‘회사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이라는 명제를 당연시하는 많은 경영학자들과 리더들이 직원들을 성과급과 해고를 이용하여 경쟁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외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의 신념이 틀렸을까요? 하지만, 그의 기업은 이러한 금융위기 속에서도 끄떡없고, 그는 오히려 탐욕스러운 미국식 CEO문화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경영자가 훌륭한 인격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인격의 중요성에 대해 음미하며 글을 맺을까 합니다.
일본어로 ‘이익을 얻는다’()는 한자를 나누면 ‘신자(信者)가 됩니다. 즉 신자를 만들어야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으로부터도 지역사회로부터도 존경을 받아 그들이 신자가 될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존경받기 위해서는 인간성과 인격이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야만 합니다. 그래서 경영자는 인간성을 갈고 닦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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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 - 매일매일 꺼내 읽는 쉽고 맛있는 경제 이야기
김원장 지음, 최성민 그림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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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라는 용어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인터넷에서까지 연신 경제가 어렵다는 말들 일색입니다. IMF 이후 경제라는 말을 이렇게 많이 접하는 경우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듭니다.

저자는 최대한 친절하려 합니다. 양장본이 아닌 책을 구매했을 경우에는 책갈피를 따로 가지고 다니거나, 책날개를 책갈피 대용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도시락 경제학”은 책의 맨 뒤쪽에 책갈피를 끼워놓았습니다. 세심한 배려가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경제학의 학문적 개념을 일상 생활에서 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아니, 생활 속에서 접하는 경제 현상을 경제학 용어를 동원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경제의 주체인 인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어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이자’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 후로 재정, 증시, 환율, 부동산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 원론대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주관이 들어가 있지요.

먼저, 저자의 시각이 드러나는 곳은 신자유주의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저자가 바라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생각은 “나쁜 사마리아인”과 “사다리 걷어차기”를 저술한 장하준 교수와 일치합니다. 이에 근거하여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비판합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및 노무현 정부에서도 규제 철폐가 경제 활성화의 화두였다는 점에 비추어, 유독 이명박 정부만 ‘규제 철폐’를 처음 주장하는 인상을 풍기는 것은 편파적이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규제 철폐 목표 개수를 정해놓고, 그 달성 여부를 따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우리나라는 아직 ‘규제 철폐’를 비판하기에는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저자는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저자 정도의 레벨에서 이를 모를리가 없지요. 미국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동시 발표한 ‘2009 세계경제자유지수’(IEF: Index of Economic Freedom) 최신 보고서에서 한국은 경제자유지수 40위에 선정 돼 전년보다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전봇대를 뽑은 일이 그토록 화제가 되었겠습니까?
 
저자의 주장이 또 한번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부분은 책의 가장 말미인 부동산에 관한 주제에서 입니다. 저자는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해서 임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나쁘지 않지만,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이 재테크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소비자물가와 전국의 주택평균가격을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의 변동율에 대비해서 주가는 792%가 올랐다고 비교해 놓습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땀흘리지 않고 이익을 바란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마치 부동산 대신에 주식에 투자하라는 시각은 많이 불편할뿐더러,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에서 부동산의 고수가 주식에는 문외한이고, 마찬가지로 주식이 고수가 부동산에 문외한인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손낙구의 ‘부동산 계급사회’를 보면 저자의 주장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통계를 볼 수 있습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집값의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던 해가 더 많습니다. 저자가 통계의 출처를 밝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각 장마다 신문인 지, 뉴스인 지 모를 ‘기사’형식의 문단이 나옵니다. 배경색깔만 달리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신문기사를 스캔해서 원용했으면 신뢰감이 더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언급되는 경제 용어를 설명하여 일반인의 경제 교양을 높이고자합니다. 하지만, 그 서술은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인 면이 많습니다.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신문 기사나 방송에서도 기자의 시각이 반영되는 마당에, 경제 현상을 풀이하는 책에서 완전히 객관적인 시각을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으로 인해 경제적인 관점이 다른 독자의 경우에는 몇 군데에서 불편함을 느낄 법도 합니다.

경제기사가 온통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정작 조금만 들어가면 (잘) 알지 못하고, 막연히 용어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러한 부분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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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우리의 자화상
임석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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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압력이나 힘, 혹은 흐름에 의해 썩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상황이란 것이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기에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은 역시 그만큼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러면 상황이 이렇게되기까지의 잘잘못을 따질 때, 이러한 상황을 만든 사람과 그 상황에 맞춰진 사람 중 누구에게 잘못을 물어야 하나요?

