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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심리학 - 심리학의 잣대로 분석한 도시인의 욕망과 갈등
하지현 지음 / 해냄 / 2009년 5월
평점 :


출장 일정이 있어 새벽부터 바빴습니다. 중요한 출장길이라 마음으로 무척 부담이 컸는데, 함께 한 책 한 권이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현재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에 대해 고찰한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주제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피의자의 갑작스런 자살로 인해 검찰은 졸지에 살인자로 몰렸고, 여당 또한 덩달아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야당은 이 사건을 기회로 삼아 상복을 차려 입고, 그 분의 유지를 받든다고 야단입니다. 한나라당과 힘을 모아 탄핵을 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요단강’과 같은 경계선을 분명히 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침통한 표정으로 여당을 성토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제3자 된 입장에서는 오히려 당혹스럽습니다. 그러한 야당의 모습에서 부모와 연을 끊고 집 나갔던 자식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 앞으로 나온 보험금을 얻기 위해 목놓아 우는 모습을 떠올렸다면 억지스러울까요? 가히 올해 칸 영화제에 출품한 ‘박쥐’의 송강호나 ‘마더’의 김혜자에 못지 않는 연기력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야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의한 심리적 압박에 따른 자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검찰은 야당의 ‘무리한 수사’란 말에 대해 ‘적법한 법 절차에 따른 합법적인 수사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편이 아닌 사람으로부터의 공격은 견딜 수 있지만, 동업하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은 견디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검찰의 수사 외에 동업자의 배신 또한 커다란 영향을 끼쳤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검찰의 수사에서 그가 피의자로 지목받자 진보 진영에서는 그와 선 긋기에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각자의 입장이 판이하여 서로에게 원인이 있다 아니다를 논하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이 책 저자에 따르면 조금 달리 생각할 면이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체험한 저자는 현대인의 자살의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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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자기애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아주 강렬한 공격성을 복수라는 방식으로 표출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복수를 상대방에 대한 폭력의 형식이 아니라 자기파괴적인 자해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중략)
“난 벌 받을 놈이야.”라는 죄책감이나 “이 생에서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어.”라는 절망감, “지금의 괴로움에는 자살만이 유일한 도피처이자 해결책이야”라고 여기는 종결방법으로서 자살을 생각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보다는 상처입은 사자의 자존심 때문이다. (중략)
타인을 조정하고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하는 자살 행동은 더욱 위험하고 자기애적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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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검찰의 수사에 의해 드러난 생계형 범죄 – 조기숙 전(前)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의 말 –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음에 따라, 자신을 공격하는 한나라당의 정치인과 자신을 버린 민주당의 정치인들 및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자기애적 폭력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가신 분에 대한 모욕이라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리뷰어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따른 절망감에 죽음을 택했다는 가정보다는 오히려 신빙성이 더 있어 보입니다.
본 리뷰어는 이 책에서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자살’에 대한 주제에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만, 이 외에도 “문제메시지, 폭탄주, 다문화가정, 종교, 예스맨, 커피 전문점, 노인 세대, 성형수술, 조폭, 와인, 점, 고시, 24시점, 대리운전, 윤락, 노래방, 채무이행업체, 정(情), 기러기아빠, 혈연•학연•지연,” 등 이 책을 보는 사람들마다 깊이 생각하는 주제가 다를 정도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도시심리학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놓았다는 의미일 터이고, 한국인 중 일부 도시인에 대한 분석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서울, 경기도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이 땅의 과반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 대한 보고서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주제에 눈길이 가시는 지요.