저자는 건축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19가지 건축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업에 종사하고 있는 건축관련 종사자들과 그들의 행위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 우리들을 비판합니다. 고속철 역사, 관공서, 교회, 영화관, 백화점, 모텔, 모델하우스, 아파트, 초고층아파트, 대형 의류매장, 신림동, 테헤란로 등 그가 비판하는 대상은 크고 화려합니다. 그러나, 상황을 연출한 건축계에 대한 비판보다는 대안 없이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더 셉니다. 비판 대상의 주객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창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초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산소가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는 수족관에서 숨을 쉬려고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금붕어같다고 조롱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소비 행태와 사고 방식과 교육 행위까지 싸잡아 잘못됐다고 비판합니다. 비자연친화적이고, 비사회적인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배금적인 생각에 젖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듯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격이 사는 공간에 따라 좌우된다는 생각에는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덧붙입니다.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애들은 부유층 자녀가 다수이다. 돈은 이미 부모가 충분히 벌어놓았다. 자식들까지 돈 벌려고 버둥거릴 필요 없다. 돈은 부모한테서 물려받으면 되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 돈을 권력화하는 일이다. 고시에 합격해서 권력을 꿰차는 것이 그 지름길이다.”

하지만, 저자가 재직하고 있는 명문 이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등록금으로 인해 서울대보다 더 많은 비율의 강남 사람들의 자제로 채워집니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명문 이대를 나온 사람들은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생각을 하며 저자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행태들을 할 확률이 더 높을 겁니다. 저자가 격렬하게 비판하는 대상이 정작 자기에게 생활비를 주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부모와 학생들이라니 퍽 아이러니합니다. 설마 저자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 학교에 취직하러 원서를 제출하지는 않았겠지요. 역시 생각과 생활은 현실에서 구분이 되어야 하나 봅니다.

아파트의 단점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만,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외면하는 저자의 시각은 한쪽으로 편중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줍니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아파트에 대해 “양성평등이란 시대적 대세와 함께 여성의 경제적 결정권 강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아파트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던 시절 수많은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했으며, 남녀 공간의 평등화와 중산층 문화의 형성 같은 변화들을 이끌어내는 등 순기능의 역할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장점에 눈감아 버리는 저자의 시각이 아쉽습니다. 저자가 이를 몰랐다면 놀라운 일이지요.

저자의 주장대로 하늘을 향해 치솟는 아파트를 싹뚝 잘라 한국의 전통적인 능선을 살리면서 외국의 사례대로 단독주택 내지는 저층의 아름다운 미관을 가진 아파트로 전국토를 리모델링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이 이루어지고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실율(室率, 實率)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실율은 사적 영역의 비율입니다. 실율이 높을수록 닭장 같은 건물이 되고, 실율이 낮을수록 공간적 여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실율이 낮아지면 평당 임대료 등은 더 올라갑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실율이 높은 초고층 아파트에서 실율이 낮은 저층 아파트로 전환하더라도 서민층에게 돌아오는 실익은 별로 없고, 오히려 땅값은 더 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노년층에게는 고층 아파트가 알맞은 주거 형태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말이죠.

저자는 돈 버는 수단의 한가운데에 건축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가슴 아파합니다. 책 내용들에는 이러한 그의 기본적인 생각이 배어 있습니다. 그의 기본적인 생각과 이 시대에 지켜야 할 것으로 제시한 ‘꽃가게, 거리의 책상, 골목길’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퍽 많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경제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의 시각으로 그 시대 행위의 도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 반면,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 저자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 불편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슬라이드 필름이 20만장이나 된다죠? 그 많은 필름 중에서 대안으로 삼을 만한 '꺼리'를 몇 가지 만이라도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시대, 그 어느 것이 도덕적인 기준만을 가지고 들이댔을 때 떳떳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아쉬운 점에 대해 한 마디 하겠습니다. 문단의 첫 머리는 한 칸 띄어야 하는 기본적인 글쓰기 양식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 때문인지, 출판사의 실수인지, 어떤 건축적 내지는 미적인 심오한 뜻이 숨어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썩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실율은 대단한 높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책을 읽는 기분이 퍽 쾌적하지는 않았습니다. 장수를 부풀리려는 자본의 논리가 배여있는 외형으로 인해 허황된 외형을 비판하는 좋은 내용이 원래의 의도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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